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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무용] 전미숙무용단 ‘Talk to Igor’ 전미숙의 결혼에 대한 성찰 ‘결혼, 그에게 말하다’

발행일 : 2018-07-16 10:48:03

전미숙무용단의 <Talk to Igor>가 7월 15일과 16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됐다. ‘결혼, 그에게 말하다’라는 부제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i)에게 전하는 안무가 ‘전미숙’의 결혼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Talk to Igor’ 공연사진, 사진=BAKI 제공 <‘Talk to Igor’ 공연사진, 사진=BAKI 제공>

◇ 무슨 일을 하더라도 아이를 꼭 챙겨야 하는 엄마의 모습
 
<Talk to Igor>는 전미숙 안무로 정지윤, 차진엽, 김영진, 김형민, 이용우, 김성훈, 정태민, 최수진, 임종경, 배효섭, 신호영이 출연한다. 무대의 막이 오르기 전, 관객석의 불이 꺼지기 전에, 의성어 같은 노래로 공연은 시작된다.
 
관객석 뒤에서 아기를 안고 여인은 입장하는데, 노래에 대한 아이의 반응은 옹알이처럼 들리기도 하고, 추임새처럼 들리기도 한다. 아이를 안고 노래를 부르며 무대에 오르는 여인의 모습은, 무슨 일을 하더라도 아이를 꼭 챙겨야 하는 엄마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엄마는 워킹맘일 수도 있고 전업주부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Talk to Igor’ 공연사진, 사진=BAKI 제공 <‘Talk to Igor’ 공연사진, 사진=BAKI 제공>

아이 인형이 아니라 진짜 아이와 함께 무대에 오른 것은 의미 있게 여겨진다. 아이와 함께 한다는 것을 단지 상징적으로 알려주는데 그치지 않고 현실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기악의 연주 없이 노래 부르는 모습 또한 다른 도움 없이 혼자 무언가 처리해야 하는 엄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기악의 도움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는 변수를 단지 독특한 무대 설정이라고 보는 관객도 있겠지만, 엄마의 마음에 감정이입하면 무척 현실적인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는 것을 파악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Talk to Igor’ 공연사진, 사진=BAKI 제공 <‘Talk to Igor’ 공연사진, 사진=BAKI 제공>

◇ 라인댄스를 추는 대형으로 설치된 마이크 거치대
 
무대에 막이 오르면 남녀 무용수가 한 명씩 무대에 미리 올라와 있는데, 더욱 눈에 띄는 점은 마치 라인댄스를 추듯 가로 다섯 줄, 세로 아홉 줄로 마이크 거치대가 설치돼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와 마이크 거치대는 무대 공간을 만들면서 어디에서든 마이크를 통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공연 처음부터 시작된 음악이 무대의 정서를 이끌기 때문에, 무용 공연이 아닌 뮤직비디오를 라이브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Talk to Igor’ 공연사진, 사진=BAKI 제공 <‘Talk to Igor’ 공연사진, 사진=BAKI 제공>

조명과 함께 분위기가 전환되며, 서양식 결혼식을 연상하게 만드는 흰색의 의상을 입은 10명의 무용수의 본격적인 안무는 대사와 함께 이어진다. 연극배우 못지않게 많은 대사를 소화하며 안무를 펼치는 무용수의 대사는 안무가의 자전적 이야기처럼 들린다.
 
무대 위 대사는 독백처럼 들리기도 하고 이고르에게 전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이고르 또한 특정 인물을 지칭한 것이기도 하지만 상징적인 존재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혼자 사는 즐거움, 누군가 같이 있는 유대감과 안전감 사이에서 어떤 느낌을 받을 것인지도 마찬가지이다.

‘Talk to Igor’ 공연사진, 사진=BAKI 제공 <‘Talk to Igor’ 공연사진, 사진=BAKI 제공>

◇ 여자 무용수가 계속 마이크로 가는 것을 막는 남자 무용수
 
<Talk to Igor>를 보면 여자 무용수가 말을 하기 위해 계속 마이크를 향해 가는 것을 남자 무용수가 제지하는 장면이 나온다. 들어줄 만큼 들어줬으니 이젠 더 이상 듣지 않겠다,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진다.
 
무용수들은 안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이크 거치대를 치우기도 하고, 의자를 배치하고 재배치하기도 하는데, 주변 환경이 알아서 변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행동을 한다는 뉘앙스를 전달한다고 느껴졌다.

‘Talk to Igor’ 공연사진, 사진=BAKI 제공 <‘Talk to Igor’ 공연사진, 사진=BAKI 제공>

모두 흰색의 의상을 입고 있던 무용수들은 공연 마지막에 각각의 다른 색깔 의상으로 갈아입고 나오는데, 결혼식의 흰색 의상처럼 누구나 같은 마음으로 시작했더라도 각자의 색깔을 나타내게 된다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이고르로 상징되는 존재에게 지속적으로 말한 결혼에 대한 이야기는 흰색에 각각의 색을 입히게 된다는 뜻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Talk to Igor>는 너무 연극적으로 흐르지도 않고, 너무 무용적인 면에 속박되지도 않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만 너무 집착하지도 않고, 표현하려고 하는 안무에만 초점을 맞추지도 않으면서, 전체적인 균형과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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