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월화드라마 ‘학교 2017’ 제4회에서 김정현(현태운 역)은 장동윤(송대휘 역)에게 “니가 한 짓, 애들이 알면 참 재밌겠다.”라고 말했고, 장동윤은 김정현에게 “닥쳐, 이 살인자 새끼야”라고 응답했다.
제4회 마지막에는 범인 X의 후드티를 입고 도망가다가 후드티 모자를 벗고 김세정(라은호 역)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여준 사람이 김정현이었기 때문에, X는 김정현일 가능성이 높여졌지만,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여겨진다.

◇ 김정현을 범인 X라고 가정한다면?
김정현을 범인 X라고 가정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제4회 마지막에 후드티 안에서 얼굴을 보여준 사람이 김정현이기 때문이다. 김정현은 학교 이사장의 아들로 아버지의 후광을 받아 많은 혜택을 누리면서도, 그 혜택과 아버지, 학교에 불만이 많은 인물이다.
다른 사람들이 범인 X일 경우 현재의 분위기에서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인데, 뭐든지 해도 괜찮은 것처럼 보이는 김정현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장난 같은 범죄를 저지를 이유가 있는 것이다.

김정현이 X라면 그건 그냥 있는 자의 장난이라고 말하는 김세정의 말을 떠올리면, 김정현이 X인 이유는 자연스러워진다. 그런데, 만약 그런 이유로 김정현이 단독 범인 X라면 ‘학교 2017’의 스토리텔링은 너무 뻔한 것이 아닐까?
작가를 포함한 제작진이 그런 선택을 했을까? 등장인물에 감정이입하면 충분히 김정현이 X일 수 있는데, 제작진에 감정이입하면 김정현이 X인 것은 드라마적 매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 김세정을 떠보는 듯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김정현
‘학교 2017’에서 김세정에게 가장 크게 어필할 수 있는 성향을 가진 사람은 김정현이라고 생각된다. 반항적이면서도 거친 매력을 품고 있는 현태운 캐릭터는 최근의 일반적인 드라마였다면 가난한 집의 학생이었을 것이다.
인간적인 매력, 안쓰러운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김정현은 김세정을 민망하게 하는 말을 자주 하는데, 김세정을 떠보는 것이나 약 올리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자신의 마음을 투사하고 투영해 말하고 행동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학교 2017’에서 김정현은 거칠고 무심하지만 자신이 관심 있는 대상에게는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하는 츤데레의 매력을 발산한다. 제4회까지만 보면 김정현의 모든 행동은 김세정과 연관해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 김정현은 범인 X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이유를 찾는다면?
김정현은 김세정이 바쁘게 어디로 이동할 때마다 김세정 앞에 바이크를 타고 나타난다. 태워달라는 김세정을 절대 태워주지 않을 것처럼 콧대를 세우지만, 결국 김세정이 원하는 곳으로 쏜살같이 데려다준다.

김정현은 어쩌면 키다리 아저씨처럼 김세정의 근처에서 김세정을 보고 있다가, 자신이 뭔가 할 수 있을 때 항상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그 시점에 맞춰 나타나기도 하고, 김세정의 동선과 행동을 예측해 먼저 그 위치에 가 있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학교 2017’ 제4회에서 후드티를 입고 나타난 것은 자신이 범인 X라는 것을 밝히기 위함이 아니라, 김세정에게 닥칠 수 있는 위험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모방 범죄 또는 대역 행세를 했던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김정현이 김세정을 좋아하고 앞에서는 허세작렬한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로는 김세정 앞에서 약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김정현이 범인 X가 아닐 가능성을 높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X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김정현이 X이든 아니든, 김세정을 향한 진심이 어떻게 펼쳐질지 따라가는 것은 ‘학교 2017’를 보는 깨알 같은 재미를 줄 것이다. 모든 스타일을 ‘학교 2017’에서의 김정현처럼 할 수는 없겠지만, 김정현이 하는 대화법을 잘 파악하면 이성에게 어떻게 호기심을 줄 수 있는지 깨달을 수 있다.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무슨 시추에이션이야?”라고 하면서 당황해할 수도 있지만, 점점 자신에게 익숙해지는 대화법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작가와 연출, 그리고 그 역할을 수행하는 김정현 모두 대단하게 보인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