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성 감독의 ‘동행(A Walk, Together)’은 제2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2nd Ulju Mountain Film Festival; UMFF2017) 울주서밋2017 섹션의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로, 세계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월드 프리미어 상영작이다.
연인으로 보이는 재민(신현탁 분)과 민경(김민경(미람) 분)은 함께 산을 오른다. 산의 구석구석을 지나며 함께 했던 시간은 지루함과 애틋함이 공존하는데, 두 사람은 솔직한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함께 했던 시간의 지루함과 애틋함,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 일상을 돌아보다
‘동행’에서 재민과 민경은 자주 가던 산을 다시 오르면서 추억을 회상하기도 하고 서로에게 속상했던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에게 산은 일상적인 공간이면서도 비일상적인 공간인데, 관객들에게는 비일상적인 공간에서 일상을 돌아보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김준성 감독은 전작인 단편 영화 ‘불륜’에서도 제목이 연상하게 만든 남녀 관계에 대한 대반전을 줬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재민과 민경의 현재 관계가 반전처럼 밝혀지면서 제목이 주는 이미지를 더욱 명확하게 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민경은 재민에게 ‘오빠’라고 부르기도 하고 ‘너’라고 부르기도 하고 ‘재민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호칭이 주는 뉘앙스는 그들의 현재 관계와 과거 관계를 오버랩할 수 있도록 상상력을 자극한다.
◇ 등산을 같이 다녔던 커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동행’에서의 소소한 일상은 등산을 같이 다녔던 커플에게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다가올 것이다. 아이디어 돋보이는 반전 또한 세심한 감정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데, 산이 주는 너그러움 속에서 민감하지 않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영화가 영웅들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하고,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하는 것처럼,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영화 또한 전문적인 등산, 산에서의 첨예한 갈등을 다룬 영화도 있지만 ‘동행’처럼 우리와 함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도 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주제가 특정된 영화제이긴 하지만, 마니아들의 이야기만은 아닌 사람 사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영화제에 참여할 때 반드시 특정 주제에만 초점을 맞춰 관람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동행’과 같은 9편의 월드 프리미어 상영작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