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폭스바겐 골프 GTI가 보여주는 '명차의 조건'](https://img.rpm9.com/news/article/2025/09/30/news-p.v1.20250930.c4636fca653349419e4678c79dec0f3b_P1.jpg)
역사가 있는 브랜드는 스토리가 무궁무진하다. 소형차와 해치백의 교과서로 불리는 폭스바겐 골프가 그중 하나다.
1974년 탄생한 골프는 가로 배치 엔진, 앞바퀴굴림을 택해 가볍고 실용적인 해치백 차체가 돋보였다. 이후 수많은 자동차가 골프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했으나, 골프는 여전히 이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현재의 8새대 모델에 이르기까지 골프는 어마어마한 판매를 기록했다. 1세대는 699만 대(1세대만 제타 포함), 2세대는 630만 대, 3세대는 483만 대, 4세대는 499만 대, 5세대는 340만 대, 6세대는 285만 대에 이른다. 세대가 이어지면서 판매가 줄고 있긴 한데, 6세대는 다른 세대와 달리 판매 기간이 4년에 불과했다.
![[시승기] 폭스바겐 골프 GTI가 보여주는 '명차의 조건'](https://img.rpm9.com/news/article/2025/09/30/news-p.v1.20250930.7639a44ae8264760990ddfafece3a417_P1.jpg)
골프는 한때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 열풍을 주도하기도 했다. 세대별 연비를 보면, 2세대는 20.0, 3세대는 18.8, 4세대는 19.6, 5세대는 19.23, 6세대는 22.22, 7세대는 26.32㎞/ℓ의 경이로운 연비로 인기를 끌었다. 물론 배출가스 관련해서 리콜 조치가 있기는 했으나, 사실상 이 시기에 나온 디젤 자동차들은 거의 엇비슷한 장치를 달고 있어서 폭스바겐만의 잘못이라고 보이겐 무리가 있다.
이런 골프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1976년 탄생한 GTI의 존재다. '고성능 핫해치'의 존재를 각인시키며 아우토반에서 페라리, 포르쉐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골프 GTI는 세대를 이어가며 출력 면에서도 일취월장했다. 1세대는 112마력이었는데, 2세대는 163마력, 3세대는 150마력, 4세대는 180마력, 5세대는 230마력 6세대는 210마력, 7세대는 230마력에 이른다, 5세대 모델 이후 정체한 것처럼 보이지만, 7세대는 5세대보다 100㎏ 이상 가볍다. 출력을 키우기보다 다이어트를 통해서 성능을 높이는 걸 추구한 결과다. GTI는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230만 대 이상 판매됐다.
8세대 골프 GTI의 부분 변경 모델은 지난 6월에 공개됐다. 이후 7월 중순 소규모 시승회를 통해 다시 한번 골프 GTI의 참모습을 살펴볼 기회가 주어졌다. 소규모 시승회는 자동차 전문기자 열 두 명을 대상으로 선정했는데, 뽑힌 면면을 보니 모두 자동차에 관한 한 '지독한 환자' 수준의 마니아들이다.
![[시승기] 폭스바겐 골프 GTI가 보여주는 '명차의 조건'](https://img.rpm9.com/news/article/2025/09/30/news-p.v1.20250930.ab3dab5735514d65ad056637a1ea855c_P1.jpeg)
외관에서는 IQ. 라이트와 일루미네이티드 로고가 포인트다.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 탑재로 다른 운전자의 눈부심을 줄이면서도 훨씬 좋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밝게 빛나는 로고는 멀리서도 한눈에 폭스바겐 차임을 알려주는 요소다.
신형에서 가장 큰 변화는 훨씬 커진 센터 디스플레이와 MIB4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운전석 클러스터와 연결된 기존의 것도 사용성은 괜찮았는데, 이번에 크기를 12.9인치로 키웠다. 여기에 오디오와 연비, 공조 장치 등의 정보가 한눈에 들어와 시인성과 사용성이 한결 좋아졌다. 한편으로 어떤 기자는 너무 커져서 균형감이 떨어진다는 평도 내린다.
골프 GTI의 백미는 파워와 균형감이다. 작은 차체를 매섭게 몰아칠 수 있는 강력한 엔진 출력과 기민한 변속기, 이를 뒷받침해주는 뛰어난 섀시 감각이 그것이다.
![[시승기] 폭스바겐 골프 GTI가 보여주는 '명차의 조건'](https://img.rpm9.com/news/article/2025/09/30/news-p.v1.20250930.d631453789084f008e4758dcef0c6bd7_P1.jpeg)
서울에서 춘천을 오가는 왕복 270㎞ 시승에서 이 친구는 시종일관 씩씩하게 질주한다. 특히 급코너가 연속으로 이어지는 와인딩 로드에서 탄탄한 섀시가 빛을 발한다. 전기차는 많은 면에서 내연기관 차의 성능을 넘어서고 있지만, 이런 도로에서는 가벼운 내연기관이 유리하다.
이날 참가한 병적 수준의 기자들의 놀라운 운전 솜씨는 짜릿한 기차놀이를 가능하게 했다. 뛰어난 회두성을 지닌 골프 GTI는 앞차와의 거리가 50㎝도 안 되어 보이는 걸 유지한 채 손발을 쉬지 않게 만든다. 코너에서 가속 페달을 땠을 때 들리는 팝콘 소리는 훌륭한 후식과도 같다.
연비는 도심 9.3, 고속도로 13.4, 복합 10.8㎞/ℓ다. 좋은 연비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넘쳐나는 시대에 이 정도 연비는 성에 안 찰 수 있겠다. 그러나 골프에는 성능을 원하면 GTI, 연비를 중시한다면 TDI로 가는 선택지가 있으니 원하는 대로 고르기만 하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유럽에서 판매되는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도 들여오면 좋을 것 같다(틸 셰어 사장님, 제발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시승기] 폭스바겐 골프 GTI가 보여주는 '명차의 조건'](https://img.rpm9.com/news/article/2025/09/30/news-p.v1.20250930.a7024d2cb99a4b5cb54804cc0d1006c2_P1.jpg)
가격은 5268만원인데, 올해 말까지 적용되는 한시적 개소세 인하로 5175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현재 수입차 시장에는 골프 GTI에 비견할 만한 모델은 거의 없고, 현대자동차 아반떼 N 정도가 현존하는 경쟁차다. 아반떼 N은 시티팩 위주로 구성하면 3798만원, 트랙팩 위주로 구성하면 3848만원으로, 가격만 보면 골프 GTI가 불리하다.
그러나 골프 GTI는 수십 년 동안 쌓인 헤리티지와 함께 기계적인 문제가 거의 없는 신뢰성이 큰 자산이다. 전동화로 넘어가면 'I.D. 골프'라는 이름으로 바뀌겠지만, 골프 GTI의 유산과 전통, 가치는 오랜 시간 동안 자동차 마니아 곁에 남을 것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