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발레

[ET-ENT 발레] 국립발레단 ‘마타 하리’ 화초의 움직임, 말미잘의 촉수 같은 유려함으로 이국적인 정서를 표현한 김지영

발행일 : 2018-11-01 14:16:44

국립발레단 제176회 정기공연 <마타 하리>가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안무가 레나토 자넬라가 국립발레단을 위해 안무한 새로운 버전의 작품으로, 화려했지만 기구한 운명을 산 팜파탈 마타 하리가 자유를 갈망하는 댄서로 부활한다.
 
<마타 하리>는 원래의 이야기 자체가 가진 스토리텔링과 내면 심리, 쇼스타코비치의 음악 모두 표현하기 쉽지 않은데, 국립발레단의 새로운 도전에 감탄하게 된다. 화초의 움직임, 말미잘의 촉수 같은 유려함으로 이국적인 정서를 표현한 마타 하리 역의 발레리나 김지영이 돋보인 시간이었다.

‘마타 하리’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마타 하리’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 표현하기 쉽지 않은 마타 하리의 내면세계와 정서! 쉽지 않은 음악과 더 쉽지 않은 안무를 소화한 국립발레단!
 
<마타 하리>의 서곡은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대극장 발레에서의 웅장한 시작과는 다르게 경건하면서도 애잔한 정서를 표현한다. 반원형 무대로 꾸며졌고 문과 창의 크기 또한 컸는데, 작고 아기자기한 소품이 없는 무대 자체는 큰 정서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영상은 고전적인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져 인도네시아 자바섬과 프랑스 파리의 분위기를 다르게 연출했다.
 
<마타 하리>는 몸으로 마타 하리를 표현하는 작품이다. 내면의 표현에는 갈구, 제지, 좌절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마타 하리의 스토리텔링과 내면 심리,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자체가 발레로 표현하기에 쉽지 않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국립발레단의 도전정신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마타 하리’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마타 하리’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마타 하리>는 스토리텔링이 쉽지 않다. 원래 이야기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뮤지컬로 표현될 때에도 마타 하리의 내면 정서를 따라가는 게 쉽지 않다. 마타 하리는 그만큼 다채롭고 입체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대사가 없이 표정과 움직임만으로 스토리텔링과 내면 심리를 표현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해 국립발레단은 정말 많이 준비했다는 것을 직접 관람하면서 느낄 수 있었다.
 
제1막에 사용된 음악인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10번’과 제2막에 사용된 역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5번’은 명확한 박자의 나눔을 필요로 하는 안무로 표현하기에는 쉽지 않은 곡이다. 게다가 불안감을 조성하는 리듬은 안무에 그 정서를 담아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마타 하리’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마타 하리’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음악과 동작이 딱딱 맞지 않은 것을 보며 연습할 때부터 매우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됐다. 사용된 음악은 발레나 라틴댄스처럼 박자에 맞춰 동작이 명확하게 이뤄지는 춤에서는 안무 표현이 쉽지 않은데, 쇼스타코비치의 두 교향곡은 고전 무용이나 현대 무용에서 사용되면 더 어울렸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발레 워킹이 아닌 일반 워킹도 많이 나왔는데, 무용극의 느낌이 들기도 하고 발레를 기반으로 한 댄스 뮤지컬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안무가 레나토 자넬라는 스토리텔링을 친절하게 안무로 풀기보다는 그 안에 있는 내면과 정서를 주로 표현했다. 신나고 밝은 행동보다는 진하고 깊은 과정이 표현된 시간이 많은데, 이 정서가 마타 하리의 정서인지 안무가의 정서인지 궁금한 부분도 많았다.

‘마타 하리’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마타 하리’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무대 조명이 어두운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좌석의 관객은 디테일을 확인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히 강렬한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보이는 동작의 디테일과 정서가 어둠 속에서 묻히는 경향이 있었다.
 
게다가 안무가 쉽지 않았는데, 난도가 어렵다기보다는 정서적으로 기본적인 발레 동작 같지 않은 변형된 동작이 많았기 때문이다. 발레 같은데 발레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관객도 있고, 관객들이 박수칠 타이밍을 찾기 쉽지 않다.
 
처음 연습한 작품을 무대에 올려 멋진 안무를 펼치고도, 춤을 못 춰서가 아니라 관객이 언제 박수쳐야 할지 몰라 박수를 못 받는다는 안타까움을 무용수들은 가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안무를 소화한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에게 감탄하게 되는 시간이라고 느껴진다. <마타 하리>를 직접 감상한 관객은 각자의 성향에 따라 깊은 감동에 벅차오를 수도 있고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다.

‘마타 하리’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마타 하리’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 화초의 움직임, 말미잘의 촉수 같은 유려함으로 이국적인 정서를 표현한 김지영
 
마타 하리 역을 맡은 무용수 중 한 명인 발레리나 김지영은 화초의 움직임, 말미잘의 촉수 같은 유려함으로 이국적인 정서를 표현했다. <마타 하리>의 공중 동작은 달려와서 공중 동작을 하기보다는 같은 위치에 있다가 공중 동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김지영은 정말 가볍게 공중으로 오르는 경이로움을 보여줬다.
 
이런 동작에서의 조명이 좀 더 밝았으면 관객들이 그 디테일한 움직임에 더욱 감동받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내용상 전막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만약 갈라 공연을 한다면 무대를 밝게 해 김지영의 마타 하리를 더욱 생생하게 향유하면 더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타 하리’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마타 하리’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