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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UMFF2017(6) ‘산나물 처녀’ 사랑은 진정한 마음이 아닌 마법이었나?

발행일 : 2017-09-24 20:16:29

김초희 감독의 ‘산나물 처녀(Ladies Of The Forest)’는 제2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2nd Ulju Mountain Film Festival; UMFF2017) 울주서밋2017 섹션의 단편 픽션 영화로, 세계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월드 프리미어 상영작이다.

이 영화는 감독이 해설자로 나서 마치 구연동화를 들려주는 느낌을 준다. 미지의 행성에서 남자를 찾아 지구로 날아온 씩씩한 노처녀 순심(윤여정 분)의 적극성이 초반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산나물 처녀’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산나물 처녀’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 알면서 보는 고차원적인 유머

‘산나물 처녀’는 순심뿐만 아니라 10년 동안 나물만 캔 달래(정유미 분)가 산골에서 진짜 짝인 남자를 만나기를 원하고, 씀바귀에 대해서는 이별의 맛이라고 표현하는 등 고차원적인 유머를 구사한다.

꽃사슴(배유람 분)과 사냥꾼(신석호 분)의 모습은 마치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역할극을 보는 듯 재미를 주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뒤틀어서 섞어놓아 알면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산나물 처녀’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산나물 처녀’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기존에 사람들이 알고 있던 이야기에서 남녀의 역할을 바꾼 점도 흥미로운데, 하늘에서 내려온 남자 천사 리차드(안재홍 분)와 찰스(정다원 분)는 그 모습만으로도 흥미를 준다.

‘산나물 처녀’는 단편 영화가 줄 수 있는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으로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 간에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들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마니아가 아닌 영화제를 처음 찾은 관객들에게는 이런 재미를 주는 작품을 관람 리스트에 넣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산나물 처녀’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산나물 처녀’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 사랑은 진심이 아니라 마법이었나? 진정한 사랑,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코믹하게 그려낸 우화적 러브스토리

‘산나물 처녀’는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가 벗겨졌을 때의 상황을 무척 실감 나게 표현하고 있다. 사랑이 마법이었나? 아니면 사랑은 진정한 마음이었나? 동화 같은 러브스토리는 우화적인 현실의 시트콤처럼 변하는데, 심리를 표현하는 방법과 과정의 아이디어가 주목된다.

‘산나물 처녀’를 웃고 즐기며 보다 보면, 진정한 사랑, 진정한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남녀의 입장 변화, 주도권의 변화,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과 사랑에 대해 당당한 마음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할 수도 있다.

‘산나물 처녀’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산나물 처녀’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만약에 ‘산나물 처녀’에서 남녀의 역할이 바뀌지 않았으면 다소 진부하고 식상한 이야기로 들렸을 수도 있다. 남녀의 역할이 바뀌었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것은, 기존의 남녀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얼마나 우리에게 크게 작용했는지를 역설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산나물 처녀’의 스토리를 영화의 내용이라고 미리 알려주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이상한 이야기라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직접 영화를 보면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우리의 태도도 고정관념이 아닐까?

‘산나물 처녀’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산나물 처녀’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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