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바람의 아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5/07/news-p.v1.20250507.eb9c98a4ec8b4746b5eab0c755070bcf_P1.jpg)
'그란투리스모(Granturismo)'는 스포티한 자동차로 장거리를 편안하게 가고 싶은 이를 위해 태어난 차를 말한다. 영어로는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다.
이 장르에 해당하는 차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전동화 전환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의 예산에 빠듯해진 데다, 스포티한 세단을 표방한 4도어 쿠페의 등장으로 설 자리가 줄어든 까닭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세라티 코리아가 최근 선보인 그란투리스모는 아주 반가운 차다. 이름 자체가 그란투리스모이니 얼마나 이 장르에 충실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2007년 첫 등장…2023년 2세대로 진화
![[시승기] '바람의 아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5/07/news-p.v1.20250507.52d17ead67be44d88e83166a254424c9_P1.jpg)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1세대 모델(M145)은 지난 2007년에 처음 나왔다. 4200 GT의 후속작으로 등장한 이 차는 컨버터블 버전인 그란 카브리오도 나왔고, 제다, 펜디와 협업한 스페셜 모델도 출시했다. 페라리의 V8 4.2ℓ 또는 4.7ℓ 엔진을 얹어서 배기음이 매력적이라는 평을 들었다.
2세대 모델(M189)은 1세대가 단종된 지 약 4년 만인 2023년에 나왔다. 이번에 한국에 소개된 모델로, 같은 차체에서 내연기관과 전기차가 나오는 게 특징이다.
차체 크기는 4959㎜, 너비 1957㎜, 높이 1353㎜, 휠베이스 2929㎜다. GT카의 특성에 어울리게 차체 길이나 휠베이스가 넉넉하게 설계됐다. 경쟁차인 메르세데스 AMG GT는 길이 4728㎜, 너비 1929㎜, 높이 1354㎜, 휠베이스 2700㎜로, 거의 모든 면에서 그란투리스모보다 작다.
![[시승기] '바람의 아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5/07/news-p.v1.20250507.9adfc034e83644b0916cc4f033b1c149_P1.jpg)
그란투리스모처럼 낮은 차체의 스포츠카에 전기차 버전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마세라티는 LG 에너지솔루션에서 제작한 T자형 배터리를 장착해 차체를 낮게 완성했다.
오랫동안 써온 페라리 자연 흡기 엔진 대신에 마세라티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네튜노 엔진을 얹는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네튜노 엔진은 기블리, 그레칼레 등에 이미 얹어서 낯설진 않다.
내연기관인 모데나, 트로페오 모델과 전기차인 폴고레 중 기자에게 먼저 배정된 차는 모데나. 같은 조의 기자가 먼저 운전했는데, 시종일관 정속 주행하는 탓에 옆에서는 전혀 감흥을 느낄 수 없다.
중간 기착지에서 자리를 바꾸자마자 주행모드를 바꿔가며 속도를 높였다. 바람처럼 질주하는 모습에서 “역시 마세라티군…”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승차감과 엔진 반응이 순딩순딩하던 차가 GT, 스포츠, 코르사로 올라갈수록 온몸의 솜털이 일어선다. 특히 코르사 모드에서 커지는 배기음과 단단해지는 승차감이 예술이다.
![[시승기] '바람의 아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5/07/news-p.v1.20250507.624bcd132a5e4e80b9a70ef876385c76_P1.jpg)
다만 마세라티에 얹었던 페라리 엔진의 배기음을 경험한 이라면 약간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페라리 엔진의 배기음은 저음과 중음, 고음이 잘 조화된 타입이라면, 네튜노 엔진은 중저음이 on, off 되는 느낌이랄까. 엔드 머플러에 가변 밸브를 달아서 이 배기음을 좀 더 매력적으로 다듬으면 좋겠다.
변속기는 높은 엔진 회전수를 매끄럽게 잘 커버한다. 시프트 패들로 다운 시프트를 시도하면 7000~8000rpm에서도 엔진과 변속기가 전혀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타이어 크기는 앞 265/30 ZR20, 뒤 295/30 ZR21이다. 시승차에는 피렐리 P제로가 장착됐는데, 접지력과 승차감에서 흠잡을 데 없었다.
![[시승기] '바람의 아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5/07/news-p.v1.20250507.658e4e1714a549f9a82c5c89834aca30_P1.jpg)
돌아오는 길에는 전기차 버전인 폴고레 모델을 시승했다. 이 차는 내연기관 모델과 똑같은 차체에 778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앞에 1개, 뒤에 2개의 영구자석 모터가 장착돼 최대토크 137.8㎏·m를 뿜어낸다.
0→100㎞/h 가속시간은 2.7초, 최고시속 325㎞다. 모데나 모델은 0→100㎞/h 가속시간이 3.9초로 훌륭한 수준인데, 폴고레는 전기차 특유의 강력한 초반 가속이 더욱 돋보인다. 다만 돌아오는 길의 정체가 심해 모데나 모델만큼 가속 페달을 밟아보진 못했다. 추후 시승차가 마련되면 다시 테스트해볼 생각이다.
마세라티 관계자는 시승회 전에 “폴고레 모델에는 마세라티가 1년여 동안 조율한 특유의 전기차 사운드가 탑재됐다”라고 말했었다. 실제 사운드는 기대에 못 미친다. 기자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페라리 엔진의 매력적인 사운드가 각인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다른 차에서 느낄 수 없는 사운드가 마세라티의 매력 중 하나라고 한다면, 전기차 사운드는 더 독특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겠다.
![[시승기] '바람의 아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5/07/news-p.v1.20250507.e3a688d61c3b4f01964d4f82cb1ed4ca_P1.jpg)
이 차에는 굿이어 이글 F1 타이어가 장착된다. 오는 길에 몰아본 모데나 시승차에는 피렐리가 장착됐지만, 이날 시승차에는 굿이어가 더 많이 장착됐다.
800V 시스템을 탑재한 폴고레는 최대 270㎾ 출력으로 5분 충전에 100㎞를 달릴 수 있고, 1회 충전으로 최대 450㎞를 주행할 수 있다. 800V 시스템을 장착한 현대차 그룹의 E-GMP 기반 전기차가 최대 350㎾를 지원하는 것에 비하면 조금 낮지만, 이 정도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배터리 용량 20%에서 80%까지 충전하기까지는 18분이 걸린다.
이 차의 특징 중 하나는 중속 수준의 22㎾ 충전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는 7㎾ 또는 11㎾ 완속 아니면 50㎾ 이상의 급속 충전망만 깔려 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22㎾ 중속 충전망 보급이 늘고 있다. 11㎾ 완속 충전의 두 배 수준이어서 충전 시간이 확 줄어드는 장점이 있는데, 이 속도를 지원하는 전기차는 우리나라에 거의 없다. 22㎾는 1시간 충전으로 100㎞를 달릴 수 있어 효용성이 높다.
![[시승기] '바람의 아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5/07/news-p.v1.20250507.b97181fdf7814b1ea89502f62004404a_P1.jpg)
럭셔리카나 스포츠카를 모는 이들은 높은 유지비용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폴고레 모델은 그런 면에서 이득이 있다. 엔진오일이나 점화플러그, 점화코일 등을 교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판매가격은 그란투리스모 모데나가 2억2470만원부터이고 그란카브리오는 2억4230만원부터 시작된다. 550마력의 트로페오 모델은 그란투리스모가 3억270만원부터, 그란카브리오는 3억1670만원부터 시작된다. 또한 폴고레 모델은 그란투리스모가 2억6620만원부터, 그란카브리오가 2억8380만원부터 시작되고, 모든 모델은 다양한 옵션 조합이 가능하다.
마세라티는 지난해 7월, 그간의 딜러 시스템 대신 한국 법인을 직접 설립하고 한국 시장 공략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이후 계속된 신모델 출시와 시승 행사를 통해 예비 구매 고객에게 다가가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마세라티의 의지가 늘어나는 럭셔리카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