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가주레이싱, 2025 시즌 WRC를 압도한 비결은?

토요타 가주레이싱 랠리1 경주차
토요타 가주레이싱 랠리1 경주차

지난해 이맘때, FIA WRC 최종전 '랠리 재팬'을 앞두고 긴장감이 흘렀다. 현대 모터스포츠 월드랠리팀이 제조사(매뉴팩처러스)와 드라이버 등 두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고, 토요타 가주레이싱 월드랠리팀(TGR-WRT)은 2위였다. 그런데 최종전에서 토요타(Toyota)는 극적으로 제조사 부문에서 현대를 제치고 역전 우승했다.

올해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중앙 유럽 랠리(Central European Rally)에서 토요타가 이미 제조사 타이틀을 획득했다. 현대 팀과의 점수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기에 이런 성적이 가능했을까?

타카하시 토모야 GR(Gazoo Racing) 컴퍼니 대표
타카하시 토모야 GR(Gazoo Racing) 컴퍼니 대표

이에 대해 타카하시 토모야 GR(Gazoo Racing) 컴퍼니 대표는 “랠리1 카테고리는 '이걸 하면 이길 수 있다'라는 식의 단순한 세계가 아니다. 하나하나의 쌓임, 즉 작은 것들의 축적을 얼마나 꾸준히 이어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는 “그래서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썼다기보다는, '지금까지 쌓아온 한 경기, 한 경기에 전력으로 임한다'라는 자세를 유지했다. 실수를 줄이고 정밀도를 높이며 모든 팀원이 그 과정에 집중했다”라고 답했다.

타케다 유이치로 모터스포츠 테크니컬 매니저는 조금 다른 대답을 내놨다. 그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삭제된 새 규정 아래에서 TGR-WRT는 '어떻게 하면 빨리 세팅할까'하고 모두가 노력했다”라고 말문을 열면서 “하이브리드가 없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출력이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또, 기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차체 중앙에 있는데, 이게 없어지면서 무게 배분도 달라졌다. 그래서 구동 전달을 확실하게 하려고 필사적으로 세팅했다”라고 설명했다.

타케다 유이치로 모터스포츠 테크니컬 매니저
타케다 유이치로 모터스포츠 테크니컬 매니저

그는 이어 “물론 운도 따른다. 작년의 경우 현대 월드랠리팀 드라이버는 최종전에서 사고가 났다. 우리 팀도 때에 따라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그래서 다 같이 개선에 힘을 쓰고 그게 축적되면서 좋은 결과를 냈다. 현대나 포드도 그렇고, 모든 팀이 승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노력이 쌓이고 운이 따라줘서 이런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생각한다. 칼린 로반페라가 작년에는 없었는데, 올해 복귀한 것도 큰 힘이 됐다”라고 말했다.

WRC는 작년까지 쓰던 피렐리 대신 올해부터 한국타이어가 공식 타이어를 쓰고 있다. 특히 이번 랠리 재팬에서는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타막 랠리에서 웨트(Wet) 타이어를 사용했다. 이에 대해 타케다 매니저의 답변은 이랬다.

한국타이어 타막 랠리용 레이싱 타이어 '벤투스 Z215'와 '벤투스 Z210'
한국타이어 타막 랠리용 레이싱 타이어 '벤투스 Z215'와 '벤투스 Z210'

“타이어는 자동차에서 노면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유일한 부품이다. 타이어가 바뀌면 스피드가 달라진다. 그래서 그 특성에 맞춰서 세팅해야 하고, 드라이버도 바뀌는 스피드에 맞춰 레이싱을 해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한국타이어와 랠리카를 잘 맞추기 위해 노력을 했다. 각 업체가 다 같은 상황이다. 그래서 승부의 세계지만, 가족처럼 일한다는 느낌으로 각 팀이 정보를 공유했다. 랠리 재팬은 타막 코스에 비가 와서 웨트 타이어를 사용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코스를 미리 체크하는 한편,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달릴 수 있더라, 낙엽이 어떻게 바뀌었다더라'라는 정보를 공유했다.”

하마다 겐조 랠리1 테크니컬 미케닉
하마다 겐조 랠리1 테크니컬 미케닉

물론 달라진 규정에 맞춘 팀의 대응뿐만 아니라 드라이의 멘탈 관리도 중요하다. 하마다 겐조 랠리1 테크니컬 미케닉은 “드라이버는 사고가 나면 굉장히 억울할 것이고 마음이 안 좋을 것이다. 우리는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다음날 경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100% 경기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드라이버를 다독인다. 카츠다 타카모토에게도 100%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라고 말했다. 타케다 매니저는 카츠타 타카모토가 실수했을 때, 칸쿠넨 단장이 안아주면서 격려해줬다는 일화도 들려줬다.

WRC 다음 경기는 26~29일에 열리는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최종전 '랠리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우디아라비아 서부의 대도시 제다(Jeddah)에서 그래블(비포장) 랠리로 진행되는데, 제다 주변의 산악 지대와 화산 지형, 그리고 사막 도로가 이 대회의 특징이다.

일본 아이치현 토요타=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