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쿠치 야스히토 감독의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대하여>의 성우 오카사키 미호, 야마모토 카네히라는 11월 3일부터 4일까지 KINTEX 제2전시장 9홀에서 열리는 Anime X Game Festival 2018(AGF 2018)에 4일 게스트로 참여한다.
미카미 사토루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괴한에게 습격당해 목숨을 잃는다. 천문학적 확률로 전생했지만 최약체 몬스터로 유명한 슬라임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포식 후 해석을 통해 스킬 획득하는 것은 마치 게임 속에 있는 세계를 옮겨놓은 것 같다. 영화적 환상, 애니메이션적 환상을 잘 활용했고, 심리학적 고찰이 배어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 독특한 상상력!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 게임의 상황을 이야기로 펼치다!
‘전생’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전생(前生)’은 현재의 삶으로 ‘환생(還生)’하기 전의 삶을 뜻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일본에서는 죽은 생명체가 다시 태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환생’과 ‘전생(轉生)’을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이 작품에서의 ‘전생’은 두 번째 의미이다.
칼에 찔려 죽었는데 슬라임으로 전생하는 모습은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여러 가지 강력한 능력을 가지게 되는 과정은 게임 속에 있는 세계에 대한 설정과 비슷하다. 포식 후 해석을 통해 스킬 획득을 얻기도 한다.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대하여>가 게임을 연상하게 만드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AGF 2018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인생과 특별한 변화! 심리학적 고찰이 배어있는 애니메이션!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을 보는 내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인생으로 살 것인가 스펙터클한 슬라임으로 살 것인가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이었을 때는 평범한 일상을 보냈는데, 슬라임이 돼 오히려 특별해진다는 점은 흥미롭다.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다.
‘긴 고독 끝의 죽음’이라는 표현을 비롯해 심리학적 고찰이 여기저기에 배어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름을 아무나 지어줄 수 없고 이름이 생기면 능력이 한 단계 점핑한다는 점 또한 상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폭풍룡 베루도라가 베루도라 템페스트가 되고, 슬라임이 된 사토루의 이름이 리무르 템페스트가 되면서 두 존재가 엮이게 되는데, 극한의 상황에서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게 된다는 점 또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 영화적 환상, 애니메이션적 환상을 잘 활용한 작품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대하여>의 설정에 대해 비논리적이고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매우 불편하게 여기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왜 칼에 찔렸는지, 어떤 이유로 어떻게 전생이 됐는지, 영혼은 그래도 있으면서 전생이 됐는데 성격과 말투는 그렇게 크게 바뀔 수 있는지, 바뀔 수 있다고 치더라도 어떻게 그렇게 된 건지 왜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지 알지 못해 애니메이션에 몰입하기 힘들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관객에게는 이런 의문들이 애니메이션을 보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생한 이후부터가 이 작품의 진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전생의 이유보다는 전생한 이후의 이야기에 몰입해 즐기면 된다.
이런 설정은 우리나라에서 작품을 만들 때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사항이다.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영화, 특히 실사 영화의 기획과 스토리텔링 구성 때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대하여>처럼 영화적 환상을 적절하게 사용할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영화적 환상을 어느 정도까지 사용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데, 평균적인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