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수목드라마 <슈츠>에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대상(self object)’의 개념을 적용하면, 법무법인 강&함의 대표변호사 진희경(강하연 역)과 최고의 실력파 변호사 장동건(최강석 역)은 서로에게 거울 자기대상이다.
장동건의 법률비서인 채정안(홍다함 역)에게 장동건은 거울 자기대상이자 이상화 자기대상이고, 장동건에게 채정안은 거울 자기대상의 역할을 한다. 장동건과 박형식(고연우 역)의 관계에서 살펴봤던 것처럼, 장동건이 채정안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관계만 형성되지는 않는 이유는 채정안 또한 장동건에게 자기대상이기 때문이다.

◇ 진희경에게 장동건은 거울 자기대상이다
<슈츠>에서 진희경은 장동건을 칭찬할 때 그냥 칭찬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니까 장동건같이 훌륭한 사람을 알아보고 선택할 수 있다고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장동건에 대한 특급 칭찬일 수도 있고, 반대로 너무 강하게 칭찬하지 않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다.
또한, 장동건만 너무 칭찬한다고 생각해 그 공을 자신에게 돌리는 듯한 표현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자기대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진희경의 우회적 표현법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진희경은 대표변호사이기 때문에 사건을 본인이 직접 맡기보다는 법무법인의 전체적인 업무를 총괄하는 게 당연하다. 실제로 사건을 직접 해결한 변호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기 때문에 진희경은 과거에 직접 사건에 참여했을 때에 비해 덜 부각되고 있다고 스스로 느낄 수 있다.
진희경은 장동건으로부터 직접적인 칭찬과 인정, 칭송을 받으면서 존재감을 확인하기도 하지만, 장동건의 성과를 칭찬하면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틀을 만든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어필하는 것이다. 즉, 장동건은 직접 칭찬과 인정을 하기도 하는 거울 자기대상이자, 진희경이 어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거울 자기대상인 것이다.

◇ 장동건에게 진희경은 거울 자기대상이다
<슈츠>에서 장동건은 본인 스스로도 최고의 변호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장동건은 자신의 성과와 성취를 진희경에게 확인받고 싶어 한다. 진희경이 법무법인의 대표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판단과 선택, 과정을 가장 권위 있게 확인해줄 수 있는 존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장동건에게 진희경이 이상화 자기대상인 측면도 있기는 하지만, 거울 자기대상의 비중이 훨씬 크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스스로 잘난 사람들이 스스로 존재감과 자존감을 발휘하는 것 같지만, 자기대상이 있을 때, 자기대상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때 자신의 가치를 진정으로 발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채정안에게 장동건은 거울 자기대상이자 이상화 자기대상이다
법률비서인 채정안에게 변호사 장동건은 거울 자기대상이자 이상화 자기대상이다. 채정안의 업무가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지는 장동건의 반응에 의해 결정되고, 채정안은 장동건이 검사 시절부터 같이 해 변호사가 될 때 따라 움직였다.
채정안에게는 장동건이 완벽한 이상적인 변호사이고 그런 장동건과 함께 하는 것이 본인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느낀다. 장동건이 위험에 빠지지 않게 스스로 나서서 보호하려고 하고 장동건에게 사랑의 마음을 느끼는 것은, 이상화 자기대상과 융합하고자 하는 욕구라고 볼 수 있다.

◇ 장동건에게 채정안은 거울 자기대상이다
장동건에게 채정안은 거울 자기대상이다. 채정안이 무슨 대답을 할지 알면서도 장동건은 자신에 대해서 혹은 업무나 성과에 대해 채정안에게 확인받고 싶어 한다. 이런 장면은 반복되는데, 단순히 잘난 척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기대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드라마 속 장동건의 마음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슈츠>에서 장동건은 혼자 잘 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거울 자기대상의 주체이자 객체의 역할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장동건의 거울 자기대상이기 때문에 장동건의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기대상이 한 명만 있어도 충분히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라고 느끼게 되는데, 장동건에게는 그런 자기대상이 많은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