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람보르기니 우루스 SE'](https://img.rpm9.com/news/article/2025/07/22/news-p.v1.20250722.5b3e7a21a5bb499c9343de66db97ca4e_P1.jpg)
'시승기'는 기자가 가장 자신 있는 기사다. 햇수로 30년째 이르는 자동차 전문 기자 생활을 바탕으로 꼼꼼하고 날카롭게 분석할 수 있는 최적의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업계에서도 대체로 이런 경력을 인정해줘 소수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시승회에 초대받는 경우가 많다. 2023년 1월에는 한국에서 단 세 명만 초대된 애스턴마틴 DBX707 시승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람보르기니 우루스 SE 시승회의 초대장이 날아왔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시승회 이틀 전에 메일이 와서 “본사에서 컨펌한 기자들에게 기회를 드린다”라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잡히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좀 이상했다. 게다가 시승회 다음날은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아시아 시리즈 취재가 잡혀 있었다. 시승회 후 서울을 갔다가 다음날 인제스피디움으로 올 수는 없는 노릇. 갑작스레 폭풍 검색 후 인제 시내의 숙박업소를 자비로 예약했다.
시승회 당일, 인제스피디움에 도착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안내하는 이도 없고, 홍보 에이전시도 현장에 없는 상황.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먼저 도착한 후배 기자가 “나도 혼자 한 시간 헤맸다”라면서 이것저것 직접 알려준다. 그 후배 기자 덕에 수십 장에 이르는 동의서에 서명하고 등록을 마쳤다.
![[체험기]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람보르기니 우루스 SE'](https://img.rpm9.com/news/article/2025/07/22/news-p.v1.20250722.55178d87f3b2467c831f60a12d136083_P1.jpg)
집합 시간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아 허겁지겁 식사하고 내려갔다. 이곳에는 기자뿐 아니라 인플루언서와 고객이 뒤섞여 있었다. 이를 본 인스트럭터는 마치 '우시장에서 좋은 소를 고르듯' 사람들을 살펴보다가 나와 일반인을 엮어서 두 대의 우루스 SE에 배정해줬다.
우루스 SE는 지난해 한국에 선보인 고성능 PHEV 모델이다. 1회 전기 충전으로 60㎞까지 달릴 수 있고, 고속에서 훨씬 강력한 성능을 보여준다는 게 람보르기니의 주장.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아태지역 총괄 프란체스코 스카르다오니(Francesco Scardaoni)가 방한해 직접 신차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 초대장에는 “전문 인스트럭터의 가이드를 통해 자신과 우루스 SE의 한계를 직접 체험해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런 기대는 출발부터 무너졌다. 앞서 달리는 운전자가 거북이 걸음을 하는 통에 속도가 전혀 나지 않았던 것. 기껏해야 시속 60㎞가 나올까 말까한 속도로 인제스피디움을 달리자니 좀이 쑤신다. “저 차를 추월하면 안 되겠냐”고 물으니 인스트럭터는 절대 안 된단다. 어쩔 수 없이 계속 기어가니 “잠시 거리를 띄우고 달려보라”고 알려준다.
![[체험기]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람보르기니 우루스 SE'](https://img.rpm9.com/news/article/2025/07/22/news-p.v1.20250722.32514f9b466d46f2b97f00a289ee1922_P1.jpg)
그래봐야 코너 몇 개를 돌아나가니 금방 앞차 꽁무니에 다다른다. 이렇게 두 랩을 달리고 서킷 시승이 끝났다. 도대체 뭘 체험하라는 건지, 인내심의 한계를 체험하라는 얘기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제대로 된 시승회라면 운전자의 실력에 맞춰서 두 대의 차를 페어링하는 게 기본이다. 이 정도의 상식을 갖추지 않은 인스트럭터라면 기본이 안 된 것이다. 소중한 우루스 SE 서킷 시승 기회는 이렇게 날아갔다.
그래도 아직 일반도로 시승 기회가 남아있었다. 인제스피디움에서 인근 수변공원까지 왕복 20여 분의 기회. 같이 탄 이OO 편집장에게 자리를 먼저 양보했다. 이 편집장은 수시로 팝콘을 볶아대면서 이 차의 가속력을 마음껏 즐겼다. 처음으로 앉아본 우루스 뒷좌석은 예상보다 상당히 승차감이 좋았다. 가족끼리 장거리 여행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싶다.
![[체험기]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람보르기니 우루스 SE'](https://img.rpm9.com/news/article/2025/07/22/news-p.v1.20250722.a3725b8ab6e942ac9414a7df2a607a7c_P1.jpg)
수변공원 주차장에서 복귀하는 길에는 내가 운전석에 앉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돌아가는 길은 도로에 차들이 가득하다. 또다시 시속 60㎞의 악몽에 빠질 수는 없는 일. 몇 차례 급가속을 시도했더니 인스트럭터가 “이렇게 운전하시면 안 된다”로 면박을 준다.
금요일을 통째로 람보르기니에 바치고도 아무것도 못 얻을 위기의 순간에 J 턴 체험 기회가 찾아왔다. 이는 러버콘을 사이로 빠르게 빠져나가는 슬라럼과 달리, 급회전하면서 차체를 90도로 꺾어서 세우는 고난도 기술이다. 일반적인 시승회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러버콘을 왼쪽에 두고 차를 90도로 꺾어서 일단 세우고, 그다음은 반대로 꺾는다. 이렇게 총 세 번을 한 후에 유턴을 드리프트로 탈출하면 마무리된다.

나는 맨 처음 기회에서 90도를 살짝 넘어서 차를 돌렸다. 가속 페달을 조금 많이 밟은 탓이다. 그러나 두 번째 러버콘부터는 제대로 90도에 맞췄다. 이 기술이 손에 익자, 두 번째 기회를 앞두고 인스트럭터에게 “J 턴을 연속해서 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할 수 있다면 시도해보라”라고 말한다.
J 턴을 연속으로 하는 건 정확한 조향과 적절한 가속 페달 조작에 달려 있다. 마치 원돌이 드리프트의 원리와 비슷한 것. BMW 드라이빙 스쿨에서 연마한 솜씨를 발휘해 시도했더니, 세 번의 J 턴이 연속으로 이어졌다. 인스트럭터도 “잘했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마지막 유턴 드리프트는 가속 페달을 과도하게 조작한 탓에 언더스티어가 나고 말았다.
우루스 SE는 람보르기니 브랜드 최초의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HEV) 슈퍼 SUV로, 지난 2024년 7월에 한국에 첫선을 보였다. V8 4.0ℓ 트윈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620마력과 81.6㎏·m를 발휘하며, 192마력, 49.3㎏·m의 토크의 힘을 발휘하는 전기모터와 조화를 이룬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3.4초, 200㎞/h까지 끌어올리는 시간은 11.2초가 걸리며 최고 312㎞/h의 속도를 낸다.
전동식 토크 벡터링(Electric Torque Vectoring) 시스템과 전자식 리어 디퍼렌셜(Electronic Rear Differential)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 솔루션도 이 차의 장점. 그러나 시속 60㎞로 달리면 그 누구도 느끼기 힘들다.
한편,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는 지난 1월 2030년까지 확대된 탄소 중립 세부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브랜드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통해 기존 모델의 전동화뿐 아니라 생산 시설의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 2030년까지 '차량당' 기업의 총 탄소배출을 2021년 대비 40% 감소시키는 목표를 바탕으로 전체 가치 사슬에 대한 탄소배출 프로그램을 확대할 예정이다.
인제=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