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 클래식을 물들이다’라는 부제로 열리는 <2018 예술의전당 대학오케스트라축제>의 일환으로, 경희대학교 <경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Kyung Hee Philharmonic Orchestra)>가 11월 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예술감독이자 상임지휘자인 강석희의 지휘로, 피아니스트 임효선이 협연했다.

◇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Op.84, 베토벤을 밝은 에너지로 소화한 풋풋함이 느껴지는 연주!
<경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첫 곡은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 Op.84(이하 <에그몬트>)이었다. 지휘자는 모범적이고 정직한 지휘를 보여줬고, 단원들과 함께 베토벤을 밝은 에너지로 소화해 풋풋함이 느껴지는 연주를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베토벤이 괴테의 연극 ‘에그몬트’를 관람하고 받은 영감으로, 이 연극을 음악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우 어둡게 해석될 수도 있는 곡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번 연주에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더 들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Eb 장조 Op.73 “황제”>, 다양한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 임효선!
인어공주를 연상하게 만드는 의상을 입고 등장한 임효선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5번 Eb 장조 Op.73 “황제”>(이하 <황제>)를 협연했다. 임효선은 시원시원하게 피아노를 치면서도 본인이 피아노를 치지 않는 시간에는 지휘자에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여유와 자신감이 넘치는 아티스트라고 생각되는데, 최소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자기조절 능력이 뛰어나다고 여겨진다. 피아노를 치는 손은 가볍고 빠르게 움직이기도 하고, 힘을 실어 건반을 누르기도 했다.

온몸으로 피아노를 치는 열정적인 연주자로 시각적인 몰입감도 선사했다. 피아노에 거의 엎드리듯 건반을 누르기도 하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시선은 정면이나 더 위쪽을 향한 채 빠르고 강렬하게 연주하기도 했다.
임효선은 표현하고자 하는 것과 그때의 감성에 따라 다양한 적용을 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라고 느껴진다. 피아노를 치기 위해 몸이 움직이는 것인데, 피아노 소리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 e단조 Op.27>, 무대를 가득 채운 연주자들의 에너지!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니스트, 피아노곡 작곡가로 유명한데, 관현악곡을 작곡했고 위대한 작곡가로 인정받기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곡과 관현악곡은 느낌이 다르다고 볼 수도 있지만, 연주를 할 때 끊고 머물러 강조하며 가기보다는 감정선을 끊지 않고 정서를 계속 이어가려고 한다는 공통점 또한 찾을 수 있다.
피아노는 악기의 특성상 음이 선명하게 분리되기 때문에 정서를 끊지 않고 이어가기 위해서는 바로 전의 음이 사라지기 전에 더 빨리 연주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곡은 연주자가 실력을 뽐내며 연주할 수 있고, 연주 실력이 부족하면 소화하기 힘들다.

<교향곡 제2번 e단조 Op.27>을 비롯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은 파도가 치듯 리듬이 계속적으로 이어진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완급 조절보다는 감정선의 연결에 더 초점을 두고 작곡됐다고 볼 수 있다.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을 들은 관객은 성향에 따라 무척 편하고 감동적일 수도 있고, 쉴 틈, 완급 조절의 시간을 많이 주지 않기 때문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는 연주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베토벤을 연주했을 때와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했을 때 감성은 다를 것인데, 관객에게 전달되는 것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교향곡 제2번 e단조 Op.27> 연주에는 콘서트홀 무대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연주자가 함께 했는데, 학업과 병행하는 대학오케스트라의 특성상 대규모 인원이 모여 연습하는 과정도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노력한 만큼의 성과, 인정과 보상이 오케스트라와 각 단원들에게 모두 부여되기를 기원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