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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범블비’(2) 기질과 다르게 살아야만 했던 찰리와 범블비의 상처와 결핍

발행일 : 2018-12-21 15:43:50

◇ 기질과 다르게 살아야만 했던 찰리와 범블비의 상처와 결핍
 
<범블비(Bumblebee)>에서 범블비(딜런 오브라이언 분)와 찰리 왓슨(헤일리 스테인펠드 분)은 기질대로 살지 못하고, 상처와 결핍을 가진 채 자신을 잘 드러내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기질은 타고난 생물학적 기반의 행동과 정서 패턴을 뜻하며, 성격은 문화적 영향과 개인적 경험에 따라 현재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문화적 영향과 개인적 경험이 달라지면 성격 또한 달라질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범블비’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범블비’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범블비는 옵티머스 프라임으로부터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고 지구로 온 로봇 전사이다. 찰리는 자동차를 직접 수리할 정도로 적극적이고 활동적이며 다소 거칠 수도 있는 외향적 호쾌함 또한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 목소리와 기억을 잃어버린 범블비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웅크려 있고, 아빠를 잃고 마음을 붙일 곳이 없는 찰리는 자신의 행동에 제한을 하려는 엄마의 눈을 피해 소심하게 움직인다.

‘범블비’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범블비’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범블비와 찰리는 모두 기질대로 살지 못하고 있는데, 외로운 상태였기 때문에 서로를 알아보고 이해했을 수도 있지만 기질대로 살지 못하는 답답함을 서로 알아주고 포용했기 때문에 소통과 교감을 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자동차일 때의 범블비를 가지게 된 찰리는, 차 외관의 먼지를 닦기 전에 먼저 점검을 하고 부품을 구해 수리하는데 집중한다. 외적인 아름다움보다 내적인 실용성, 본질과 실체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기질을 보여준 것인데, 찰리의 기질이기도 하지만 범블비의 기질이라고 볼 수도 있다.

‘범블비’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범블비’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죽어서 웅크리고 앉아 있는 범블비의 낮은 자세는 찰리와 눈높이를 맞추는 효과를 나타낸다. 범블비와 찰리가 공감하게 만드는 설정과 디테일은 인상적인데, 범블비와 찰리, 그리고 감정이입해 스크린을 바라보는 관객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날 다시 찾게 해줘서” 고맙다고 하면서 잊지 않겠다는 말을 하는 것 또한 기질대로 살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고마움과 기쁨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기질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범블비>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범블비’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범블비’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찰리에게 범블비는 아빠를 대신하는 세상
 
<범블비>에서 범블비는 찰리에게 아빠를 대신하는 세상의 역할을 한다. 또한 찰리는 범블비에게 고향에서의 로봇들을 대신하는 세상의 역할을 한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과 로봇에 대한 그리움을 둘은 서로 어루만지고 있는 것이다.
 
주말마다 아빠와 같이 차를 수리했던 둘만의 추억을 가졌던 찰리는, 이제 범블비와 함께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학생일 때 다이빙을 잘 했던 찰리가 다이빙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과거와 현재 사이에 놓여있는 커다란 심리적 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다이빙은 직면과 극복을 의미한다.

‘범블비’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범블비’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제는 시도하는 것 자체가 두렵고 무서운 것은 찰리와 범블비 모두에게 해당된다. 그런 상황에서 처음에는 찰리가 범블비를 지켜주고, 다시 범블비가 찰리를 지켜준다. 범블비와 찰리의 시련은 둘을 동시에 영웅이 될 수 있는 계기와 과정을 제공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 정서를 표현하는 디테일
 
<범블비>에서 서로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상대가 나에게 위협이 되는지 아직 알 수 없을 때, 범블비와 찰리 사이의 간극을 효과적으로 줄인 것은 스킨십이다. 범블비가 자신의 볼을 찰리의 손에 가져가면서, 찰리가 범블비의 볼을 어루만지는 장면을 만들었다.

‘범블비’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범블비’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람의 손과 체온이 로봇의 볼과 체온과 만나 같은 느낌, 같은 따뜻함을 느끼게 했다는 정서 표현의 디테일을 무척 돋보인다. 이후 둘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암시의 기능을 하고 있는데, 중요한 점은 범블비가 찰리의 손이 자신의 볼에 닿을 수 있도록 주도적인 시도를 했다는 점이다.
 
지구에 온 범블비를 비롯한 트랜스포머들을 지구인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포용한 게 아니라, 범블비가 먼저 마음을 열었다는 것을 이미지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영화 마지막에 자동차의 사이드미러에 쓰여 있는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음’이라는 표현을 관객들이 직접 볼 수 있게 만든 것 또한 범블비와 찰리, 트랜스포머들과 지구인들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알려주는 디테일한 암시라는 점이 주목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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