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을 잡은 택시기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범죄/누아르’와 ‘블랙 코미디’를 동시에 만끽하고 싶다면?

김소연 각본/감독의 <살인범 잡은 택시기사(Taxi Driver Who Caught the Murderer)>는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엑스라지 11 섹션에서, 전 세계 최초로 상영되는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 단편영화이다. 영화진흥위원회 독립 예술영화 제작지원을 받은 작품이다.

영화를 직접 관람하면, 이 영화의 장르가 ‘범죄/누아르’이면서 ‘블랙 코미디’인 것이 와닿는다. 관객은 진지하게 영화에 몰입하면서도, 중간중간 긴장을 해소할 수 있다. 너무 무겁게만 가지 않은 게,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이다. 김소연 감독이 장편영화를 어떤 스타일과 태도(Tone & Manner)로 구현할지 예측하며 관람할 수도 있다.

영화 ‘살인범 잡은 택시기사’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 ‘살인범 잡은 택시기사’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영화 시작부터 관객을 몰입하게 만드는, 시야와 정서의 디테일

<살인범 잡은 택시기사>는 택시 기사(임승범 분)의 얼굴이 스크린 전체에 부각하며 시작한다. 관객은 마치 택시 기사와 아주 가깝게 서서, 얼굴을 마주 보고 있는 듯 느낄 수 있다. 택시 기사의 무표정한 표정과 그에 대비되는 긴밀한 거리감은, 영화 시작부터 관객을 ‘헉’하게 몰입시킨다.

감독은 영화 속 택시 기사를 처음에 관객들 앞에 먼저 가깝게 데려다 놓은 후, 점차 택시 기사에게 감정 이입하게 만든다. 사건 못지않게 등장인물의 감정에도 충실한 영화제 관객은, 정서를 만들고 공유하게 하는 감독의 디테일에 감탄할 수 있다. 그걸 구현하는 임승범의 표정도 영화적으로 무척 매력적이다.

영화 ‘살인범 잡은 택시기사’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 ‘살인범 잡은 택시기사’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다양한 추측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종성 배우의 복합적인 표현력과 연기력

이종성 배우는 등장부터 영화에 가속 페달을 밟는 역할을 한다. 단편영화이기에 등장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화 제목이 ‘살인자’를 포함하고 점에서 이종성 배우의 역할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보면, 첫 등장에서 이종성의 표정 연기와 분장 설정은 이중적으로 느껴진다. ‘가해자’일 수도 있고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두 가지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예측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뻔하게 드러내지는 않겠다는, 배우의 연기가 유독 돋보인다.

영화 ‘살인범 잡은 택시기사’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 ‘살인범 잡은 택시기사’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독립영화의 묘미를 살린 작품

<살인범 잡은 택시기사>는 크고 작은 반전이 연속된다. 우연 같은 상황의 필연적 반복도 이어진다. 캐릭터 간의 갈등과 협력 관계의 극적인 변화도 눈에 띈다. 진지하면서도 해학적인 장면들은 강약 조절, 완급 조절의 역할을 해, 보는 재미를 높인다.

영화를 직접 관람하면, 이 영화의 장르가 ‘범죄/누아르’이면서 ‘블랙 코미디’인 것이 와닿는다. 관객은 진지하게 영화에 몰입하면서도, 중간중간 긴장을 해소할 수 있다.

영화 ‘살인범 잡은 택시기사’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 ‘살인범 잡은 택시기사’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너무 무겁게만 가지 않은 게,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이다. <살인범 잡은 택시기사>는 김소연 감독이 장편영화를 어떤 스타일과 태도(Tone & Manner)로 구현할지 예측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선민 배우와 정현 배우는 실제 등장하는 시간에 비해, 강한 임팩트를 남긴다는 점이 눈에 띈다. 주인공에 감정 이입한 관객을 애타게 만드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영화 속에 빠져든 관객을 제자리로 돌아오게 만든 사람들이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영화 ‘살인범 잡은 택시기사’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 ‘살인범 잡은 택시기사’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