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연극] 흐르는 눈물, 먹먹한 감동 ‘친정엄마와 2박3일’

문화콘텐츠 및 공연예술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공연기획사 ㈜드봄이 제작/기획한 ‘친정엄마와 2박3일’ 성남공연이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2월 4일부터 5일까지 공연됐다.

고혜정 작, 구태환 연출의 이 작품은 2009년 초연부터 지금까지 50만 관객이 선택한 스테디셀러 연극이다. 감동적인 스토리에 배우들의 디테일한 연기의 영향으로, 마치 드라마를 라이브로 보는 듯한 느낌을 준 연극이었다.

‘친정엄마와 2박3일’ 공연사진. 사진=‘친정엄마와 2박3일’ 네이버 카페 제공
‘친정엄마와 2박3일’ 공연사진. 사진=‘친정엄마와 2박3일’ 네이버 카페 제공

◇ 잔잔한 연극을 시작하는 방법, 진지함 속에 웃음을 전달하는 방법

‘친정엄마와 2박3일’은 관객석까지 밝은 상태에서 음악이 먼저 공연을 시작했다. 관객석이 어두워진 후 무대에서 공연이 바로 시작하지 않고 무대도 어두워졌다. 강렬한 음악과 함께 시작하는 뮤지컬이나 오페라는 무대 막이 오르면서 시작하는 것과 대비해, ‘친정엄마와 2박3일’처럼 잔잔하게 시작하는 연극에서 관객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게 만들고 차분히 몰입하기에 좋은 시작으로 생각된다.

잔잔한 무대에 웃음을 준 아이디어는 돋보였다. 무대는 주로 엄마 최여사(강부자 분)의 집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마루와 방은 별도의 무대장치로 나누지 않았다. 최여사 또는 딸 미영(전미선 분)이 방을 들어가고 나올 때 문을 여닫는 동작과 함께한 음향효과는 관객들을 웃게 만들었다.

‘친정엄마와 2박3일’ 공연사진. 사진=‘친정엄마와 2박3일’ 네이버 카페 제공
‘친정엄마와 2박3일’ 공연사진. 사진=‘친정엄마와 2박3일’ 네이버 카페 제공

문을 열 때와 닫을 때, 그리고 누가 문을 여닫는지, 어떤 상황에서 문을 여닫는지에 따라 소리의 디테일을 달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음향 효과로 관객들을 웃기면서, 무대에 공간감을 부여한 것인데, 실제 구조물이 아니면 조명으로 공간을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을 보면, 소리로 공간을 구분한 아이디어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 보이지 않게 잘해주기 vs. 상대방이 원하는 방법으로 잘해주기

‘친정엄마와 2박3일’에서 엄마는 미영에게 김서방과 싸우고 왔냐고 재차 묻는다. 엄마와 단둘이 사진 찍으러 가기 등 엄마에게 해주고 싶은 것은 많은데 해주지 못했고, 자신의 병을 엄마에게 말하지 못하는 딸의 아픔은 관객의 마음을 안쓰럽게 만든다.

‘친정엄마와 2박3일’ 공연사진. 사진=‘친정엄마와 2박3일’ 네이버 카페 제공
‘친정엄마와 2박3일’ 공연사진. 사진=‘친정엄마와 2박3일’ 네이버 카페 제공

시어머니에게는 찍소리 못하고 엄마의 마음에 못질하는 딸에 엄마는 속상하다. 엄마의 희생이 고맙지만 딸은 그런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보이지 않게 잘해주기와 상대방이 원하는 방법으로 잘해주기 사이에서의 효과와 의미는 ‘친정엄마와 2박3일’에서 엄마와 딸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친정엄마와 2박3일’은 차분하게 마음속으로 파고드는 연극이다. 관객석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위로한다며 공격하는 사람들, 서로를 위하지만 표현 방법이 서투르고 상대방이 원하는 방법으로 잘해주지는 못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의,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친정엄마와 2박3일’ 공연사진. 사진=‘친정엄마와 2박3일’ 네이버 카페 제공
‘친정엄마와 2박3일’ 공연사진. 사진=‘친정엄마와 2박3일’ 네이버 카페 제공

‘친정엄마와 2박3일’은 성인인 딸과 나이가 든 엄마의 이야기인데, 어린 딸과 젊은 엄마 사이에서도 딸과 엄마의 관계는 비슷할 수 있다. 엄마의 이야기에 늘 반대로 행동하려는 딸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본 나이가 있는 성인들의 경우에는 딸이 아니라 아들이라도 ‘친정엄마와 2박3일’에서의 모녀관계를 잘 이해할 것이고, 성인이 아니더라도 어린 딸과 젊은 엄마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이해와 공감의 폭이 있을 것으로 느껴진다.

‘친정엄마와 2박3일’ 공연사진. 사진=‘친정엄마와 2박3일’ 네이버 카페 제공
‘친정엄마와 2박3일’ 공연사진. 사진=‘친정엄마와 2박3일’ 네이버 카페 제공

◇ 마치 라이브로 드라마를 보는 듯한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에서 강부자와 전미선은 연극 특유의 대사톤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라는 대극장에서의 공연이기 때문이기도 한데, 마이크 사용했기에 일부러 큰 소리를 내지 않아도 미세한 감정 표현이 모두 전달할 수 있었다.

미영은 아픈 사람이기 때문에 육성으로 큰 소리 대사를 했다면 진정성과 몰입감이 떨어졌을 수도 있고, 최여사에게 연극적인 캐릭터가 부각됐다면 등장인물의 성격이 달리 전달됐을 수도 있다.

‘친정엄마와 2박3일’ 공연사진. 사진=‘친정엄마와 2박3일’ 네이버 카페 제공
‘친정엄마와 2박3일’ 공연사진. 사진=‘친정엄마와 2박3일’ 네이버 카페 제공

유정기, 이요성, 서자영, 김찬훈, 조유미는 상황에 따라 연극적인 연기를 하기도 하고 드라마적인 연기를 보여주기도 하면서, 무대 공연과 섬세한 감정 전달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충족하게 만들었다.

‘친정엄마와 2박3일’에서 강부자와 전미선은 특별히 웃기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등장인물 자체의 대화와 행동을 통한 강약조절, 완급조절, 긴장과 이완도 가능하지만, 전체적인 구성 속에서 해결할 수도 있다는 것을 ‘친정엄마와 2박3일’이 보여줬다는 점도 의미 있게 여겨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