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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UMFF2017(3) ‘그림자 놀이’ 파괴적 공격성을 동심으로 승화하다

발행일 : 2017-09-21 17:30:02

황성하 감독의 ‘그림자 놀이(Shadow Play)’는 제2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2nd Ulju Mountain Film Festival; UMFF2017) 울주비전 섹션의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로, 세계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자작나무 숲에 사는 아이들은 어느 날 그림자 놀이를 통해 환경오염에 저항하게 된다. 공장에서 뿜어내는 시커먼 구름의 그림자가 아이들을 공격하자, 아이들은 역으로 그림자를 이용해 공장을 무너뜨릴 계획을 세운다.

‘그림자 놀이’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그림자 놀이’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 상상하던 놀이가 현실이 된다, 동심을 통해 인간 내면에 감춰진 공격성을 긍정적 해결하다

‘그림자 놀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림자가 빛의 차단을 통해 펼쳐진 허상에 머물지 않고 생명력과 파괴력을 가졌다고 가정하는 동심에서부터 작품은 시작한다.

손으로 만들어내는 귀여운 놀이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그림자는 무서운 파괴 도구가 된다. ‘그림자 놀이’에서 그림자는 등장인물의 아바타이자, 자신의 일부분의 단면을 극대화할 수 있는 증폭장치이다.

‘그림자 놀이’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그림자 놀이’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 그림자는 어쩌면 우리가 여기저기 뿌려놓은 우리의 분신일 수도 있다

‘그림자 놀이’에서 그림자는 파괴적 공격성을 가진 대상이다. 그런데, 그 그림자는 그림자를 만드는 사람에 의해서 구현된다. 나 안의 또 다른 내가 대상이 돼 활동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림자는 내가 여기저기 뿌려놓은 나의 분신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그림자가 가진 공격성을 동심으로 승화해 그림자를 부정적 이미지로만 그리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애니메이션은 동심을 유지하기 위해 악당도 극한의 악당이 아닌 허술한 면이 있는 악당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림자 놀이’에서의 설정과 선택은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자 놀이’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그림자 놀이’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그림자 놀이’가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확장된다면 어떨까? 특정한 조건에서 그림자를 통제할 수 있는 영웅과 빛을 방해해 그림자를 방해하는 악당의 이야기는 재미가 있을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림자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나타낼 것이고, 기존의 음의 이미지와 더불어 새로운 시대상, 새로운 영웅상의 배경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감독의 차기 작품이 기대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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