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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3) ‘모놀로그’ 같이 있으면서도 충실하지 않는 건 이기적인 자기만족이다

발행일 : 2017-07-04 14:39:23

김지룡 감독의 ‘모놀로그(Monologue)’는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희극지왕 부문에 진출한 단편영화이다. 바닷가 마을 하굣길에 남학생(김현목 분)은 사진 찍기에 바쁘고, 옆에 있는 여자친구인 여학생(이지원 분)이 불만을 토로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작품은 짝사랑하는 사이가 아닌 사귀는 사이일지라도 서로 감정의 깊이와 온도차, 진지함이 달랐을 경우 더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받는지를 이미지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어디선가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영화 속 에피소드는 시대적 분위기와 어울린다.

◇ 같이 있으면서도 상대방에게 충실하지 않는 것은 이기적인 자기만족이다

‘모놀로그’ 초반 여학생의 표정은 심히 불만스러움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 찍기에 몰두하며 나한테 집중하지 않는, 집중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우선순위로 조차 여기지 않는 모습에 여학생은 불만을 표현하는데, 이지원의 표정은 연기가 아닌 실제같이 느껴진다.

두 사람이 사귈 때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모놀로그’에서처럼 같이 있으면서도 상대방에게 충실하지 않는 것은 이기적인 자기만족이다. 콧대가 높아서가 아닌 충실하지 않아서 상대를 충분히 존중하지 않는 것은, 사귀고 있으면서도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다.

‘모놀로그’ 스틸사진. 사진=미쟝센 단편영화제 제공 <‘모놀로그’ 스틸사진. 사진=미쟝센 단편영화제 제공>

누군가는 상대방에게 그 시간을 오롯이 줬는데, 상대방은 자기 시간과 마음을 일부만 준다. 영화에서 여학생이 왜 화가 났는지 남학생은 모른다. 그런데, 실생활에서 볼 때 이 장면은 두 가지 큰 위선과 편견을 담고 있다.

정말 왜 화가 났는지 모를 수도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게 자신에게 더 편하기 때문에 배려 없이 행하는 이기적인 행동일 가능성이 훨씬 더 많은데, 영화에서는 모른다는 점을 강조해 남학생의 행동에 면죄부를 주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모놀로그’를 비롯한 많은 단편영화, 독립영화에서는 커플이 사귈 때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남자의 이기적이며 무지한 마음에만 주로 관심을 갖는데, 실제로는 남자는 희생적이며 섬세하고 여자는 공감능력이 없어서 남자의 마음이 타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사귀기 전에 여자가 마음을 받아주지 않을 때만 남자는 마음의 상처를 받고, 사귄 후에는 배려심 없는 남자친구 때문에 오히려 여자만 상처받는 모습은, 어쩌면 영화와 드라마가 만들어낸 잘못된 고정관념일 수 있다.

모놀로그(monologue)는 극에서 혼자만 하는 대사로 독백을 뜻하기도 하고, 상대방은 듣기 못하는데 관객은 들을 수 있는 방백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같이 있어도 병풍 취급하는 상황을 표현한 영화 제목 ‘모놀로그’는 무척 상징성이 강하다.

◇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 수도 있다

바닷가에서 남학생이 헤드폰을 끼고 있을 때, 뒤쪽에 있던 여자(정혜경 분)는 남학생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카메라를 들고 담배를 피우고 있던 여자 눈에 들어온 남학생은, 사진을 찍는 사람이 아닌 사진에 찍힌 사람인 것이다.

도로의 CCTV와 차량의 블랙박스, 거의 모든 사람의 손에 들려진 스마트폰이 언제 어디에서든지 누구를 찍을 수도 누군가에게 찍힐 수도 있다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 ‘모놀로그’에서 여자가 남학생의 사진을 몰래 찍은 것에 대해 억지 설정이라고 느끼는 관객은 거의 없을 것이다.

김지룡 감독은 원래 촬영감독이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사진과 영상, 찍고 찍히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표현했다. 연출을 해 본 경험이, 앞으로 촬영 현장에서 그에게 어떤 도움을 줄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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