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 최승열의 애잔한 감성, 최성욱의 변신 연기력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이 11월 7일부터 내년 1월 7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김광석과 그룹 ‘동물원’의 실제 음악과 인생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8090세대의 추억을 깨워주는 감성 뮤지컬이다.

김광석의 음악이 그 시절의 팬들이 아닌 젊은 세대에서도 인기가 있는 것처럼, ‘그 여름, 동물원’ 또한 김광석과 그룹 동물원의 이야기라는 특수성으로 바라보지 않고 그냥 우리 주변의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시즌3의 ‘그 여름, 동물원’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여름, 동물원’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그 여름, 동물원’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 주크박스 뮤지컬, 원곡 자체의 감성과 그 시절의 정서를 그대로 가져오다

‘그 여름, 동물원’은 김광석과 그룹 동물원의 노래들로 만들어진 주크박스(Jukebox) 뮤지컬이다. 새로운 이야기에 곡을 적용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무대로 옮겼기 때문에 원곡 자체의 감성과 그 시절의 정서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 여름, 동물원’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그 여름, 동물원’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실존 인물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완전 창작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관람해도, 동물원과 김광석을 모른 채 관람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보편적인 정서를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큰 특징이다.

‘그 여름, 동물원’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그 여름, 동물원’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그 시절을 살았던 관객들이 특히 공감할 수 있는 유머 코드가 들어있기는 하지만, 그런 부분에 대한 기억이 없는 관객들도 보편적인 범위 내에서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은 제작진의 무척 똑똑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그 여름, 동물원’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그 여름, 동물원’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그 여름, 동물원’은 뮤지컬 넘버가 그 친구(홍경민, 최승열, 조복래 분)에게만 집중되지는 않는다는 점도 보편성을 확보하는데 일조했다. 창기(이세준, 임진웅, 윤희석 분), 기영(김류하, 방재호 분), 준열(유제윤, 최성욱(에이스) 분), 경찬(최신권, 병헌 분)에게 골고루 노래가 분배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 여름, 동물원’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그 여름, 동물원’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 실제 그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애잔한 감성으로 노래 부른 최승열

필자가 관람한 11월 8일 저녁 공연에는 최승열, 윤희석, 김류하, 최성욱, 병헌이 출연했는데 5명 모두 모창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했고, 5명 모두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을 보여줬다.

최승열은 최승열식 해석이 가미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김광석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김광석의 모창으로 부른다기보다는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 최승열은, 대사를 할 때도 극 후반부에 다른 감정을 전혀 배재하기 위한 장면에서만 김광석의 어투를 그대로 따라가려고 했고 다른 시간에는 자신의 감성을 그대로 표현했는데, 그냥 김광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 여름, 동물원’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그 여름, 동물원’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정서와 감성 코드에 있어서 최승열은 김광석과 비슷한 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거리에서’, ‘사랑했지만’을 부를 때는 관객석 여기저기에서는 설움에 북받쳐 우는소리가 들렸다.

‘그 여름, 동물원’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그 여름, 동물원’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 호소력 있는 목소리, 고도로 몰입된 반전 연기력을 보여준 최성욱

준열 역의 최성욱은 그룹 ‘파란’의 메인보컬 에이스로 더 많이 기억되기도 한다. 현재는 밴드 ‘마이선셋(MySunset)’의 메인보컬로 활약하고 있다. ‘그 여름, 동물원’에서는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며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저음의 울림으로 노래했다.

‘그 여름, 동물원’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그 여름, 동물원’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공연 초반에 최성욱은 어설픈 바람둥이 같은 모습을 연기했는데, 웃음을 주면서도 매력을 펼치는 모습은 그 당시가 아닌 현재에 더욱 호평받는 캐릭터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포장마차에서 술 취한 연기를 한 최성욱은 그야말로 연기 변신을 보여줬다. 술에 취한 연기도 훌륭했지만, 최승열에 대한 마음을 표현할 때의 연기력은 무척 돋보였다. 마치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많이 마셨지만,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된 이야기를 할 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야기하는 사람의 진실한 마음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그 여름, 동물원’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그 여름, 동물원’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감정에 격해있는데 감내할 수 없는 선을 넘지는 않은 연기를 펼치는 최성욱을 보면 그 장면에서 전문 연기자가 대역을 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 최성욱의 연기력은 앞으로 뮤지컬을 비롯한 무대에서 그를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그 여름, 동물원’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그 여름, 동물원’ 공연사진. 사진=샘컴퍼니 제공

‘그 여름, 동물원’에서 그녀(허은미, 이승우 분)와 멀티녀(안상은, 황자영, 노민아 분)의 여배우들은 이쁘게 보이려고만 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춤과 노래, 연기를 펼쳤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들(맹상열, 조훈 분)의 다재다능한 연기도 재미있었고, 멀티남 역의 문남권의 웨이터 움직임, 혀 짧은 소리는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줬는데, 무대에 동시에 오르는 11명의 배우가 모두 제 역할을 멋지게 수행한다는 점은 가장 큰 팀워크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