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퍼스트 클래스의 승차감, 아우디 A6 e-트론

[시승기] 퍼스트 클래스의 승차감, 아우디 A6 e-트론

수입차 시장의 절대강자인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주력 모델은 5시리즈와 E클래스다. 아우디가 한때 이들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도 동급인 A6의 활약 덕분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 동안 A6의 활약은 부진했다. A6에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5시리즈와 E클래스의 상품성이 워낙 출중했던 탓이다. A6는 출시 후 여러 번 다시 타봤지만 “이렇게 좋은 차가 이것밖에 안 팔린다고?”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아우디는 올 초 16종의 신차 출시를 예고하며 대대적인 반격을 꾀하는 중이다. 지난 8월에는 A6 e-트론을 선보였다. 이 차는 아우디의 PPE, PPC 두 전략적 플랫폼 중 가장 큰 비중의 PPE 플랫폼 모델이다.

[시승기] 퍼스트 클래스의 승차감, 아우디 A6 e-트론

아우디는 6년 전인 2019년에 8세대 A6를 한국에 선보인 바 있다. 이때까지 아우디 A6는 5시리즈, E클래스처럼 세단 또는 왜건으로만 나왔다. 그러니까 A6 e-트론은 A6 역사에서 처음 등장한 순수 전기차 모델이다.

우선 차의 제원을 보자. 길이는 4930㎜, 너비 1920㎜, 높이 1470㎜, 휠베이스 2950㎜다. 세단도 아니고 SUV도 아닌 크로스오버 스타일이 독특하다. 앞에서 뒤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차체 라인은 아우디 양산차 역사상 가장 낮은 0.21 Cd의 공기저항계수를 안겨줬다.

이런 스타일로는 BMW 6시리즈 그란투리스모가 있다. 이 차의 사이즈는 각각 5090, 1900, 1540, 3070㎜다. 너비를 제외하고 6시리즈가 모두 크다. 또한 차체가 높아서 A6 e-트론보다는 조금 더 SUV 느낌이 강하다.

[시승기] 퍼스트 클래스의 승차감, 아우디 A6 e-트론

이러한 형태의 차는 전통적인 세단보다 트렁크 활용도가 높다는 공통점도 있다. A6 e-트론은 트렁크에 502ℓ, 프렁크에 27ℓ의 수납공간을 마련했고, 리어 시트를 접으면 세단에는 잘 들어가지 않는 긴 물건도 실을 수 있다.

운전석은 최근 아우디의 트렌드를 그대로 담았다. 11.9인치 버추얼 콕핏과 14.5인치 MMI 센터 디스플레이가 조합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 10.9인치 동승석 디스플레이를 갖췄고, 센터 콘솔에 달린 작은 버튼을 밀고 당겨서 기어를 조작한다.

양옆에는 일반적인 사이드미러 대신 고해상도 카메라와 OLED 디스플레이가 자리한다. 아우디 e-트론에서 처음 보았던 당시에는 디스플레이가 아래쪽에 있어서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으나, 이번에는 위쪽으로 조금 올라오면서 낯선 느낌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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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라인업에는 전자식으로 유리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스위처블 파노라믹 루프가 장착된다. 아직 동급 경쟁차에는 없는 장비여서 돋보인다.

파워트레인 출력은 후륜구동인 A6 e-트론이 270㎾(367마력), 사륜구동 S6 e-트론이 370㎾(503마력)다. 내연기관 A6의 최고출력이 362마력인 것을 보면, A6 e-트론은 상대적으로 고성능에 포지션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승차감은 이 차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경기도 동북부 시승코스를 오가는데 에어 서스펜션이 보여주는 너무나도 부드럽고 안락한 승차감이 돋보인다. 동급 경쟁차보다 우월한 건 물론이고, 한 급 위 차종과 어깨를 나란히 해도 될 수 있겠다.

[시승기] 퍼스트 클래스의 승차감, 아우디 A6 e-트론

승차감은 부드러운데 그렇다고 출렁거리지 않는 것도 이 차의 장점이다. 전기 배터리가 차체 하단에 안정적으로 무게중심을 잡아주면서 이를 잘 버티도록 설계한 서스펜션 덕분이다. S6 e-트론에는 A6보다 한급 위의 어댑티브 S 에어 서스펜션이 달려있다고 하니, 얼마나 더 좋을지 궁금해진다.

안락한 승차감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장점은 정숙성이다. 전기차 특유의 저소음에다 차체 하부와 유리에서 들려오는 외부 소음을 철저히 차단했다. 고요한 실내와 안락한 승차감은 동승석에 앉았을 때 금세 졸음이 올 정도다.

전비는 A6 e-트론이 도심 4.7, 고속도로 4.2, S6 e-트론이 도심 4.3, 고속도로 4.0㎞/kWh다. 이를 바탕으로 한 1회 충전 주행거리는 A6가 469㎞, S6가 440㎞다. 2020년 한국에 선보인 아우디 최초의 전기차 e-트론의 주행거리가 307㎞인 것을 보면 그동안 비약적인 기술발전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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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아우디 PPE에 적용된 800V 시스템 덕분인데, 동급 최대 수준의 270㎾ 충전 출력으로 10%에서 80%까지 21분 만에 충전이 가능하고 11㎾의 완속 충전도 지원한다. BMW는 현재 205㎾까지 지원하는데, 최근 열린 IAA 2025에서 800V 시스템으로 10분 만에 372㎞ 주행이 가능한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0㎾급 출력을 지원하는데, 2026년부터 600㎾급 충전 출력을 지원하는 고출력 충전 네트워크를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세운다는 전략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EQE SUV에 이어 최근 EQA 화재 사건까지 발생해 벤츠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 있는 상태다.

판매가격은 A6 e-트론 어드밴스드 9459만원, S라인 1억210만원, S라인 블랙 에디션 1억586만원, S6 e-트론은 1억1624만원이다. 8세대 A6는 출시 당시 6679만~7024만원으로 출시된 것과 비교하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순수 전기차임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아직 낮은 충전 비용을 생각하면 큰 차이는 아니다. PPC 플랫폼이 적용된 내연기관 A6도 뒤이어 나올 예정이라는 점도 참고하자.

[시승기] 퍼스트 클래스의 승차감, 아우디 A6 e-트론

경쟁 브랜드에서 전기차이면서 가격이 비슷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SUV는 1억350만~1억990만원으로 더 비싸다. 그러나 벤츠 전기차는 화재 사태 여파로 인해 할인 폭이 커서 실제 가격 차이는 줄어든다.

A6 e-트론은 앞으로 등장할 A6 내연기관차와 함께 아우디를 이끌어 갈 중심 모델이다.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영역을 확장해갈 아우디의 미래가 기대된다.

장점: 동급에서 가장 우수한 승차감과 정숙성

단점: 경쟁차보다 단조로운 실내 컬러. 개성을 원한다면 아우디 익스클루시브 오더로 주문할 것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