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 제4화는 이전 방송보다 더 많은 대사가 펼쳐졌는데 시청자들은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긴장감을 느끼며 이해하기 위해 더욱 집중해야 했다.
많은 드라마에서 어떤 등장인물이 생각하는 것을 왜 다른 등장인물은 전혀 생각조차 못하는지에 대해 시청자들이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밀의 숲’은 상대방도 그 정도는 다 알고 있다는 톤으로 스토리텔링이 진행된다는 점이 돋보인다.

◇ 모두 다 수상하다, 누가 범인이어도 개연성이 있다
‘비밀의 숲’ 제4화에서는 염효섭(박무성 역)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신혜선(영은수 역)이라는 것이 카페 아르바이트를 통해 알려졌다.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을 보면 유리창에 비친 모습은 범인이 여자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데, 신혜선 또한 조승우(황시목 역)는 강력한 용의자로 생각하고 있다.
조승우 사무실의 직원들도 충분히 의심할 수 있고, 검찰이 아닌 경찰 내부에서 핵심 용의자가 있을 수도 있다. 유재명(이창준 역)이 일을 꾸민 범인이라면, 장인인 한조그룹 회장 이경영(이윤범 역)이 실제 배후일 수도 있는데, 유재명의 아내이자 이경영의 딸인 윤세아(이연재 역) 또한 충분히 의심해 볼 수 있다.

만약 윤세아가 범인이라면 남편 또는 아버지와 결탁해 범죄를 저질렀을 수도 있고, 남편 또는 아버지가 곤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그 두 사람도 모르게 윤세아가 주도적으로 범죄를 저질렀을 수도 있다.
‘비밀의 숲’ 제4화는 모든 의심의 가능성을 더욱 열었고, 그것을 시청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어쩌면 배두나(한여진 역)가 범인일 수도 있고, 만약 그렇다면 진짜 대반전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개연성 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

◇ 썩은 것일까? 권력에 휘둘리는 것일까?
‘비밀의 숲’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의심을 받는다. 드라마 속에서 조승우, 배두나로부터 의심을 받기도 하지만,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의심을 받는다. 많은 등장인물들은 범죄를 저지를 정도로 썩었을 수도 있지만, 권력에 휘둘려 그렇게 행동하는 것일 수도 있다.
권력에 휘둘려 행동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런 행동이 반복될 경우 비자발적 타락을 거쳐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부패로 이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비자발적으로 시작했고 처음에는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를 댈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언제 변했는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은 더욱더 위험하다.

자신도 다른 사람들과 별반 차이가 없거나 더 심하면서도, 자신은 매우 깨끗하다고 착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비밀의 숲’에서 많은 사람들이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에 있다는 것은 처음부터 썩은 행동을 한 것보다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영은수 캐릭터를 점점 발전시키는 신혜선
‘비밀의 숲’ 제1화에서 신혜선은 사회 경험이 없는 신참 검사 역을 맡아 신참답게 연기를 소화하면서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오해를 받았다. 본지는 제2화 방송의 리뷰를 통해 신혜선이 역할의 반전, 연기의 반전을 만들 가능성을 살펴봤었다.

신혜선은 제3화를 통해 악역의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했으나, 악역이 잘 안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었다. 제4화에서는 무서운 표정 연기를 포함해 충분히 의미 있는 악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는데, 신혜선이 서서히 연기에 몰입하며 변신하는 모습은 영은수 캐릭터가 ‘비밀의 숲’에서 영역을 어떻게 넓히고 채우는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신인 연기자의 경우 존재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지 않을 때, 이 배우가 연기력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그런 역을 맡아 진짜 그런 역할에 어울리게 연기를 잘하고 있는 것인지 시청자들은 한 번쯤 너그럽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다소 지루한 듯한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는 전반부, 언제 그랬냐는 듯 무서운 느낌을 강하게 전달한 후반부
‘비밀의 숲’ 제4화 전반부에서 시청자들은 다소 지루한 듯한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다. 강력한 행동으로 스토리텔링을 이어가기보다는 대사를 통해 암시와 복선을 주며 완급조절을 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담담한 대화들이 오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넘쳤다는 것을 느낀 시청자들도 많을 것이다.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속에서도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무섭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는 것은, 제4화에서의 완급조절, 강약조절이 다시 질주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축적했다고 볼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