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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5분 충전으로 1000㎞ 주행! 현대 넥쏘

발행일 : 2025-06-23 15:41:17
[시승기] 5분 충전으로 1000㎞ 주행! 현대 넥쏘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차 '넥쏘'는 지난 2018년 2월에 국내 미디어에 처음 공개됐다.

당시 모습을 드러낸 넥쏘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609㎞. 전기차는 300㎞만 넘어도 주행거리가 길다고 평가받던 시점이라, 넥쏘의 스펙은 국내외에서 큰 시선을 끌었다. 1세대 수소차인 투싼 FCEV의 415㎞를 훌쩍 넘긴 기술적인 진보였다. 수소를 주입하면 물만 배출하는 '진정한 친환경차'로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시점에서 현대차가 고양시에서 출발해 평창까지 이어지는 시승회를 개최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세 명이 한 차에 타고 교대로 운전하며 진행된 시승회는 몇 가지 과제도 남겼다.

우선, 주행거리가 609㎞라고 했지만, 급가속을 많이 시도할수록 주행거리가 현저히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그보다 심각한 건 너무 통통 튀는 승차감이었다. 특히 1열보다 2열의 승차감은 너무 나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싶었는데, 동승한 다른 기자들도 같은 의견이었다.

[시승기] 5분 충전으로 1000㎞ 주행! 현대 넥쏘

7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현대차는 '올곧은 신념'이라는 구호 아래 2세대 넥쏘를 선보였다. 시간이 흐른 만큼 디자인 테마와 스팩 등 모든 면에서 완전히 달라졌다.

우선 2세대 모델은 유선형 디자인의 1세대와 달리,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이라는 콘셉트로 다듬었다. '아트 오브 스틸'은 소재 그대로 철의 탄성을 살려 형태적인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넥쏘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말한다. 즉, 인위적으로 유선형을 만드는 게 아니라 좀 더 자연스러운 미학을 추구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콘셉트가 적용된 앞모습은 '비전 74 콘셉트카'를 떠올리게 한다. 비전 74 콘셉트카는 공개 당시 큰 호평을 받았으며, 누리꾼들 사이에서 차세대 쏘나타나 그랜저의 렌더링 이미지로 많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디자인에는 호불호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든다.

[시승기] 5분 충전으로 1000㎞ 주행! 현대 넥쏘

문제는 뒷모습과 후측면이다. 큐브 타입 테일램프가 위쪽에 자리한 데다, C, D필러가 급격히 안쪽으로 휘어진 스타일이어서 뒤에서 보면 다소 껑충해 보인다. 테일램프를 가로 방향으로 길게 이어진 스타일로 아래쪽에 배치하면 좀 더 안정감 있는 디자인이 될 것 같다.

실내에서 현대차가 중점을 둔 건 심플함이다. 1세대 넥쏘는 센터 콘솔에 다소 복잡해 보이는 여러 스위치와 버튼들이 있었는데, 이를 단순화했다. 다만 그동안 기아차에만 쓰이던 터치 전환 공조계가 넥쏘에 적용된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크게 상관없다는 생각인데, 현대차와 기아의 정체성이 혼재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시승기] 5분 충전으로 1000㎞ 주행! 현대 넥쏘

실내는 전반적으로 넉넉하다. 얇은 1열 시트를 적용해 2열 무릎 공간이 41㎜ 넓어졌고, 2열 시트는 기본 23도에서 최대 37도까지 리클라이닝된다. 구형보다 8도 더 눕혀지는 설계다. 트렁크 용량은 1세대 모델보다 49ℓ 넓은 510ℓ이고, 2열 시트를 접으면 1630ℓ까지 확장된다.

현대차가 신형 넥쏘에서 강조한 것 중 하나는 늘어난 주행거리다. 5분 만에 95%까지 충전 가능하고, 1회 충전으로 720㎞를 달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차는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시승회에서 오랜만에 연비 테스트를 진행했다.

[시승기] 5분 충전으로 1000㎞ 주행! 현대 넥쏘

편도 주행거리는 58㎞. 한 시간 정도 주어지므로 마냥 천천히 달릴 수 없는 코스다. 나는 네 번째로 기착지에 도달했는데, 이때 기록한 연비가 151㎞/㎏이었다. 그런데 기착지에 있던 진행요원은 누적 연비 기록이어야 한단다. 여기서 말하는 누적 연비는 출발지에서 40여 분 동안 제자리에 서 있던 것까지 합산한 것이다. 누적 연비로 하니 138㎞/㎏으로 떨어졌는데, 그래도 전체 참가자 중 4위에 랭크됐다. 151㎞로 인정받았다면 전체 참가자 가운데 1위다.

정부 인증 연비는 도심 99.3~113.7㎞, 고속도로 90.4~100.9㎞인데, 복합 연비 107.6㎞(16인치 익스클루시브 트림 기준)에 연료탱크 용량 6.69㎏을 곱하면 총 주행가능거리는 약 720㎞라는 계산이 나온다. 내가 기록한 연비에 대입해보니, 138㎞일 때 923㎞, 151㎞일 때는 무려 1010㎞까지 달릴 수 있다. 서울에서 부산을 찍고 다시 서울로 돌아와도 연료가 남는다는 얘기다. 특히, 인증 연비는 16인치 휠로 테스트한 것과 달리 시승차에는 무거운 19인치 휠이 장착된 것도 참고할 점이다.

비록 이번 테스트에서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시동을 걸고 제자리에서 40여 분 서 있는 운전자는 거의 없으므로 사실 151㎞의 기록이 더 현실성이 있다. 그러니까 일상에서 총 주행거리 1000㎞를 넘기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주행거리가 1000㎞에 육박하는 순수전기차가 국내 시장에 없다는 걸 감안하면 신형 넥쏘의 경쟁력은 돋보인다.

[시승기] 5분 충전으로 1000㎞ 주행! 현대 넥쏘

이렇게 연비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체크한 또 다른 부분은 승차감이다. 1세대에서 가장 아쉬웠던 이 부분을 어떻게 다듬었나 자세히 체크해봤는데, 충격과 진동 흡수 면에서 상당히 좋아졌다. 1세대 넥쏘는 자잘한 진동을 모두 승객에게 전달하는 반면에 신형은 사소한 요철은 못 느낄 정도로 진동을 잘 흡수한다.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다소 단단한 편이다. 그러므로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적용해 탑승객의 다양한 기호에 맞출 수 있게 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가속감도 좋아진 부분 중 하나다. 스텍의 순수(Gross) 출력은 95㎾에서 110㎾로 향상됐고, 시스템 실제(Net) 출력은 85㎾에서 95㎾로 향상됐다. 이를 기반으로 모터 출력 150㎾(204마력)을 달성해 구형의 113㎾(154마력)보다 개선됐다. 다만 최대토크는 구형이 40.3㎏·m인 데 비해서 신형은 35.7㎏·m로 낮아졌다. 비록 최대토크는 낮아졌지만, 높아진 출력 덕에 가속감은 확실히 빨라졌다.

넥쏘의 가격은 7643만5000~8344만5000원이다. 1세대 넥쏘는 6890만~7220만원보다 대략 900만원 정도 올랐다. 최고급형인 프레스티지에 빌트인 캠2&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실내외 V2L, 비전 루프, 디지털 사이드미러, 카메라 패키지, 19인치 휠&타이어를 모두 추가하면 8817만원이 된다.

[시승기] 5분 충전으로 1000㎞ 주행! 현대 넥쏘

여기에 국고 보조금과 지자체별 보조금을 최대치로 받으면 5067만5000원이고, 기본형의 경우는 3000만원 후반대로 구매가 가능해진다. 비싼 가격을 보조금이 상쇄해 가격 경쟁력은 나쁘지 않다. 다만 이 보조금이 동일한 규모로 얼마나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전기차 보조금은 개별 수요자에게 돌아가는 보조금을 줄이고 보급 규모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 못지않게 중요한 건 충전 인프라다. 현재 전국에는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총 219개의 수소충전소가 있는데, 인구가 많은 수도권은 충전소 건립이 시급해 보인다. 특히 서울은 9개밖에 안 되어 10개인 부산보다 적다.

시승회에서 기록한 연비 <시승회에서 기록한 연비>

충전소가 많이 늘지 않는 건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충전소 하나 건립하는데 약 30억원 정도 소요되는 비용이 큰 부담이다. 여기에 폭발 위험성이 높다는 인식 때문에 건립이 어려운 점도 꼽힌다. 실제로는 안전한 편이지만,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위험성으로 부지 확보조차 힘든 LPG 충전소와 비슷한 처지다.

따라서 부지 확보가 가능한 곳부터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차가 자주 다니는 곳 위주로 국가에서 더 많은 지원을 해줘야 수소전기차의 장래가 밝게 펼쳐질 수 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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