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드뷔시의 달빛과 만나는 시간, 치하루 아이자와의 ‘Moonlight’가 2월 11일 올림푸스홀에서 공연됐다. 루비뮤직이 주최/주관한 이번 공연은 피아니스트의 감수성이 달빛처럼 은은하게 퍼진 시간이었다.

◇ 부드러움에서 강렬함으로, 달빛이 주는 잔잔함에서 진한 밤의 여운까지
‘Moonlight’의 첫 연주곡은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조곡 제3번, 달빛’(이하 ‘달빛’)이었다. 달이 전하는 낭만적인 분위기에 은은한 빛이 주는 서정성으로 시작한 치하루 아이자와의 연주는, 공연일이 정월 대보름이었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두 번째 곡인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13번, 내림 마장조, 작품번호 27-1, 환상곡풍의 소나타’(이하 ‘환상곡풍의 소나타’)는 ‘달빛’과 같은 부드러움으로 시작해 강하게 도약했다. 치하루 아이자와는 음이 질주를 하는 부분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매력을 연주로 들려줬다.
부드러울 때는 한없이 부드럽다가, 질주할 때는 제대로 질주하는 연주를 치하루 아이자와는 베토벤의 ‘피아나 소나타 제14번 올림 다단조, 작품번호 27-2, 월광’(이하 ‘월광’)에서도 느끼게 해줬다.

테마 파트의 연주에서는 빠르고 강렬하게 연주해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 것은, 곡이 가진 느낌이기도 했고, 밤의 기운, 달빛의 여운이 가진 이중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졌다. 연주가 펼쳐진 올림푸스홀은 실내 공연장이기 때문에 달빛과 직접 마주할 수는 없지만, ‘월광’이 만들어낸 음의 달빛은 공연장을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었다.
◇ 달빛 아래에서 속삭이는 사랑, 춤을 추는 아름다운 모습이 상상된 치하루 아이자와의 연주
‘Moonlight’에서 인터미션 후 이어진 연주는 드뷔시의 ‘2개의 아라베스크 모음곡 제1번 마장조’(이하 ‘모음곡 제1번’)와 ‘2개의 아라베스크 모음곡 제2번 사장조’(이하 ‘모음곡 제2번’)였다.
‘모음곡 제1번’에서 치하루 아이자와는 무용수가 무대에서 기본 프레임을 유지하듯 과한 움직임이 없는 연주를 보여줬는데, ‘모음곡 제2번’부터 점차 몸까지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경쾌한 연주가 끝난 뒤 밝게 웃는 그녀의 모습은 연주의 여운에 밝음이 함께 하도록 만들었다. 연주자의 마지막 표현은 마지막 음의 연주 이상으로 큰 여운을 남긴다는 것을 그녀는 확인해줬다.

라흐마니노프의 ‘5개의 환상 소곡집 제1번, 엘레지, 내림 마단조’(이하 ‘엘레지’)는 치하루 아이자와의 한 손 연주로 시작됐다. 두 손 연주로 이어지면서 건반 위로 뛰어다니는 손가락은 라흐마니노프의 감성을 동적으로 표현했다. 스크랴빈의 ‘환상곡 나단조 작품번호 28’의 격정적인 연주도 인상 깊었는데, 피아니스트의 완급조절이 돋보인 연주였다.
본 공연을 같이 관람한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는 “인터미션 전에는 달의 자연적인 모습을 형상화한 듯하고, 인터미션 후에는 달빛 아래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듯한 무대였다. 치하루 아이자와의 잔잔한 연주는 인터미션 후 액션감이 느껴지는 역동적인 연주로 변화하면서 달빛 아래에서 사랑하는 여인이 춤을 추는 모습이 상상됐다.”라고 관람 소감을 전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