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문화재단, 집나온시 주최 <어떤 시인의 하룻밤>이 7월 4일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에서 공연됐다. ‘아르튀르 랭보를 만나다’라는 부제처럼 시인 아르튀르 랭보의 시를 연극, 뮤지컬, 인형극, 무용, 클래식 음악으로 풀어낸 공연으로 입체적인 낭독 공연이라고 볼 수도 있다.

◇ 시를 무대공연으로! 시의 시각화, 시의 청각화, 시의 공감각화
<어떤 시인의 하룻밤>은 시를 무대공연으로 만든 작품이다. 시의 시각화, 시의 청각화, 시의 공감각화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연극, 뮤지컬, 인형극, 무용, 클래식 음악, 낭독 공연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
시에 대한 재해석을 한 작품으로, 적확하게 말하자면 시의 내용에 대한 재해석이라기보다는 시의 전달에 대한 재해석을 한 작품이다. 평면의 종이 위에서 활자로 듣거나, 시 낭독의 경우 단지 청각으로만 듣게 되는 시를 입체적으로 경험하는 시간이다.

배우 김수정, 김은총, 박종욱, 정병묵, 정아영, 김보건, 우지연이 출연하고, 피아니스트 김인규, 바이올리니스트 김예솔, 첼리스트 이서연의 라이브 연주로 진행됐다. 탈을 이용한 인형극의 표현은 전제를 인형극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설적이라기보다는 시적인 연출법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 랭보를 알아야, 랭보의 시를 알아야 볼 수 있는 공연인가?
<어떤 시인의 하룻밤>은 편하게 뉘앙스를 따라가며 관람하면 편하게 보고 들을 수 있는 공연이고, 랭보의 시가 주는 의미를 촘촘히 따라가면 한시도 쉴 틈 없이 빠르게 진행된다고 느낄 수 있는 공연이다.

‘앉아있는 사람들’, ‘멜랑콜리아’, ‘지고이네르 바이젠(Zigeunerweisen)’, ‘발 없는 새’, ‘견습생 마법사’,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 ‘질투는 나의 힘’, ‘취한 배’를 공연에서 만날 수 있는데, 랭보의 시를 모두 파악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지 않고도 충분히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다른 장르의 표현이 없이 시 낭송만 펼쳐지는 시간 또한 행간의 의미를 다 파악하며 따라갈 수도 있지만, 뉘앙스만 만끽하며 즐길 수 있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물론 랭보의 시를 좋아하는 관객은 두말할 것도 없이 <어떤 시인의 하룻밤>에서 행복하게 시를 향유할 수 있다.

◇ <어떤 시인의 하룻밤>이 우리에게 주는 자유
기형도 시인의 시 ‘질투는 나의 힘’에 보면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선배들과 어른들에 의해 정해진 삶을 산 많은 사람들에게 직면하게 만듦과 동시에 이제는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정형화된 삶을 살지 않고 자유로움읗 추구한 시인의 시는 사람들에게 저항과 일탈을 자극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이 정해 준 대로 살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의 자유를 선사하기도 한다.

랭보의 시에 감동받은 사람이 <어떤 시인의 하룻밤>을 관람할 경우, 입체적인 전달 방법의 힘으로 더욱 와닿는 경험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거나 어쩌면 펑펑 울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