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클래식] 서울시향 2018 ‘바실리 페트렌코와 제임스 에네스’ 재공연, 반복공연을 바라며

서울시향 2018 <바실리 페트렌코와 제임스 에네스>가 6월 1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됐다. 같은 프로그램이 15일 <서울시향의 차이콥스키 협주곡>이란 제목으로 같은 장소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클래식 공연의 경우 단 1회의 공연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서울시향의 경우 2번 하는 경우도 있는데, <바실리 페트렌코와 제임스 에네스>와 같이 훌륭한 연주를 한두 번만 한다는 것은 공연의 질과 노력을 고려할 때 매우 아깝다고 생각된다.

서울시향 2018 ‘바실리 페트렌코와 제임스 에네스’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향 2018 ‘바실리 페트렌코와 제임스 에네스’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 정교한 기교와 시원한 연주를 선보인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 열정적인 지휘로 감동을 선사한 지휘자 바실리 페트렌코
 
<바실리 페트렌코와 제임스 에네스>의 첫 곡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35’였다. 주요 테마의 반복, 아는 리듬의 반복이 주는 친숙함을 전달한 제1악장에서 제임스 에네스는 힘 있고 명쾌한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줬다.
 
제2악장에서도 시원시원한 연주 후 관객들의 끊이지 않는 박수에 두 곡의 앙코르곡이 이어졌다. 제임스 에네스는 기교를 보여주면서도 시원한 연주를 들려줬다. 우리나라 관객들은 정교하지만 답답한 것보다 시원시원한 것을 좋아하는데, 제임스 에네스는 정교한 기교를 빠르게 펼치면서 관객의 두 가지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켰다. 바이올린 독주회를 열어도 관객들로부터 꽤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향 2018 ‘바실리 페트렌코와 제임스 에네스’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향 2018 ‘바실리 페트렌코와 제임스 에네스’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인터미션 후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제2번 E단조, Op.27’이 연주됐는데, 총 4악장을 연주하는데 60분이 소요되는 장대한 곡이다. 바실리 페트렌코는 질주하는 부분에서 오케스트라를 강하게 끌고 나갔는데, 긴 연주 시간을 길지 않게 느끼도록 만드는 마법을 발휘했다.
 
짧은 곡 연주에서도 오케스트라의 실력 차이가 나타나기는 하지만 특히 긴 곡을 연주할 때는 더욱더 도드라지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익숙해진 관객은 그 연주에 몰입해 감정이입하거나 아니면 그냥 듣고 있는 것 중 하나를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되기 때문이다.

서울시향 2018 ‘바실리 페트렌코와 제임스 에네스’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향 2018 ‘바실리 페트렌코와 제임스 에네스’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다른 장르의 무대 공연도 마찬가지이지만 <바실리 페트렌코와 제임스 에네스>는 클래식은 라이브로 들을 때 가장 감동적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했다. 연극, 뮤지컬, 오페라, 발레를 영상으로 볼 때와 직접 볼 때는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의 차이가 난다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 정말 클래식의 참맛을 알고 싶다면 라이브로 반복해서 듣는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 같은 프로그램, 두 번의 연주회, 서울시향 연주의 발전적인 확장을 위하여
 
<바실리 페트렌코와 제임스 에네스>와 <서울시향의 차이콥스키 협주곡>처럼 같은 프로그램으로 두 번 연주하는 것은 긍정적인 선택이다. 열심히 연습하고 단 한 번만 공연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휘자와 협연자를 외국에서 초청하는 경우는 특히 더 그러하다.

서울시향 2018 ‘바실리 페트렌코와 제임스 에네스’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향 2018 ‘바실리 페트렌코와 제임스 에네스’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오케스트라와 같은 클래식 공연도 같은 레퍼토리로 3~5회 이상 공연할 수 있는 문화와 여건이 정착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고 여러 번 호흡을 맞춘 후의 마지막 공연은 더더욱 감동적일 것이다.
 
상설 공연 이전에 일단 클래식도 오페라와 발레 수준의 공연 횟수 확보 기대한다. 공연의 완성도와 감동을 높이려면 재공연과 반복 공연은 필수적이다. 다양한 레퍼토리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데, 만들어진 공연을 어떻게 소비할 수 있는지도 무척 중요하다.

서울시향 2018 ‘바실리 페트렌코와 제임스 에네스’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향 2018 ‘바실리 페트렌코와 제임스 에네스’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좌석을 채울 수 있다면 같은 공연의 횟수를 늘리는 것을 목표 중 하나로 삼을 필요가 있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바실리 페트렌코와 제임스 에네스>와 <서울시향의 차이콥스키 협주곡>처럼 이틀 연속 이뤄지는 공연 중 어떤 공연을 봐야 할까? 남들보다 빨리 접하고 싶으면 첫날 공연을 관람해야 할 것이고, 더욱 성숙된 연주를 원한다면 두 번째 날 공연을 관람해야 할 것이다. 관객이 어디에 더욱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각각이 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