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
2018년 구광모 LG 회장이 취임 이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해 온 자동차 부품 사업(전장 사업)이 글로벌 메이커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 사이에 그 존재감을 인정받는 단계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에너지솔루션 등 LG그룹의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주요 계열사 CEO들은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을 만났다.
이들 계열사는 내연기관차·전기차·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Software Defined Vehicle)를 아우르는 차별화된 솔루션으로 메르세데스 벤츠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LG전자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등 SDV 전환의 핵심 솔루션을 공동으로 개발하며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양사는 점점 커지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트렌드를 반영해 대시보드 전체를 곡면 형태의 파노라믹 스크린으로 구현한 올레드 기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동 개발, 벤츠의 프리미엄 전기차 EQS 모델에 탑재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20년부터 벤츠에 차량용 P(플라스틱)-OLED를 공급,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유연한 플라스틱 기판을 기반으로 뛰어난 화질을 유지하는 동시에 곡면 디자인이 가능한 P-OLED는 벤츠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 하이퍼스크린'에도 적용돼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벤츠와 전기차 배터리 관련 협력을 지속하고 있으며, LG이노텍은 차량용 카메라 모듈·라이다(LiDAR)·레이더(Radar) 등 자율주행센싱 분야에서 협업을 검토 중이다.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도 LG와의 협력에 대해 “벤츠는 전략적인 공동의 파트너십이 차세대 차량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이라고 굳게 믿는다”며 “LG와 혁신·품질·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고, 양사의 강점을 결합함해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기준을 세워갈 차량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이 LG의 전장 기술에 주목하는 근본 배경은 구광모 LG 대표의 선구안과 뚝심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LG는 지난 2000년대 후반부터 자동차 전장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8년 구광모 회장이 LG 대표로 취임한 이후 LG의 각 계열사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역량을 바탕으로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 꾸준한 연구 개발 및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유럽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인포테인먼트(IVI: In-Vehicle Infortainment) 시스템과 고성능 텔레메틱스(Telematics)를 잇달아 수주하는 등 신규 수주잔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 LG전자 VS사업본부의 수주잔고는 100조원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LG는 외형적인 성장 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에도 역량을 아끼지 않고 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사업에서는 모빌리티 트렌드인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역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LG전자는 ▲VS사업본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2018년 인수한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업인 오스트리아 ZKW의 차량용 조명 시스템 ▲2021년 7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함께 만든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등 3대 핵심사업이 고르게 성장하고 있어 향후 실적이 더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LG디스플레이는 P(플라스틱)-OLED, ATO(Advanced Thin OLED), LTPS LCD 등 차별화 기술을 앞세워 차량용 디스플레이 사업을 확대하고 세계 1등 위상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가 2019년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차량용 P-OLED는 기판으로 유연한 플라스틱을 사용해 뛰어난 화질을 유지하면서도 가볍고 구부릴 수 있는 것이 경쟁력이다. ATO는 유리 기판을 사용한 합리적인 가격대가 자랑이다. 또 LTPS LCD는 기존 LCD 대비 대형화 및 고해상도 구현에 유리한 것이 장점이다.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OLED는 LCD 대비 소비전력을 60% 줄이며 등 친환경 기술로 인정받았다. 무게도 80%나 줄였다.
그 결과 글로벌 검사·인증 기관 SGS로부터 업계 최초로 글로벌 환경 규제를 준수하고 유해물질 사용을 최소화했다는 '에코 프로덕트(Eco Product)' 인증을 받았다. 티유브이 라인란드(TUV Rheinland)로부터는 차량용 OLED 최초로 '제품 탄소발자국(PCF, Product Carbon Footprint)' 인증을 획득했다.
P-OLED와 ATO 등 모든 차량용 OLED에 LG디스플레이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핵심 기술인 탠덤(Tandem) OLED 소자를 적용한 덕분이다.
탠덤 OLED는 유기발광층을 2개 층으로 쌓아 기존 1개 층 대비 고휘도, 장수명 등 내구성이 뛰어난 기술이다. 지난해 휘도(화면 밝기)와 수명을 높이고 소비전력도 약 40% 저감한 '2세대 탠덤 OLED'를 양산했다. 올해는 2세대 대비 휘도와 소비전력을 개선하는 '3세대 탠덤 OLED' 개발에 본격 시작해 압도적 기술 격차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 같은 독보적인 제품 경쟁력과 차별화 기술력에 바탕으로 차량용 OLED 양산 4년만에 유럽·북미·한국 등 글로벌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 10곳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LG디스플레이는 앞으로 10인치 이상 '프리미엄'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1위를 수성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2018년부터 6년 연속 10인치 이상 글로벌 대형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LG이노텍은 글로벌 1등 광학솔루션 원천기술을 모빌리티 분야로 확대 적용, ADAS용 센싱 솔루션 1등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LG이노텍이 차량용 '초슬림 픽셀 라이팅(Pixel Lighting) 모듈'을 새롭게 개발했다. 오는 1월 미국에서 열리는 CES 2026에서 혁신상 수상이 확정됐다. LG이노텍이 CES혁신상을 수상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다.
LG이노텍이 CES 2026에서 처음 선보이는 '초슬림 픽셀 라이팅 모듈'은 두께·크기·무게 모두 획기적으로 줄어든 것이 특징이다.
LG이노텍은 지난 1월에 열린 CES 2025에서도 카메라 모듈·라이다(LiDAR)·레이더 등 자율주행용 센싱 부품이 탑재된 미래차 목업(Mock-up)을 선보이며 미래 모빌리티 선도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굳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수요에 대응해 높은 품질의 배터리를 적기에 전기차 제조사에게 제공할 수 있는 공급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이 신뢰하는 수익성 No.1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최근 배터리 수명 향상 기술 'Better.RE(베터.리)'로 'CES 2026 혁신상'을 수상자로 확정됐다. 배터리 기업이 순수 소프트웨어 기술로 CES 혁신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회사 측은 하드웨어를 넘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최고의 기술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자랑하는 Better.Re (배터.리) 솔루션은 '고객 유도형'과 '제어형' 방식으로 나뉜다.
우선 고객 유도형은 배터리 퇴화에 영향을 미치는 16가지 사용자 행동 인자를 바탕으로 맞춤형 수명 관리 가이드를 제공하고, 운전자의 습관 개선을 통해 배터리 성능을 최적화하여 배터리 수명을 최대한 늦추는 방식이다.
해당 기술을 활용한 '배터리 AI 퇴화 분석' 결과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관리 서비스인 '비라이프케어'(B-Lifecare) 등 모바일 앱을 통해 실시간 가이드는 물론 일·주·월간 리포트로 제공된다.
제어형은 퇴화가 가속화될 배터리를 선제 제어하여 수명을 관리한다.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배터리 수명이 70% 이하로 떨어지는 시점을 최대 2배까지 연장시킬 수 있으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교체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장기적인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 전기차 중고 거래나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 사업 등 다양한 BaaS'(Battery as a Service) 사업에도 활용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약 1500만 대의 전기차에 80억개 이상의 배터리 셀을 공급하며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며 “이를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데이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BMS(배터리관리시스템) 고도화 관련 다수의 특허를 확보하는 등 다양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밖에 BMTS 기술을 기반으로 배터리 상시진단 서비스 비라이프케어(B-lifecare), 일회성 배터리 평가 서비스 비원스(B.once) 등 다양한 BaaS 사업을 운영하며 배터리 제조를 넘어 서비스 사업까지 토털 솔루션으로 확장 중이다.
박지환 기자 jh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