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우 연출, 박경수 극본의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 제6회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긴장감 속 몰입감을 유지하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전체적으로는 방산 비리라는 큰 아이템을 다루고 있지만 개인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귓속말’은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큰 기술이 활용될 필요가 있거나 큰 이야기를 개인적인 이야기처럼 느끼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귓속말’의 등장인물들은 원래의 목적과 정의에 집착하기보다는 이익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태백의 방산비리를 추적하던 기자 두 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원래의 목적이나 정의보다는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데, 이는 시청자들이 감정이입을 하면서도 왠지 불편함을 느끼게 만든다.
◇ 목적과 정의에 집착할 것인가, 이익을 따를 것인가
‘귓속말’ 제6회는 이보영(신영주 역)과 이상윤(이동준 역)의 키스로 시작해 포옹으로 끝났다. 이보영과 이상윤이 호흡을 맞추면서 어떤 이유이든 간에 가까워지는 모습은, 응원하던 시청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게 생각되기도 한다.

이보영과 이상윤은 겉으로 보기에는 정의를 추구하는 선이지만, 실제로는 이익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는 다른 등장인물들과 별 차이가 없을 수 있다. 다만, 다른 사람을 배타적으로 희생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분명히 있기는 하다.
이보영은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서 자신이 폄하되는 것을 각오해 이상윤을 곤경에 처하게 만들었고, 이상윤은 그 이전에 자신이 살기 위해 이보영의 아버지가 불합리한 취급을 받도록 만들었다.

정의와 원칙보다 이익을 추구했다고 하더라도, 김갑수(최일환 역), 김홍파(강유택 역), 권율(강정일 역), 박세영(최수연 역)에 비하면 무척 좋은 사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그 반문하는 포인트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악역으로 나왔고 실제 생활에서도 명백하게 악인일 경우 그 사람에게는 마음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이보영과 이상윤이 더욱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 큰 기술이 필요할 때
커다란 이야기가 개인적인 이야기처럼 보이는 이유는 주요 인물들이 모두 이익에 초점을 맞춰 행동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귓속말’가 디테일에 충실하면서 오히려 큰 흐름을 파악하는 것을 저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귓속말’ 제1회를 생각하면, 굵직한 이야기를 다시 끌고 나갈 수 있다고 생각된다. 어쩌면 지금도 굵은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데 표현이 개인적인 이야기처럼 됐을 수도 있다.

현재의 디테일과 개인이 가진 감정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굵은 진행을 함께 한다면, 이보영과 이상윤의 선택이 이익만이 아닌 정의와 기본에 더욱 충실해진다면, 그리고 이보영과 이상윤의 사랑 또한 더욱 진실하게 펼쳐진다면, ‘귓속말’ 후반부는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