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 제2화는 조승우(황시목 역)와 배두나(한여진 역)가 각각 소속된 서부지방검찰청 형사3부와 용산경찰서의 사람들의 성격과 성향을 시청자들이 점점 알 수 있도록 드러냈다.
‘비밀의 숲’은 모든 것이 사건의 단서가 될 수 있고, 어떤 디테일이 암시와 복선일지 생각할 수 있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따라서, 드라마 초반 주요 캐릭터의 구축과 그 구축 과정에서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은 추후 강력한 암시 또는 복선으로 확인될 수 있다.

◇ 다른 사람을 이용할 것인가? 결국 제 꾀에 걸려 이용당할 것인가? 서부지검 차장검사 이창준 역 유재명
‘비밀의 숲’은 같은 대사가 반복해서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처음에는 대화를 통해 나온 대사는 회상 또는 생각을 통해 다시 반복된다. 처음에 바로 캐치하지 못했던 시청자들도 반복해 들으며 그 의미를 계속 되돌이켜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드라마에서 반복이 만드는 정서의 축적은 캐릭터 구축과도 연결된다.
서부지검 차장검사 이창준 역의 유재명은 “박사장이 직접 알려줬어. 황시목하고 손잡았다고.”라는 말을 하고, 이는 조승우가 기억을 되새기는 과정을 통해 반복된다. 이는 유재명이 어떻게 인간관계를 장악하고 있고, 어떻게 사건을 설계하는지에 대한 뉘앙스를 전달한다.

처세술이 뛰어난 유재명이 절대악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악의 축일 수도 있고, 실제 최악은 아닐 수도 있다는 두 가지 가능성은 하나의 행동을 하면서 두 가지 이상의 결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비밀의 숲’에서 작은 반전뿐만 아니라 큰 반전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데, 드라마 속 아내인 윤세아(이연재 역)는 현 한조그룹 회장인 이경영(이윤범 역)의 딸이기에 언제든 커넥션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고, 용산경찰서 경찰서장 최병모(김우균 역)와의 친분 또한 갈등을 격발하고 심화하거나 혹은 봉합해 의석할 수 있는 요소라고 볼 수 있다.

후배인 이준혁(서동준 검사 역)을 오른팔로 부리는 동시에 제거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재명이 맡은 이창준 캐릭터는 강력한 것 같지만 약한 면도 소유하고 있고, 비열하기도 하지만 인간적인 면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 때문에 조승우와 대립하거나 협력하는 것 모두가 자연스럽게 펼쳐질 수 있다. 행동이나 사물도 그렇지만, 유재명과 조승우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추후 암시나 복선이었다는 것이 드러날 수 있는데, 그렇다면 날선 대화를 통해 현재에 감정의 대립과 미래의 스토리텔링을 동시에 펼치는 수준 높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아가 무척 강할 수도 있고 때로는 무척 약할 수도 있는 캐릭터는 악의 캐릭터로 매력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데, 지나친 거부감이 들지 않을 정도의 악인이어야 시청자들이 상대역을 마음 졸이며 응원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아직까지는 매사 자신감 넘치면서도 그냥 설렁설렁한 스타일로 여겨지는 서동재 검사 역의 이준혁
‘비밀의 숲’ 제2화를 보면 이준혁은 매사 자신감이 넘치는 스타일처럼 보이기도 하고, 후배 검사들보다 권위를 세워야만 본인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열등감, 자격지심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비밀의 숲’에서 이준혁은 조승우와 많은 갈등과 대립을 겪을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현재까지는 날카로운 대립을 보이지는 않는다. 만약 이준혁이 맡은 서동재 캐릭터가 드라마 초반부터 강력하게 구축됐다면, 시청자들은 비밀리에 벌어진 사건들의 내막보다는 인간관계의 갈등에 초점을 맞춰 시청했을 수 있다.
한 번에 확 구축된 황시목 캐릭터와는 달리 서동재 캐릭터가 서서히 구축되는 점은 드라마의 완급조절이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서동재 캐릭터 구축을 남겨둬 추후 갈등의 격발을 할 수 있는 카드를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키 크고 잘생겼고 전액 장학금을 받고 공부해 사시에 합격했지만, 지방대 출신으로 자신의 한계를 일찌감치 깨닫고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는 서동재 캐릭터는 피의자들로부터 적극적으로 뒷돈을 챙기는 등의 행동으로 시청자들에게 비난받으면서도 측은지심을 유발할 수도 있다. 서동재 캐릭터의 구축과 질주는 시청자들을 흥분하게 만들 수도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아직까지는 만만해 보이는 수습 검사 영은수 역의 신혜선. 역할의 반전, 연기의 반전을 만들 것인가?
수습 검사 영은수 역의 신혜선은 드라마 속에서 검사 조직의 신참이라는 티를 낸다. 시청자들은 검사 역의 다른 배우들에 비해 신혜선이 너무 초보 티를 낸다고 좋지 않은 반응을 보낼 수도 있다.

‘비밀의 숲’ 제2화에서 신혜선은 이준혁이 시킨 대로 했다가 곤경에 처하게 되는데, 만약 신혜선이 선 굵은 연기를 드라마 초반부터 펼쳤으면 영은수 캐릭터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시청자들은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더욱 크게 비난했을 수도 있다.
현재까지 영은수 캐릭터는 다른 사람이 이용하기 쉬운 캐릭터이면서 보호해주고 싶은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어필되고 있다. 명문가 출신의 자존심 세고 도도한 수습 검사 역을 소화하고 있는 신혜선이 끝까지 막내 같은 모습으로만 연기를 할 것인가?

유재명의 모함에 걸려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난 사람이 신혜선의 아버지라고 알려져 있다. 청렴결백하던 아버지는 후배 검사들에게 끌려다니며 받았던 조사의 충격으로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다.
만약 신혜선이 드라마 초반부터 존재감을 발휘하려는 연기를 펼쳤으면 이런 숨겨진 내적 갈등과 복수심은 회차가 진행될수록 집중감이 떨어져 피로도만 높아질 수도 있다. 캐릭터의 반전이 충분히 멋지게 이뤄질 수 있는 구도를 갖추고 있는데, 신혜선은 이를 어떻게 자신만의 매력으로 펼칠지 궁금해진다.

‘비밀의 숲’ 제2화에서는 “완전범죄는 없어도 미제 사건은 수두룩하다”, “한여진이란 사람이 지금까지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는가? 거기 달렸죠.”라는 대사를 통해 드라마의 정신세계, 등장인물의 정신세계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내부 비밀 추적극’을 표방한 ‘비밀의 숲’이 사건에만 치중할 것인가, 그 이상의 깊은 울림을 남길 것인가? 사전 제작으로 인해 시나리오와 연기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지만, 사전 제작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정서와 요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양날의 검을 가진 ‘비밀의 숲’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은 드라마에 대한 관심과 호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