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드라마

[ET-ENT 드라마] ‘보이스’(16) 악마적 본성, 실제로 우리들에게도 있을 수 있다

발행일 : 2017-03-13 01:09:03

김홍선 연출, 마진원 극본의 OCN 토일드라마 ‘보이스’ 제16회 마지막 방송이 종료됐다. 모태구(김재욱 분)라는 괴물은 만든 건 아버지 모기범(이도경 분)이라는 것은, 모태구 캐릭터의 개연성을 확실하게 뒷받침함과 동시에 잔인한 악역에 대해 측은지심을 느끼게 할 수도 있는 위험성을 같이 전달했다.

이런 긴장감과 몰입감이라면 ‘보이스’ 마지막 방송은 영화관에서 봤어도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몇 번의 반전이 나오고, 그간의 스토리를 전부 마무리하다 보니 이전 회차에서 보여준 촘촘함이 약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스토리텔링이 약해서라기보다는 한정된 시간 내 많은 이야기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보이스’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보이스’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악마적 본성, 실제로 우리들에게도 있을 수 있다

모태구는 무진혁(장혁 분)에게 자신과 마찬가지로 악마적 본성이 있다고 말한다. 모태구의 바람이었을까, 아니면 실제일까? 무진혁에게는 실제 악마적 본성이 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들에게도 모두 악마적 본성이 있을 수 있다. 정도가 약할 수도 있고, 이성이나 사회적인 보호 아래 스스로 제어되고 있을 수도 있다.

“괴물을 잡기 위해서 괴물이 되면 안 되잖아요”라고 강권주(이하나 분)은 무진혁에게 말했는데, ‘보이스’는 괴물적 본성이 있어야 괴물을 상대하고 잡을 수 있다는 정신세계를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다.

‘보이스’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보이스’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잘생기고 연기력 뛰어난 김재욱이 표현했기에 모태구가 섹시하다고 느끼는 시청자나, 모태구는 괴물이기에 용서하지 않고 때려죽여야 한다고 말하는 시청자 모두 악마적 본성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보이스’가 마지막회에서 모태구가 악의 원천이 아닌 악마적 본성이 잘못 키워진 예라고 알려준 것은, 범죄의 피해자도 피해를 받을 만한 행동을 한 사람이 아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보여준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보이스’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보이스’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시청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고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이런 정신세계를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작가와 연출을 포함한 제작진, 그리고 연기자들은 지속적인 노력을 했다는 것을 지난 장면들을 되돌이켜 생각하면 알 수 있다.

◇ 매력적인 악역 캐릭터가 만든 드라마의 완성, 잘못된 환상을 심어줄 수도 있는 위험성

제16회 방송에서 모태구는 인간을 완성하는 것은 고통이라고 말한다. 모태구는 끝까지 깊게 생각할 만한 이야기를 던지고, 모태구를 미워하면서도 시청자들은 모태구 캐릭터를 소화한 김재욱이 멋지고, 잘생겼고, 섹시하다고 말한다.

‘보이스’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보이스’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악역이 멋지다는 것은 드라마를 극적으로 만들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악역에 시청자들이 동조하는 경향이 지나치다면, 잘못된 환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 범인에게 동조돼 지지하는 스톡홀름 신드롬이 시청자들과 김재욱, 어쩌면 시청자들과 모태구 사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 직접 응징했어야 하는가?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하는가?

모태구를 직접 응징했어야 하는지,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고, 같은 사람도 머리와 마음은 각각 다른 곳을 바라볼 수도 있다. 그냥 죽이지는 말고 죽기 직전까지 힘들게 응징하다가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시청자가 있을 수도 있다.

‘보이스’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보이스’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보이스’의 제작진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부분이 많이 있다. 무진혁과 강권주는 이전부터 직접 응징과 법의 심판 사이에서 스스로 그리고 상대에 대해 갈등했고, 그런 갈등의 집대성은 마지막회에 이뤄졌다.

무진혁이 모태구에게 총을 쏴도 정당방위가 될 수 있도록 미리 상황을 만들었고, 최종적으로는 법의 심판을 받도록 조치했지만, 모태구는 감옥에 가지 않고 정신병원에 갔다.

‘보이스’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보이스’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많은 사람을 죽인 모태구에게 직접적인 복수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살려둬 감옥에 가도록 만드는 것도 시청자들을 우울과 울화통으로 힘들게 만들 수 있다. 법의 처벌 직전에 우연히 죽게 만드는 것도, 카타르시스보다는 허탈함을 느끼게 해 분노를 억제하지 못 하게 만들 수도 있다.

‘보이스’는 모태구의 상상이나 환각일 수도 있고, 정신병원 의사라는 새로운 악의 론칭일 수도 있는 이중적 해석이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 모태구를 처단했다. 디테일이 돋보이는 이 설정은, 이전부터 시즌2를 원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시즌2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복선으로 보일 수 있다.

‘보이스’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보이스’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마지막회의 백성현을 비롯해 그간 피해자로 나왔던 배우들과, 악역을 맡은 김재욱은 ‘보이스’를 촬영하면서 트라우마가 생겼을 수도 있다. 원래 악마적 본성이 있었다면 연기를 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 ‘보이스’는 그 강도가 높았다.

끔찍하고 고통스럽고 잔인한 장면을 소화한 배우들과 스태프들, 그리고 시청자들 또한 트라우마에 당분간 힘들 수 있다. 그 트라우마가 아픔으로 기억되기보다는, 우리 주변에 실제 경험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을 되돌아보고 포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보이스’가 시즌2로 돌아온다면, 그때는 우리에게 골든타임이 지금보다는 더욱 생활화돼 있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드라마를 이끌어 온 것은 제작진들과 배우들이었다면, 이제부터 세상을 이끌어가는 것은 우리 시청자들이기 때문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