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 정부에 “무공해차 보급 목표 현실적 조정” 촉구

자동차 업계, 정부에 “무공해차 보급 목표 현실적 조정” 촉구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KAICA),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등 3개 단체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과 관련하여, 수송부문 무공해차 보급목표의 현실적 조정과 산업·고용 충격 최소화를 위한 지원정책 강화를 촉구하는 공동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했다.

정부는 2035년 NDC 달성을 위해 2018년 대비 48%, 53%, 61%, 65% 감축 등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수송부문에서 전기·수소전기차 등 무공해차 누적 등록 목표를 840만 대~980만 대 이상(등록 비중 30~35% 이상) 수준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내연기관차 퇴출 수준의 과도한 목표로, 업계는 부품산업의 구조조정과 대규모 고용감소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건의문에서는 최근 보급 추이와 보조금 예산, 업계 판매계획 등을 고려할 때, 2035년 무공해차 등록 대수를 550만~650만 대(등록 비중 19.7~23.2%) 수준으로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목표는 산업 생태계 전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국내 생산 전기차 중심으로 보급목표 달성이 가능한 수준이며, 감축 부족분은 교통정책 개선·물류 효율화·친환경 운전문화 확산 등을 통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와 노동계는 정부의 2035 NDC 시나리오가 전기차 중심의 급격한 전환에 치중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자율주행·지능형 교통 시스템(ITS)·물류 효율화 등 교통체계 개선을 통한 감축 전략 병행을 제안했다.

또한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하이브리드 등 과도기 기술의 재평가와 탄소 중립 연료(합성·바이오연료) 활용 허용을 통해 기술 중립적이고 실용적인 감축 정책으로 산업과 고용을 보호해야 했다.

이는 단일 기술에 의존하면 산업·고용 충격이 가중된다는 독일 사례를 교훈으로 한 것으로, 전력 수급 등 재생에너지 여건에 따라 전기차의 실질적 온실가스 저감효과도 변동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2021년 국내 전력원별 발전(실적)에 따른 동일 차량 LCA(전 주기 라이프사이클) 비교를 보면, ICE를 100으로 볼 때 HEV는 70%, EV는 83%다. 향후 전력 수급 계획에 따라 재생에너지 확대 시 EV의 LCA 배출량은 개선될 전망이다.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전환은 필연적이지만, 산업계와 노동 현장은 그 충격을 직접적으로 겪고 있어 부품업계와 노동계는 산업 구조의 질서 있는 전환과 고용안정을 위해 정부가 실질적인 지원대책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부품업계의 경우 현재 국내 부품업체의 95% 이상이 중소·중견기업으로 구성돼 있고, 매출액 중 미래차 비중이 30% 미만인 업체가 86.5% 달하는 등 전동화 대응에 필요한 R&D, 투자 여력, 기술인력이 부족해 급격한 정책 전환 시 부품산업 위축과 고용 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우려됨에 따라 ▲미래차부품산업특별법 실효성 확보, ▲미래차 R&D 및 하이브리드 부품개발 병행 지원, ▲설비투자 세액공제·AI 기반 스마트팩토리 확대 등 지원정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전기차 전환이 부품 수 1/3, 인력 70~80% 수준으로 줄어 향후 10년간 수만 명의 일자리 감소가 예상된다고 지적하며, 재교육·전직 훈련 등 실질적 지원이 미흡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고용유지지원금 요건 완화, ▲실업 급여 지급 확대, ▲실직자 대상 이·전직을 위한 수요조사 및 일자리 알선 등 정부의 종합적 대응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국내 시장 수요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규제를 강화하면 국내 산업이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전기차에 잠식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산업계·노동계는 ▲국내 생산 전기차에 대한 세제·보조금 인센티브 확대, ▲3년간 한시적 보조금 유지와 충전요금 50% 할인 특례 부활, ▲공동주택 지정 주차제·V2X 인프라 구축 등 이용 편의 개선 등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AMA 강남훈 회장, KAICA 이택성 이사장, 금속노련 김준영 위원장은 “산업의 현실을 무시한 급격한 전환은 오히려 고용불안과 기술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라며, “정부가 산업과 노동이 함께 지속 가능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목표 설정과 실질적인 지원책을 병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면서 “산업계와 노동계가 한목소리를 낸 것은 그만큼 이 사안이 중대한 위기임을 의미한다.”라며 “특히 산업육성이 절실한 우리나라는 탄소 감축과 산업경쟁력의 균형을 이루는 '현명한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의견을 같이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