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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연극] ‘녹천에는 똥이 많다’ 불같은 질투심! 쪼잔함인가? 사랑인가?

발행일 : 2019-05-18 15:51:25

두산연강재단 주최, 두산아트센터 제작 <녹천에는 똥이 많다>가 5월 14일부터 6월 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 중이다. 이창동 원작, 윤성호 각색, 신유청 연출로 ‘두산인문극장 2019 : 아파트’의 일환으로 펼쳐진다.
 
정미숙(김신록 분), 홍준식(조형례 분), 강민우(김우진 분)의 이야기로 송희정, 박희은, 이지혜, 우범진, 하준호 배우는 소리들을 비롯한 1인 다역을 소화한다. 관계성과 가족의 이야기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맞게 펼쳐지는데, 준식의 불같은 질투심 속에서 쪼잔함을 느끼는 관객도 있을 것이고, 사랑을 찾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 공연사진.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녹천에는 똥이 많다’ 공연사진.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 구체적인 공간이 아닌 추상적인 공간의 느낌
 
각색을 맡은 윤성호는 원작의 시대 배경을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으로 예상했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의 무대는 구체적인 공간이 아닌 추상적인 공간의 느낌을 준다. 지금 공연이 펼쳐지는 장르는 연극이 아닌 소설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역동적인 연극을 보는 게 아니라 소설을 눈으로 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특히 전반부에는 더욱 그러하다. 현대적인 연극이 아닌 정통 스타일의 연극처럼 연출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 공연사진.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녹천에는 똥이 많다’ 공연사진.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대사가 아닌 지문을 방백으로 표현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연극 속에 소설적 요소들을 그대로 유지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지문을 내레이션보다는 방백으로 관객에게 전달해 색다름을 전달한다.
 
내레이션(Narration)은 영화나 연극 등에서 화면 또는 장면에 넣는 해설을 뜻한다. 등장인물이 아닌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성우의 목소리를 통해 해설을 하는데, 배우가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채 성우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 공연사진.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녹천에는 똥이 많다’ 공연사진.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독백(Monologue, 獨白)은 연극에서 배우가 상대방 없이 혼자 말하는 것을 뜻하며, 방백(Aside, 傍白)은 다른 등장인물을 듣지 못하고 관객들만 들을 수 있다는 설정 하에 펼쳐지는 특수한 독백이라고 볼 수 있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에서 소리들의 이야기는 내레이션처럼 펼쳐질 때도 있지만 방백의 형태를 선택할 때도 많다는 점이 특이하다. 마이크를 통해 들리는 목소리와. 육성이 공존하는 것이고, 마이크를 사용하는 공간과 육성으로 펼쳐지는 공간이 공존하는 것이다. 관객은 처음에 이런 공존이 신선할 수도 어색할 수 있지만, 점차 극의 형태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 공연사진.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녹천에는 똥이 많다’ 공연사진.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 관계성과 가족! 불같은 질투심 속에서 쪼잔함을 느끼는 관객도 있을 것이고, 사랑을 찾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자기 집을 가지고 싶었던 준식은 갑자기 찾아온 동생 민우와 자신의 부인 미숙이 친해진 것이 불편하다. 아내에 대한 의심과 불편한 상상을 하게 되는데, 자신감의 부족과 동생에 대한 콤플렉스가 발동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자신감 부족과 콤플렉스는 단지 현재의 모습이 아닌 어릴 적부터 가졌던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동생이 오고 나서 아내는 진실한 삶에 대해 따지기 시작했고, 동생과 정신적 교감을 한 후 더욱 공허함에 빠진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에서 형이 그 당시의 시대 상황에 충실한 현실적인 인물이라면, 동생은 미래를 꿈꾸는 다소 판타지적인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 공연사진.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녹천에는 똥이 많다’ 공연사진.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지난 시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기성세대가 아닌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층은 연극 초반에는 공감이 잘 안될 수도 있다. 시대상의 변화를 대책 없는 순수함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연극 후반부로 가면서 대부분의 관객은 크게 공감하게 될 것이다. 형에게 반감을 가졌던 관객이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마무리는 인상적이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는 관객 각자의 성향에 따라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요소가 있다. 준식의 불같은 질투심 속에서 쪼잔함을 느끼는 관객도 있을 것이고, 사랑을 찾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 공연사진.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녹천에는 똥이 많다’ 공연사진.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 묵은 감정의 배설
 
<녹천에는 똥이 많다>는 제목에서부터 ‘똥’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관객은 변기의 모습을 공연 내내 볼 수 있으며 변기 물 내리는 소리 또한 가끔 들을 수 있는데, 묵은 감정의 배설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형 준식은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가지고 있는데, 과거와 현재의 답답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과 연결해 생각할 수도 있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에서 묵은 감정은 연극이 펼쳐지는 2019년 현재와 이야기가 펼쳐지는 연극 속 시간의 차이라는 관점에서 볼 수도 있고, 연극 속에서 성인이 된 준식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생기는 시간의 차이라는 관점에서 볼 수도 있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 공연사진.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녹천에는 똥이 많다’ 공연사진.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관객은 각자의 나이와 경험에 따라 두 가지를 모두 상상하며 느낄 수도 있고, 하나는 회상으로 하나는 상상으로, 혹은 둘 다 자신이 살아왔던 시간의 회상으로 <녹천에는 똥이 많다>에서의 시간 차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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