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카멜리아 레이디(Lady of the Camellias)>가 5월 7일부터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춘희>를 바탕으로 한, 세계적인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의 발레 작품이다. 2025 국립발레단의 신작이자 국립발레단 제204회 정기공연으로, 아시아 발레단 최초의 전막 공연이다.
<카멜리아 레이디>는 발레를 하기 위해 이야기를 가져왔다기보다는, 이야기를 펼치기 위해 발레를 활용한 공연에 가깝게 느껴진다. 발레리나 조연재의 움직임에는 품위가 있었고, 품격 있는 눈빛과 시선은 그녀의 안무에 더욱 빠져들게 했다. 크고 화려한 동작과 디테일한 안무를 넘나드는 발레리노 변성완은, 순수한 열정과 찰나의 매력을 매혹적으로 발휘했다.

◇ 관객의 시선 처리까지 배려한 섬세한 무대
<카멜리아 레이디>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사연이 있을 것 같은 무대로 관객을 맞이한다. 무용이라기보다는 연극적인 움직임으로 공연은 시작된다. 음악이 없는 무언극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제1막을 시작하는 안무에서는, 느린 움직임에서 우아한 표현이 더 도드라진다는 걸 알 수 있다.
반투명 막과 조명을 사용해 무대의 깊이를 넘나들며, 상황에 따라 공간과 분위기를 형성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많은 소품을 사용하지 않고도, 발레 무대에서 정서를 설정하고 표현하는 방법이 눈에 띈다.

대규모 발레 공연에서는 무대 위 무용수들이, 무대 위에서 관객이 되어 함께 안무를 관람하는 상황이 표현될 때가 있다. 이때 관객은 무대 위에서 직접 춤을 추는 무용수를 볼 수도 있고, 무대 위에 앉거나 서서 다른 무용수의 춤을 관람하는 무용수의 반응이나 표정을 볼 수도 있다. 화려한 무대에서 동시에 다채로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카멜리아 레이디>는 조금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를 관람하는 다른 무용수들의 자리는, 관객석에서 보았을 때 개방형이라기보다는 반개방형에 가깝게 배치됐기 때문이다.

전체 인원 중 일부만 관객석에 보이게 만들어, 관객의 시선을 가능한 한 빼앗지 않는다. 무대 중앙에서 춤추는 사람들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만든 연출이다. 깊은 내면을, 그것도 회상 속에 있는 내면을 형상화한 움직임에 관객이 집중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관객의 시선 처리까지 배려한 섬세한 무대가 돋보인다.
<카멜리아 레이디>는 시간을 넘나드는 작품이다. 하지만 현재가 어느 동작까지이고 회상이 언제부터인지를 명확히 인지하지 않아도, 작품 관람에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한편,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현재가 어떤 누군가의 과거라는 것을, 무대 앞 한쪽 끝에 계속 앉아있는 남자 무용수가 알려주려는 것 같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 적막의 시간에 머물어 + 피아노만의 선율로 + 오케스트라가 웅장하게 음악을 선사하며
<카멜리아 레이디>는 쇼팽의 선율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녹턴. 발라드, 소나타 등 다양한 피아노곡과 관현악곡을 사용했다, 작품의 정서적 흐름과 캐릭터의 심리가 음악과 함께 잘 표현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멜리아 레이디>는 관객을 시종일관 강한 관현악곡 연주로 몰아쳐 끌고 가기보다는, 피아노곡을 사용해 더욱 서정적으로 이끌기도 하고, 때로는 음악과 음향을 모두 제거해 그 순간에 머무르게 하기도 한다. 완급 조절과 강약 조절이 뛰어나다.

원색의 화려함보다는 섬세한 감정표현에 더 초점을 맞춘다. 특히 제1막은 더욱 그러하다. 역동적일 때도 있지만 서정적이고 정서적인 시간과 장면이 많기에, 하나의 감정에 머물러 많은 걸 느낄 줄 아는 관객은 더욱 절절하게 감동받을 수 있다.
의상의 콘셉트는 막에 따라 다르다. 제1막은 오페라 의상을 떠올리게 만든다. 제2막이 되면 분위기가 바뀐다. 친숙한 스타일의 의상이 발레 공연임을 분명히 인지하게 만든다. 제3막에서는 고전 영화 속 의상을 연상하게 하는데, 그때의 군무는 대규모 발레 공연에서 관객이 원하는 것을 채워준다.

◇ 선이 아름답고 섬세한, 발레리나 조연재! 가까이에서 보면 더 매력적인, 발레리노 변성완!
<카멜리아 레이디>는 발레 동작도 멋지고, 섬세한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 연기도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오페라글라스를 활용하면 감정이입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프레스 리허설에서 발레리나 조연재는, 파리 사교계에서 유명한 코르티잔인 마르그리트 고티에 역을 맡았다. 마르그리트를 사랑하는 명문가의 순수한 청년 아르망 뒤발 역은 발레리노 변성완이 소화했다.

<카멜리아 레이디>에서 두 남녀 주역인 조연재와 변성완의 표현력은 놀라웠다. 표정 연기가 일품이었다. 호흡이 가쁜 상황에서도 환희와 고통을 번갈아 표정으로 표현하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몸을 쓸 줄 아는 무용수가, 몸 전체로 하는 감정표현이 얼마나 탁월한지 느낀 시간이었다.
발레리나 조연재는 선이 아름답고 섬세한 무용수이다. 뛰어난 표현력으로 마르그리트의 내면과 감정, 상황과 현재를 표현했다. 조연재는 안무할 때, 남자 무용수를 배려하는 움직임도 보여줬다. 마르그리트가 행복할 때, 조연재는 정말 행복한 표정이었다. 단지 연기나 안무가 아닌 실제로 행복하게 보였다. 조연재의 움직임에는 품위가 있었고, 품격 있는 눈빛과 시선은 그녀의 안무에 더욱 빠져들게 했다.

발레리노 변성완은 순수한 열정과 찰나의 매력을 발휘해, 실제 아르망이 딱 그렇게 했을 것 같이 상상하게 했다. 변성완은 최선을 다해 몰입하다가도, 순간 사랑에 가득 찬 눈빛으로 여유 있는 포즈를 취했다. 크고 화려한 동작과 디테일한 안무를 넘나들며, 극 중 마르그리트뿐만 아니라 관객까지 매혹한다. 가까이에서 보면 더욱더 매력적인 무용수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