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뮤지컬] ‘시크릿 쥬쥬’(2) 어른 남자 기자의 눈으로 바라보다

6월 17일부터 18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개최된 ‘시크릿 쥬쥬’ 성남공연에서 막이 오르며 펼쳐진 색색의 회전 조명과 안개에 아이들 관객은 환호했다. 등장인물이 무대에 나왔을 때 혹은 특정 가수의 등장을 알리는 음악이 나왔을 때 즉 인물의 등장에 대해 일반적으로 환호하는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다른 포인트에서 기대감을 표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실업, ㈜아이프러덕션, ㈜아이스튜디오홈엔터테인먼트, 오름기획이 주최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공연이었지만, 나이 어린 여자 관객들이 아닌 남자 관객들에게는 나이에 상관없이 상대적으로 크게 흥미롭지 않은 소재의 공연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다.

‘시크릿 쥬쥬’ 공연사진. 사진=오름기획 제공
‘시크릿 쥬쥬’ 공연사진. 사진=오름기획 제공

◇ 원작의 정서를 그대로 살릴 것인가? 바뀐 장르의 특성을 적용할 것인가?

‘시크릿 쥬쥬’ 원작 애니메이션을 정말 좋아했던 관객들 중에는 뮤지컬에서의 설정이 애니메이션만큼 낭만적이고 샤방샤방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관객의 성향에 따라서 바뀐 뉘앙스를 좋아할 수도 있고, 원작의 정서를 무조건 따라가기를 바랄 수도 있다.

이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 외국 작품을 리메이크한 작품 등에 모두 해당되는데, 원작을 그대로 따라갈 것인지는 쉽게 결정하기 힘든 일이다. 당시의 시대적, 사회적 환경에 따라 관객들의 성향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시크릿 쥬쥬’ 공연사진. 사진=오름기획 제공
‘시크릿 쥬쥬’ 공연사진. 사진=오름기획 제공

‘시크릿 쥬쥬’ 같은 경우, 장르를 바꿔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지더라도 신규 관객이 유입되기보다는 기존 관객들이 관람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마니아층 관객을 위해 원작을 그대로 살리는 방법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

◇ 명확한 선악 구도의 스토리, 동심을 해칠 정도로 악이 강하지는 않다

‘시크릿 쥬쥬’를 실제 관람한 어린이 관객은 마녀가 너무 예뻐서 어색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아동극의 경우 악당도 너무 과도하게 악하게 나올 경우 동심을 해칠 수도 있다.

‘시크릿 쥬쥬’ 공연사진. 사진=오름기획 제공
‘시크릿 쥬쥬’ 공연사진. 사진=오름기획 제공

악당이 허당 같은 면을 보이기도 하고 웃긴 동작으로 무서운 면을 상쇄하기도 하는데, ‘시크릿 쥬쥬’에서의 마녀 또한 쥬쥬들을 괴롭히려고 하지만 쥬쥬들에게 어이없이 제압되기도 하고, 시시때때로 몸 개그를 펼치기도 한다.

‘시크릿 쥬쥬’가 보여준 아동극의 수위 조절은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관객을 대상으로 볼 때는 똑똑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시크릿 쥬쥬’ 공연사진. 사진=오름기획 제공
‘시크릿 쥬쥬’ 공연사진. 사진=오름기획 제공

◇ 남자가 보기 쉽지 않은 공연, 어린 관객일지라도 남자 관객에게는 편할 수만은 없는 공연

‘시크릿 쥬쥬’는 타깃이 상대적으로 명확한 공연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같이 키우는 가족이 같이 관람하기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공연이고, 남자 아이들의 경우 공주들이 드레스 입고 나오는 공연을 내가 왜 봐야 하는지에 대해 힘들게 생각할 수도 있다.

‘시크릿 쥬쥬’에는 여배우들만 등장하기 때문에 남자 관객들이 좋아할 수도 있다고 예상되기도 하지만,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의 의사소통에 사용되는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남자 관객들보다는 여자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한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시크릿 쥬쥬’ 공연사진. 사진=오름기획 제공
‘시크릿 쥬쥬’ 공연사진. 사진=오름기획 제공

‘시크릿 쥬쥬’에서 사랑과 행복의 동화나라 주인공들은 서로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한다. 경쟁과 갈등이 만드는 분열은 그들의 세계를 위태롭게 만든다. 이런 철학적 메시지는 가족 단위 또는 단체 관람시 선택에 도움이 되는 교훈적인 면이다.

뮤지컬 ‘시크릿 쥬쥬’가 지금보다도 더 남자 관객들에게 어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좋은 방법도 있겠지만, 남자 배우들이 큰 역할이든 작은 역할이든 등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시크릿 쥬쥬’ 공연사진. 사진=오름기획 제공
‘시크릿 쥬쥬’ 공연사진. 사진=오름기획 제공

관객들은 공연을 감정이입해 볼 때 더 행복해한다. 특히, 우리나라 관객들의 경우 그런 바람이 크다. 시크릿 스톤을 찾아 떠나는 ‘시크릿 쥬쥬’의 여정에 등장하는 조단역들이 남자 배우였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