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에서 시작된 소형 SUV의 인기가 국내 자동차시장에도 뜨겁게 불어 닥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쌍용 티볼리와 르노삼성 QM3, 쉐보레 트랙스 정도에 불과했던 국내 소형 SUV시장에 경쟁 업체들이 속속 뛰어들면서 판매 규모가 커지고 있다.
티볼리는 출시부터 쌍용차를 먹여 살리는 효자차종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많은 경쟁차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수에서는 동급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수출시장에서도 각광 받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내수 판매는 5만1322대로 전년 대비 28.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실적은 2만5046대로 전년 대비 증가율이 47.3%에 이른다.

소형 SUV시장의 잠재력을 간과했던 현대차와 기아차는 뒤늦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기아차가 ‘니로’를 SUV로 포장해 출시한 데 이어, 현대차도 내년에 동급의 소형 SUV를 출시할 계획이다.
3월에 출시된 기아 니로는 1만7081대로 국산 소형 SUV 중 2위로 뛰어올랐으나 1위 티볼리와의 격차는 크다. 지난해 2만대를 넘겼던 르노삼성 QM3는 올해 경쟁차종이 많아지면서 1만3305대로 줄었다. QM3의 수요 상당수가 티볼리와 니로로 옮겨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쉐보레 트랙스는 1만1387대로 동급 최하위지만 최근 신모델이 출시되면서 판매가 늘고 있다.
이와 달리 혼다 HR-V는 지난 7월 출시 직후부터 판매 조건을 완화하면서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사전 계약이 100대에 이른다”는 혼다코리아 주장이 무색하게 HR-V는 정상적인 판매조건을 내걸지 못하고 거의 매달 무이자할부 또는 수백만원의 할인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8월에 24개월 할부 1.93% 금리 조건과 72개월 장기 할부를 선보였던 혼다코리아는 지난 10월부터 이달까지 석 달 연속으로 무이자 36개월 또는 현금 340만원 할인 조건을 내걸었다. 정상적인 조건에서는 판매가 힘들다는 방증이다. 이런 조건을 내걸었지만 월 평균 판매는 50여 대에 불과하다.
HR-V의 판매 부진은 경쟁차 대비 뚜렷한 장점이 없는 데다, 가격이 3190만원으로 책정돼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HR-V 가격이면 기아 니로 풀 옵션 모델을 살 수 있으며, HR-V 가격에 112만원을 더하면 쌍용 티볼리 가솔린 기본형을 두 대 살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세단 수요의 상당수가 소형 SUV로 넘어오고 있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순히 가격이 싼 수입차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