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드라마

[ET-ENT 드라마] ‘학교 2017’(5) 생기부(학생생활기록부)와 학종(학생부종합전형), 결국 재력이 실력인 사회에 사는 슬픈 우리들

발행일 : 2017-08-01 00:06:41

KBS2 월화드라마 ‘학교 2017’ 제5회는 생기부(학교생활기록부)와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의 어두운 이면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학교 2017’은 학교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드라마인데, 학생들에게 판타지를 심어주기보다는 현실에 직면하게 만든다는 점이 주목된다.

‘학교 2017’가 제4회까지 돈으로 다 해결되는 세상을 보여줬다면, 이번 제5회에서는 실력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성장할 수도, 중요한 일을 할 수 없는 세상이라는 더욱 비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돈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었는데, 과장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실제는 더 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학교 2017’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학교 2017’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 김정현이 자신을 범인 X라고 하는데, 김세정과 시청자들은 쉽게 믿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정현(현태운 역)이 자신이 범인 X라고 하는데, 김세정(라은호 역)과 시청자들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않는 경향이 있다. 보고도 믿지 않는 마음을 김세정과 시청자들이 공유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제4회 마지막과 제5회 초반에는 김정현이 X라는 것을 보여줬다면, 제5회 마지막에는 장동윤(송대휘 역)이 X라는 것을 보여줬다. 범행에 사용한 소품들이 있는 아지트에 한선화(한수지 역)가 못 들어가게 유도한 한주완(심강명 역) 역시 X일 가능성이 있다.

‘학교 2017’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학교 2017’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한주완은 X이거나 공범이거나 혹은 누가 X인지 알고도 그냥 넘어가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후드티가 X의 단체티처럼 보일 정도로 X의 아이덴티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 일반적인 고등학교에서 X의 존재는 비현실적으로 생각된다.

생기부와 학종, 왕따와 차별이라는 면은 실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현실성을 가지고 있는데, X의 존재와 행동에 대해서는 매우 비현실성을 드러낸다는 것이 ‘학교 2017’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학교 2017’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학교 2017’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서로 이질적인 두 가지 정서는 시청자들을 두 편으로 나뉘게 만들기도 하는데, 한 쪽을 선택하지 않고 양립하게 만들었기에 두 가지 정서를 어떻게 모두 개연성 있게 여기게 만드느냐는 앞으로 무척 중요할 것이다.

◇ 김세정의 연기를 보려는 것일까? 잘못하는 것을 보려는 것일까?

‘학교 2017’에서 김세정의 첫 번째 연기는 제4회 방송까지는 칭찬 일색이었다. 그런데, 이번 외에 연기 논란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시청자들은 감정이입해서 드라마를 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김세정을 향한 것인지, 김세정이 맡은 라은호 캐릭터를 향한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교 2017’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학교 2017’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라은호 캐릭터가 지금 하는 행동이 기분 나쁜 것이었을까? 김세정이 이번 회에는 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인지? 제5회 초반에 제기된 김세정의 연기 논란은, 후반부에 “어떻게 학교가 학생을 차별할 수 있어요?”라는 멘트와 함께 1등급의 미래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김세정의 사이다 발언 이후 더 이상 부각되지 않았다.

캐릭터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는 있지만, 내 눈에 캐릭터가 거슬린다고 배우의 연기력 또는 배우 자체에 대해 여과 없이 악플을 남기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연기와 스토리를 보기 위해 본방사수하는 것이지, 잘못하는 것을 잡아내기 위해 시간을 내서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 2017’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학교 2017’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 만화적으로 재구성한 생기부(생활기록부)와 학종(학생부종합전형), 열심히 공부해도 이제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시대

‘학교 2017’에서 ‘생기부(학교생활기록부)’는 ‘성적이 아닌 비교과 활동들을 적어놓은 포트폴리오’이고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은 ‘성적보다 생기부 비중이 더 높은 대학 전형’이라는 것을 자막으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생이 환자이고 선생님들이 의사라는 장면을 만화적으로 구성해 보여줬는데, 생기부와 학종은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돈이라는 것을 명확히 밝혔다는 것이다.

‘학교 2017’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학교 2017’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생기부 한 줄 한 줄이 다 돈이며, 그 한 줄을 채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들여 학원을 다니며 활동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모습은 우리 시대의 현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성적이 자신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작용하던 시대에서 돈이 그 성적의 가치 또한 넘어버린 시대를 ‘학교 2017’는 보여준다. 간절함을 가지고 공부하려고 해도 가능성 자체가 줄어든 사회, 미술 경시대회 공고도 없이 특정한 학생들에게만 기회를 주는 사회, 돈 있는 학생들에게만 스펙 몰아주기를 하는 사회는 ‘학교 2017’에서의 사회이면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기도 하다.

‘학교 2017’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학교 2017’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성적 우선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방안인 생기부와 학종이 자본 우선주의의 전형이 됐다는 점은 씁쓸하다. 사법시험의 폐해를 없애고자 만들어진 로스쿨은 이젠 돈이 없는 수험생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그림의 떡이 됐다.

돈이 없으면 이제 아예 가능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는 것은 막연한 답답함을 구체적인 좌절감으로 만든다. 예전에는 12년만 공부하면 인생이 변하고, 가문을 일으킬 수 있던 시대가 있었다.

‘학교 2017’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학교 2017’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이제는 열심히 공부만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법조인 집안, 의사 집안이 아니면 관련 대학을 진학하고 시험에 합격해도 처음부터 경쟁에서 지는 사회, 오히려 심리적 박탈감과 자괴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

‘학교 2017’가 현실을 직면하게만 만들 것인지, 아니면 해결책과 희망의 메시지를 줄 것인지 궁금해진다. 비현실적인 X의 이야기와 현실적인 입시 위주의 상황 사이의 간격을 어떻게 줄일지는 감정이입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지 스크래치만 낼지를 결정하게 될 중요한 포인트일 수 있다. ‘학교 2017’가 어떤 드라마로 남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