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희 감독의 ‘New Era’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로봇이 인간과 같이 자체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해 행동하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의 시대를 맞이해, ‘New Era’는 그 위험성과 두려움을 담고 있다.
장편영화의 예고편처럼 압축된 ‘New Era’의 이야기는 전후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는 생중계를 직접 본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은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New Era’는 판타지라기보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로 들린다.

◇ 인공지능이 대세가 된 시대, 위험성과 두려움
역사적으로 권력을 가진 자들은 일반 사람들이 똑똑해지는 것을 두려워해 우민화 정책을 폈다. 정복지의 사람들이 똑똑해지는 것을 원천 봉쇄하고자 노예제도를 확대했고, 교육을 말살했다.
인공지능의 진화를 염려한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개발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대세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에 의해 앞으로 없어질 직업을 포함해 사회는 무척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인데, ‘New Era’처럼 인간과 로봇의 위상이 바뀔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자연계에서의 적자생존은 주로 물리적인 힘에 의해 좌우됐다면, 앞으로의 세계에서의 적자생존은 지식과 지능이 될 것이라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에서만 머물지 않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 마지 장편영화의 예고편 같은 호기심
‘New Era’를 보면 대략의 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살아남은 인간 율(김민엽 분)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반전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전체 내용을 보고 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된다.

‘New Era’에서 정작 궁금한 점은 ‘New Era’ 앞뒤의 이야기이다. ‘New Era’는 마치 장편영화의 예고편처럼 만들어졌기에 앞뒤의 이야기, 중간 과정의 연결고리에 궁금증과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인공지능인 현수(정준화 분)는 왜, 어떻게 인간인 율을 돕게 됐는지, 스스로 판단한 인공지능이라도 현수와 조사관(김나연 분)처럼 다르게 결정 내리게 되는 프로세스는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 영화에 대한 궁금증, 미래사회에 대한 궁금증
이는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사회에 대한 궁금증이기도 하다. 이젠 영화도 인공지능으로 촬영하고 편집하려는 시도가 펼쳐지고 있다. 빅데이터의 활용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단어와 대사, 장면 등을 최적화해 조합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만 골라서 만들었기에 인공지능이 만든 처음 몇 편의 영화는 무척 재미있을 수 있지만, 같은 알고리즘이라면 반복된 조합은 식상함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 영화제작 프로그램이 창조성까지 겸비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대비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창조적인 영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혁신은 지금 시대에서도 요구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