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꼬마영웅 바비’ 세계 최초 고슴도치 주연 애니메이션

지안밍 후앙 감독의 <꼬마영웅 바비(Bobby the Hedgehog)>는 용감한 고슴도치 바비가 동물 장수에게 포획됐다가 탈출하는 우여곡절 끝에 위기에 빠진 숲속 친구들을 구하러 출발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세계 최초 고슴도치 주연 애니메이션으로 알려져 있는데, 다양한 동물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동물 고유의 특징과 의인화돼 사람 같은 정서가 공존하기 때문에 새롭게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꼬마영웅 바비’ 스틸사진. 사진=나우콘텐츠 제공
‘꼬마영웅 바비’ 스틸사진. 사진=나우콘텐츠 제공

◇ CG를 연상하게 만드는 선명한 캐릭터, 동화적 배경의 조화
 
<꼬마영웅 바비>는 CG를 연상하게 만드는 선명한 캐릭터와 동화적 배경의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배경보다 캐릭터가 도드라지는데,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과 실사 영화 같은 느낌이 공존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털이 많은 동물은 CG 같은 느낌이 더 들고, 털이 적은 동물은 애니 캐릭터 느낌이 더 든다는 점이 흥미롭다. 캐릭터를 여러 명 같이 보여주는 장면과 배경에서는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주고, 특정 캐릭터를 원 숏으로 보여줄 때는 실사 영화 같은 정교함을 표현한다. 카메라 워킹도 그렇게 펼쳐지고 있다.

‘꼬마영웅 바비’ 스틸사진. 사진=나우콘텐츠 제공
‘꼬마영웅 바비’ 스틸사진. 사진=나우콘텐츠 제공

애니메이션이 2D 애니메이션에서 3D 애니메이션으로 발전하면서 3D 애니메이션의 초창기에는 캐릭터와 배경이 분리되지 않도록 표현하는 것이 고급 기술이었다. 캐릭터와 배경 분리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사용됐었는데, 회화에서 물체의 윤곽선을 자연스럽게 번지도록 그리는 스푸마토(Sfumato) 기법 등이 활용됐었다. 애니 캐릭터를 CG처럼 보이지는 않도록 하는 노력도 따라왔었다.
 
그런데, <꼬마영웅 바비>처럼 캐릭터를 아예 CG처럼 정교하게 표현해 일정 부분 실사 영화의 느낌을 가지도록 만드는 애니메이션이 늘어나고 있는데, 기술력의 발달에 따라 표현하는 기준과 콘셉트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꼬마영웅 바비’ 스틸사진. 사진=나우콘텐츠 제공
‘꼬마영웅 바비’ 스틸사진. 사진=나우콘텐츠 제공

◇ 애니메이션에서의 어드벤처와 도전 정신
 
고슴도치가 하늘은 날 수 있다면? <꼬마영웅 바비>는 그런 상상만으로도 관객에게 꿈을 심어 준다.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은 시련을 겪었을 때 그 시련을 극복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고 그 과정에서 성장과 발전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꼬마영웅 바비>는 어드벤처와 도전 정신이라는 측면에서는 다른 애니메이션들과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어드벤처를 떠난다기보다는 어드벤처 속에서 계속 시련을 겪는다는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다.

‘꼬마영웅 바비’ 스틸사진. 사진=나우콘텐츠 제공
‘꼬마영웅 바비’ 스틸사진. 사진=나우콘텐츠 제공

이 애니메이션에서 한 번 시작된 시련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어드벤처는 계속 이어진다.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에서 루틴한 일상이 70%, 시련과 어드벤처가 30%를 차지한다면, <꼬마영웅 바비>는 루틴한 일상이 30%, 시련과 어드벤처가 70%를 차지해 비율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큰 시련 하나로 이야기의 큰 줄기를 잡아가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작은 시련 속에 새로운 큰 시련이 마지막에 론칭된다는 점도 스토리텔링상 차별적인 디테일이다. 서로 다른 대상에게 포획됐다가 탈출하는 것을 반복하는 점은 애니메이션적 설정이라기보다는 실사 영화의 이야기에 더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꼬마영웅 바비’ 스틸사진. 사진=나우콘텐츠 제공
‘꼬마영웅 바비’ 스틸사진. 사진=나우콘텐츠 제공

바비는 내가 누군지 스스로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계속 묻는다. 주인공의 정체성에 대한 궁금증과 갈증, 갈등은 관객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게 만든다. “갇혀 있는 것이 안전하고 편안한 것인가? 자유를 찾아 떠나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관객은 자신의 모습에 대입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 고슴도치가 고슴도치처럼 살 수 없다면? 타고난 기질대로 살 수 없다면?
 
고슴도치 마을의 안전을 위해 가시를 숨기고 사는 것을 원칙으로 만든 고슴도치들의 모습을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다. 시각적으로 볼 때, 그리고 위험을 대비한 측면에서 볼 때도 고슴도치에게 가시는 중요한 특징이다.

‘꼬마영웅 바비’ 스틸사진. 사진=나우콘텐츠 제공
‘꼬마영웅 바비’ 스틸사진. 사진=나우콘텐츠 제공

그런데, <꼬마영웅 바비>에서는 생존을 위해 고슴도치의 가시를 숨기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무리가 있다. 고슴도치가 고슴도치처럼 살지 못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태어난 기질대로 살지 못하고,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 살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고유의 가치대로 살지 못하는 것, 태어난 기질대로 살아가지 못한다는 것은 현실에서의 우리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꼬마영웅 바비>에서 생존을 위해 본성대로 살지 않겠다고 했던 고슴도치 마을의 고슴도치들을 함부로 비난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본성대로, 기질대로 살지 못한다고 스스로든 남이든 비난한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꼬마영웅 바비’ 스틸사진. 사진=나우콘텐츠 제공
‘꼬마영웅 바비’ 스틸사진. 사진=나우콘텐츠 제공

<꼬마영웅 바비>는 생명의 존엄성이 강조된 작품이다. 자연을 파괴하고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인간이 고슴도치들의 악당일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반면에, 고슴도치와 같은 동물들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인간은 그들의 수호자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도 함께 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