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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단잠’(감독 홍유라) 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13)

발행일 : 2017-02-03 15:31:01

홍유라 감독의 ‘단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이사를 갈 예정인 지희(김진영 분)와 지희의 친구 가윤(전은비 분)은 재개발 예정지의 빈집에 담을 넘어 들어간다.

영화 제목이 ‘빈집’이나 ‘이사’가 아닌 ‘단잠’이라는 것은 감독은 사건보다 내면의 감정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추정하게 만든다. 비슷한 행동을 하는 남학생들을 보여줬다면 도전 또는 일탈이 먼저 떠올랐을 수도 있다.

‘단잠’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단잠’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누군가 살았던 흔적, 누군가 남긴 물건

다른 사람이 살았던 집에 들어간 지희와 가윤은 누군가 살았던 흔적, 누군가 남긴 물건에 관심을 갖는다. 특히, 그 집에 남겨져 있는 사진에 대해 농담 같은 이야기를 나눈 후 지희는 생각에 잠긴다.

‘단잠’에서 지희의 집이 이사 가는 것 자체로 지희의 감정을 모으기 전에, 다른 사람이 이사 가고 난 흔적을 통해 지희의 감정을 쌓아간다는 점이 주목된다. 직설보다 비유가 더욱 설득력 있고, 연상과 연결로 시나리오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 잘 적용됐다.

‘단잠’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단잠’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지희의 집 자체에서 이사 갈 때의 감정을 표현했으면, 공간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이사라는 이미지 형성이 약했을 수도 있다. 누군가 벌써 이사 간 빈집을 통해 감정이입한 지희를 보고, 관객들도 같은 감정을 쌓아갈 수 있다.

◇ 사라져가는 동네, 사라져가는 기억들

‘단잠’에서 사라져가는 동네와 사라져가는 기억들은 버려지는 동네와 버려지는 기억들로 보이기도 한다. 어른들은 그 사라짐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지희에게는 무척 중요하다.

‘단잠’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단잠’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이사를 간다는 것은 새로운 행복을 꿈꾸게 만들기도 하지만, 기존의 기억과 추억을 놓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단잠’에는 지희가 단잠을 자는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제목은 구체적인 의미보다는 추상적인 상징성을 더 많이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지나고 나면 단잠같이 아련하게 기억될 수도 있고, 언제 단잠을 잤는지 잊어버리는 것처럼 잊어버릴 수 있는 추억에 대해, 감독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단잠’은 비슷한 경험이 있는 관객들의 눈시울이 촉촉해질 수 있는 영화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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