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주 감독의 ‘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연기 스터디 모임으로 모인 사람들은 같은 공간에서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한다.
‘틈’은 연기 훈련 중의 하나인 ‘시각차단 훈련’을 통해 시각을 차단한 상상하기라는 활동에 초점을 맞추는데, 시각을 차단하기보다는 오히려 시간에 지배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눈에 보이는 대로 행동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 연기 스터디 모임, 연기를 공부하는 과정
‘틈’에서 시각차단 훈련은 시각을 차단한 상상하기라는 활동이라고 영화는 알려준다. 사람은 시각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시각을 가려 다른 감각들을 예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눈을 감은 채 천천히 자신의 호흡에 따라 움직이다 보면 안 들리던 것이 들리고 안 느껴지던 것이 막 느껴지게 된다고 영화는 알려준다.
영화에서 알려주는 대로 시각차단 훈련을 해보는 것은 연기를 꿈꾸지 않더라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영화를 관람할 때도 눈에 보이는 것에 집중하게 되는데, 배경음악이 주는 영향, 미세한 음향효과가 만드는 뉘앙스 등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시각차단 훈련을 하는데 시각에 더욱 의존하게 되는 것을 ‘틈’에서처럼 경험할 수도 있다. 시각차단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시각차단이 쉽지 않은 것이라는 자각, 시각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인식하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 예진의 눈에만 보이는 마르, 혼자만 이상하다고 느끼는 상엽
‘틈’에서 예진(박주현 분)의 눈에만 보이는 마르(이휘웅 분)는 다른 사람들이 예진을 이상하게 여기도록 만든다. 경태(홍진일 분)는 다른 사람들이 짜고 자신을 놀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상엽(김다솜 분)은 혼자만 이 상황을 이상하게 여긴다고 생각한다.

‘틈’은 각각 번갈아가며 연기 연습을 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 한 사람씩 자신만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미솔(전수빈 분) 또한 오해로 만들어진 상황으로 이상한 취급을 받는다.
‘틈’에서 감독은 각각의 등장인물들을 한 번씩 이상하게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다. 한 사람만 어떤 감각이 생기고 다른 사람들은 감각이 차단되거나, 혹은 한 사람만 어떤 감각이 차단되고 다른 사람들은 감각이 살아있으면 그 한 사람은 이상하게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 연기라는 공간에 갇히다
‘틈’에서 방안에 갇힌 것은 연기라는 공간에 갇힌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해석한다면, 그 안에서도 연기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람과 그것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마인드를 구체적으로 쫓아가기 쉬워진다.
틀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과 틀을 벗어날 수 없을 때 그 틀안에서 철저히 연습해야 한다는 것은 연기뿐만 아니라 많은 일상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창조성을 발휘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할 것인가, 기본을 빨리 벗어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이론적으로는 대답하기 무척 쉽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