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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단단하고 희귀하다” 랜드로버 디펜더 OCTA

발행일 : 2025-06-19 13:50:35
[시승기] “단단하고 희귀하다” 랜드로버 디펜더 OCTA

랜드로버는 그 어떤 브랜드보다 오프로드 정복에 '진심'인 브랜드다. 모든 모델이 오프로드 주행에 필수적인 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도심 주행에 특화된 SUV는 생산하지 않는다.

이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올 뉴 디펜더는 1948년 출시 이후 사륜구동 오프로더의 왕좌를 지켜온 오리지널 모델의 전통을 계승해 지난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으며, 2020년 국내에 상륙했다.

최근에는 극한의 온·오프로드 퍼포먼스 마스터인 올 뉴 디펜더 OCTA가 추가됐다. 'OCTA'라는 모델명은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희귀한 광물인 다이아몬드의 '팔면체(octahedron)'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것. 독일 뉘르부르크링과 프랑스 라스투어 랠리 서킷, 스웨덴의 빙하, 두바이 사막, 미국 모압의 암벽, 영국 이스트노어 캐슬 등 총 110만㎞에 달하는 전 세계 곳곳을 주행하며 1만3960회 이상의 혹독한 성능 테스트를 거쳤다.

[시승기] “단단하고 희귀하다” 랜드로버 디펜더 OCTA

차체 크기를 보면 길이는 5003㎜, 너비 2064㎜, 높이 1995㎜이고, 휠베이스는 3023㎜다. 오프로드 주파 능력을 높이기 위해 앞뒤 오버행을 줄여 차체 길이 대비 휠베이스가 상당히 긴 편. 경쟁차인 벤츠 G63 4매틱은 길이 4875㎜, 너비 1985㎜, 높이 1980㎜, 휠베이스 2890㎜다. 디펜더 OCTA가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

디펜더 OCTA는 기술적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 우선 지상고는 28㎜ 올라갔고, 트레드는 68㎜ 확장했다. 오프로드 주파 능력과 온로드에서의 주행 안전성을 더욱더 높이기 위한 설계다.

또한 견고한 위시본과 독특한 액티브 댐퍼를 포함한 서스펜션 구성 요소를 새롭게 설계했다. 여기에 브렘보(Brembo) 캘리퍼를 장착한 400㎜ 프런트 브레이크 디스크를 적용하고, 스티어링 휠 또한 디펜더 역사상 가장 빠른 조향비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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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클래스와 구별되는 결정적 차이점도 있다. G클래스는 프레임 위에 차체를 얹는 '보디 온 프레임' 방식을 썼는데, 디펜더는 알루미늄 모노코크 차체구조다. 일반적으로 보디 온 프레임 방식은 차체 강성이나 오프로드 주파 능력에서 뛰어나지만, 차체가 무거워진다는 단점이 있다. 디펜더는 이를 고려해 경량 알루미늄으로 이뤄진 D7x 아키텍처를 적용, 기존 프레임 구조보다 3배 높은 강성을 완성했다.

이 차는 강력한 주행 성능이 장기지만, 패밀리카로도 손색없다. 3023㎜에 달하는 긴 휠베이스를 덕분에 2열 레그룸은 1m에 가까운 992㎜에 달하고, 40:20:40 분할 폴딩 시트로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적재공간은 1075ℓ이며, 2열 폴딩 시 최대 2380ℓ의 넓은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2890㎜ 휠베이스의 G클래스는 상대적으로 실내가 좁다. 특히 뒷좌석 공간이 디펜더보다 열세다.

디펜더는 데뷔 초기에 직렬 4기통 2.0ℓ 디젤 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 240마력의 이 엔진은 나름 괜찮은 성능을 보여줬으나 인상적이진 않았다. 이에 따라 랜드로버는 D250(250마력)으로 업그레이드했고, D300, P300, P400이 차례로 등장했다. 각각의 숫자가 출력을 뜻하는 단순명료한 작명법이다.

[시승기] “단단하고 희귀하다” 랜드로버 디펜더 OCTA

이번에 선보인 OCTA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이 적용된 V8 4.4ℓ 가솔린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635마력, 최대토크 76.5㎏·m를 자랑한다. P400과 교대로 이뤄진 이번 시승에서 OCTA는 P400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추진력으로 0→100㎞/h 가속 4초에 끝낸다. 이 정도면 웬만한 스포츠카 부럽지 않다.

엔진성능만 높아지면 주행이 위험해질 수 있는데, 이 차는 탄탄한 서스펜션 설계로 좁은 국도를 마음껏 휘젓고 다닐 수 있다. 유압식 연동 댐퍼와 높이 조절식 에어 서스펜션이 조화된 6D 다이내믹 서스펜션이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인데, 엔진과 서스펜션 설계가 AMG G63을 타깃으로 했음을 알 수 있다. G63은 585마력 엔진으로 0→100㎞/h 가속을 4.4초에 끝내 OCTA보다 살짝 열세다. 최고시속 역시 G63이 220㎞인 반면에, 디펜더 OCTA는 250㎞(에디션 원은 210㎞)까지 낼 수 있다.

강력한 출력만큼이나 인상적인 건 매력적인 흡·배기음. G63보다는 살짝 작지만 가속 페달 조작 때마다 들려오는 '그르릉' 소리가 심장을 고동치게 만든다.

[시승기] “단단하고 희귀하다” 랜드로버 디펜더 OCTA

동급 최강의 오프로드 성능 또한 더욱 강화됐다. 기존 디펜더의 도강 높이는 900㎜인데, OCTA는 1000㎜로 높아졌다. SUV 중에도 700㎜ 정도만 되면 괜찮다고 평가되는데, OCTA는 차체 높이의 절반 수준까지 커버할 수 있다.

도강 상황에서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물 깊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이 차의 특징이다. 실제로 이런 상황을 만날 일은 별로 없겠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든든하다. 자갈길에서는 제동 보정 기능이 있는 '옥타 모드'를 가동해 거친 도로를 거뜬히 주파할 수 있다.

일반적인 오프로드에서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으로 커버되는데, 여기에 센터 디퍼렌설 록 기능과 액티브 리어 디퍼렌셜 기능이 더해져 더욱 믿음직하다. 다만 G63에 있는 프런트 디퍼련셜 록 기능은 디펜더에 없다.

[시승기] “단단하고 희귀하다” 랜드로버 디펜더 OCTA

시승회의 하이라이트는 일본인 인스트럭터가 보여줬다. 시승회 참가 기자들을 태우고 거친 언덕길을 빠르게 주파하더니, 그대로 착지해 드리프트를 이어가는 '묘기'를 보인 것. 정신은 혼미한데 입으로는 '와우!' 소리가 절로 나왔다.

디펜더 OCTA의 인증 연비는 도심 6.3, 고속도로 8.1, 복합 7.0㎞/ℓ다. G63의 복합 연비는 5.8㎞/ℓ로, OCTA보다 한참 떨어진다. 두 차 모두 큰 배기량에 고성능을 지닌 차여서 연비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OCTA가 우월하다.

디펜더는 데뷔 초기 D240의 가격이 8590만~9180만원이었다. 현재의 라인업은 디펜더 90이 1억697만원부터, 110은 1억1167만원부터, 130은 1억3977만원부터로 재편됐다. 이번에 추가된 CTA 모델은 2억2497만원부터로, 기존 모델보다 가격이 크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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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차인 AMG G63은 2억5300만원이고, 마누팍투어 버전은 2억7960만원이다. OCTA는 기본 가격이 낮은데 여기에 옵션을 추가함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도 가격 경쟁력은 G63보다 높다. 다만 G클래스의 경우 전기차 버전(2억760만~2억4260만원)이 있어서 선택 폭이 넓다.

디펜더 OCTA는 '오프로드의 강자'인 랜드로버의 이미지를 높여주는 모델이다. 오랫동안 이 시장에서 군림해온 G63의 아성을 무너뜨릴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고 평가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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