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선 실세 최순실 민원 받고 납품업체 선정

현대차, 비선 실세 최순실 민원 받고 납품업체 선정

‘비선 실세’ 최순실(61·최서원으로 개명)씨가 현대자동차그룹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공개됐다.

검찰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 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3회 공판에서 KD코퍼레이션 대표 이 모 씨와 아내 문 모 씨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 씨는 “최 씨가 ‘정부에 얘기해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자료를 정리해달라고 해서 (자료를) 보냈다”며 “얼마 지나지 않아 현대차 구매팀에서 연락이 왔다”고 진술했다.

현대차와 장기간 판로를 뚫지 못했던 KD코퍼레이션이 최 씨에게 부탁한 이후 손쉽게 계약한 데 대해 이 씨는 “(최 씨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인정 한다”고 말했다.

KD코퍼레이션 이사 신 모 씨도 “현대차에서 납품 계약에 관해 상의하기 위해 먼저 연락해왔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저도 최순실과 KD코퍼레이션과 아는 사이였다는 것은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씨의 아내인 문 씨는 최 씨에게 납품 계약을 청탁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최 씨의 딸 정유라(21)씨가 졸업한 초등학교의 학부모인 문 씨는 "최 씨와 있는 자리에서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받아 꾸중을 들었는데, 통화가 끝나자 최씨가 ‘어떤 회사에 (납품을) 놓고 싶은지 말하면 넣어 주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문 씨는 또 "2012년 대선이 끝난 뒤 최 씨가 굉장히 기분이 좋은 상태여서 주변 사람들이 ‘저 언니 로또 된 것 아니냐’고 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문 씨는 최 씨와 함께 자녀들 초등학교 어머니회나 바자회에 참석하며 친분을 쌓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최 씨가 ‘신랑이 병원에 입원했으니 놀러오라’고 해서 가 보니 입원실 문에 '정윤회'라고 써 있는 것을 보고 최 씨가 박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고 짐작하게 됐다”고 했다.

최 씨는 박 대통령과 공모해 현대차에 압력을 넣어 흡착제 제조사인 KD코퍼레이션이 납품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등을 받고 있다.

현대차는 2015년 2월께 KD코퍼레이션과 납품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9월까지 총 10억5000여만원에 달하는 제품을 납품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