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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터널’(16) 직접 응징의 가능성은 반전을 위한 반어적 암시였다

발행일 : 2017-06-03 20:21:46

신용휘 연출, 이은미 극본의 OCN 토일드라마 ‘터널’ 제16화(최종화)는 목진우(김민상 분)가 연쇄살인한 이유가 밝혀졌다. 본지는 ‘터널’ 초반부 방송 회차의 리뷰를 통해 범죄 또는 범인에 대한 직접 응징의 가능성을 언급했었다.

신재이(이유영 분), 박광호(최진혁 분), 김선재(윤현민 분)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직접 응징할 가능성을 보여줬었는데, 이런 것들은 직접 응징을 하겠다고 나선 대상이 목진우라는 반전을 위한 반어적 암시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신재이를 구해내야 하는 절박한 이유와 당위성

‘터널’은 제15화부터 최종화까지 박광호와 김선재가 신재이를 구해내야 하는 절박한 이유와 당위성을 보여줬다. 박광호는 신재이의 아버지이고, 김선재는 신재이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강한 동력이 작용했다.

범죄 드라마에서 신재이와 김선재의 러브라인은 실질적으로 필요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는데, 그런 면은 오히려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드라마 속에서 김선재와 신재이, 두 사람의 러브라인이 만든 별도의 스토리텔링은 없고 러브라인 또한 부각되지 않았다.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두 사람의 러브라인이 신재이를 구하기 위한 동력을 만들었다기보다는, 신재이를 구하기 위한 동력이 두 사람의 러브라인 가능성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까칠했던 김선재가 독특한 신재이에게 관심을 갖고 신재이를 구해내는데 최선을 다하는 개인성을 만들기 위해 세팅된 훌륭한 설정은 의미 있다.

드라마에서 인물 사이의 관계는 부차적인 효과를 위해 표면적인 관계를 적정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는데, 더욱 흥미로운 점은 목적지향적 측면을 위해 선택했다기보다는 감정지향적인 측면에서 더욱 조명됐다는 점이다. 개연성 적음을 개연성 무척 높음으로 만들면서 시청자들의 공감과 허용을 얻어냈다는 점이 돋보인다.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목진우가 만년필을 집요하게 찾은 이유

제15화부터 목진우가 만년필을 집요하게 찾은 이유는 최종화에서 엄마가 준 물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는데, 제15화에서 호기심을 극대화하고 최종화에서 박광호와 김선재의 대화를 통해 시청자들이 추정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사건의 마지막에는 설명조로 진행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오던 긴장감과 호기심, 감정선과 분위기를 훼손하는 경우가 많은데, ‘터널’은 같은 톤을 유지하기 위해 디테일을 잘 살린 것이다. 목진우가 감정적인 동기로 살인을 이어가려 한다는 것도 김선재, 신재이, 박광호의 대화를 통해서 알려줬다는 점도 맥을 같이한다.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목진우 검거 후 김선재가 미란다 원칙을 고지할 때 “그런 거 알려줄 필요도 없는 새끼야”라고 박광호가 한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감정적인 마음을 대변하는 말로 인상적이다.

범인이라는 것이 확정됐지만 구체적인 범죄를 밝혀내고 인정하게 하는 것은, 묘하게 드라마가 아닌 뉴스를 보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답답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터널’은 작은 위로를 하고 있는 것이다.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상대방이 감추고자 하는 심리를 건드리는 방법

목진우가 범죄를 자백하도록 하기 위해 심리를 건드리는 방법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신재이가 아닌 김선재와 박광호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이 돋보인다. 신재이가 목진우의 심리를 마지막에 건드렸다면 일반적인 이야기가 아닌 특정한 이야기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다.

김선재와 박광호가 목진우를 건드리도록 만든 것은 긴장감을 더욱 높였다. 만약 신재이가 해결하려고 했으면 심리학 교수가 정답지를 놓고 판단한다고 시청자들은 생각했을 수도 있다. 갈등의 일단락 뒤 남아있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그 남은 갈등을 더욱 키우는 방법을 사용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터널’ 최종화에서 신재이는 목진우를 직접 건드리기보다는 목진우가 한 패턴을 찾아냈는데, 목진우의 아킬레스건이 엄마가 아닌 자신이라는 것을 설정은 작은 반전이라고 볼 수도 있다.

목진우는 사회악을 제거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혼자만의 전쟁을 하고 있었던 것인데 자신은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헛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크고 작은 차이, 깊이의 차이는 있겠지만 실제로도 이런 잘못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김선재와 박광호가 피해자들을 찾아가 범인이 잡혔다는 것을 알려주며 한 위로와 사과는 진한 울림을 남기는 시간이었는데, 드라마 속 범죄 피해자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위로하는 시간이었다.

‘터널’에서 이유영, 윤현민의 연기도 빛났지만, 최진혁의 원톱 가능성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늘 하던 대로의 연기일수도 있다는 드라마 초반의 의구심을 기억조차 남지 않게 멋진 열연을 펼친 최진혁의 연기인생은 앞으로 더 기대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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