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영화

[ET-ENT 영화] ‘비스트’ 감정선의 연결 전혜진, 디테일한 배려와 호흡 이성민, 억울했던 유재명

발행일 : 2019-06-21 13:57:58

이정호 감독의 <비스트(THE BEAST)>는 이성민(한수 역), 유재명(민태 역), 전혜진(춘배 역)의 역대급 인생 연기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바뀌는 상황에서도 감정선을 이어가는 전혜진과 디테일한 배려와 호흡으로 춘배 캐릭터를 같이 살리는 이성민의 케미가 돋보인다.
 
영화는 유재명의 억울함에서 시작해, 이성민의 초조함으로 주된 정서가 전환된다. 처음에 제시된 강력 사건으로 인한 갈등보다 나중에 부각된 관계성에서의 갈등에 관객이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과 설정은 무척 놀랍다.

‘비스트’ 스틸사진. 사진=NEW, 스튜디오앤뉴 제공 <‘비스트’ 스틸사진. 사진=NEW, 스튜디오앤뉴 제공>

◇ 영화 초반, 노루의 눈빛과 사체 유기를 통해 사건과 연결 고리를 정서적으로 엮는다
 
<비스트>에서의 눈빛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 수도 있고, 서로 다른 대상을 연결하는 이미지적 연결 고리로 볼 수도 있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정서를 바꾸는 매개체로 해석할 수도 있고, 겉으로 보이는 것과 내면의 진실은 다르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볼 수도 있다.
 
영화 초반 노루의 눈빛, 복면 쓴 사람의 눈빛, 납치된 사람의 눈빛에 집중하면 벌써 영화를 한참 본 것 같은 몰입감이 느껴진다. 영화 초반 노루는 눈빛과 사체 유기라는 이미지를 통해, 납치한 자 및 납치된 자와 각각의 공통점을 가진 존재라고 추정하게 만든다. <비스트>에서 눈빛은 각자 흐트러진 정서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비스트’ 스틸사진. 사진=NEW, 스튜디오앤뉴 제공 <‘비스트’ 스틸사진. 사진=NEW, 스튜디오앤뉴 제공>

‘누구나 마음속에 키우고 있는 짐승 한 마리’라는 영화 속 표현과 연결하면, 노루가 의미하는 바가 피해자인지, 가해자에 대한 응징인지 생각하게 된다. 누가 괴물인가? 누가 영화 제목에 가장 어울리는 인물인가? 답은 명확하게 나온 거 같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흔히 예상할 수 있는 답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 사건의 초점이 바뀐다! 유재명의 억울함에서 이성민의 초조함으로 정서의 변화도 뒤따른다!
 
<비스트>는 영화 전반부와 후반부에 사건의 초점이 바뀐다. 더불어 주요인물의 메인 정서 또한 뒤따라 변한다. 처음에는 미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게 최종 미션일 것처럼 보였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인물 간의 갈등이 훨씬 큰 비중으로 기억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스트’ 스틸사진. 사진=NEW, 스튜디오앤뉴 제공 <‘비스트’ 스틸사진. 사진=NEW, 스튜디오앤뉴 제공>

영화 초반 민태의 억울함은 사건의 반전에 따라 한수의 초조함으로 바뀐다. 한수는 경찰 강력반 에이스이고, 민태는 한수의 라이벌 형사이다. 큰 갈등의 해소 뒤 또 다른 묵은 갈등의 격발은 관객의 감정을 강하게 이끌게 되는데, 관객은 처음에 나온 갈등보다 나중에 나온 갈등에 더욱 몰입하게 될 수 있다.
 
도로를 달리다 교차로에서 다른 도로로 접어들었는데, 처음부터 두 번째 도로를 달리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관객은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비스트>에서 민태는 각자의 시선에 따라 다르다고 말하는데, 관객 또한 각자의 성향과 현재의 마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비스트’ 스틸사진. 사진=NEW, 스튜디오앤뉴 제공 <‘비스트’ 스틸사진. 사진=NEW, 스튜디오앤뉴 제공>

◇ 감정의 점핑으로 느껴질 수 있는 시간에 감정선의 연결을 보여준 전혜진! 디테일한 배려와 호흡으로 춘배 캐릭터를 같이 살린 이성민!
 
<비스트>에서 춘배의 복수는, 한수에게 확실한 정보를 주기 위해 만든 필연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무척 좋은 설정이다. 춘배는 마약 브로커이자 한수의 정보원이다.
 
춘배는 의지와 실행력은 매우 저돌적이지만, 반면에 육체적으로는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심리적으로 한수 위에 군림하는 것처럼 보였다가, 순간적으로 약해지는 모습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비스트’ 스틸사진. 사진=NEW, 스튜디오앤뉴 제공 <‘비스트’ 스틸사진. 사진=NEW, 스튜디오앤뉴 제공>

따지고 보면 춘배는 감정의 점핑을 겪는데, 전혜진의 연기는 춘배가 감정선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것 같은 오묘함을 전달한다. 춘배의 행동은 바뀌었는데, 춘배의 마음은 바뀌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렇게 느껴지게 만드는 이성민의 디테일한 배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스트>에서 한수는 춘배뿐만 아니라 또 다른 정보원인 오마담(김호정 분)과도 연결되고, 아직 자신과의 미묘한 감정이 남아 있는 국과수 부검의 정연(안시하 분)과도 연결된다.

‘비스트’ 스틸사진. 사진=NEW, 스튜디오앤뉴 제공 <‘비스트’ 스틸사진. 사진=NEW, 스튜디오앤뉴 제공>

한수는 살인마를 잡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할 수 있는 지극히 목적지향적인 인물로 생각되지만, 춘배, 오마담, 정연을 대할 때의 섬세한 배려는 그들이 한수를 위한 선택을 하는 것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관객이 개연성을 인정하게 만드는 것은 이성민의 연기력이다. 행동을 단정할 수 없게 만드는 디테일은 그냥 볼 땐 지나칠 수 있지만, 애정을 가지고 집중하면 더욱 감탄하게 된다.
 
<비스트>는 실제로 저렇게 싸웠을 것 같이 느껴지는 액션신도 눈에 띈다. 쫓던 사람이 쫓기는 것을 보면서 관객은 누구를 응원해야 하는가 갈등할 수도 있다. 한수의 강력반 후배 종찬(최다니엘 분)과 마약반에서 새롭게 전출 온 형사 미영(이상희 분)은 다른 등장인물보다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관객은 종찬이나 미영에게 감정이입할 수도 있다.

‘비스트’ 스틸사진. 사진=NEW, 스튜디오앤뉴 제공 <‘비스트’ 스틸사진. 사진=NEW, 스튜디오앤뉴 제공>

감독은 “익숙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밝혔고, 유재명은 “어떤 것도 없이 정직하게 질문하는 영화”라고 <비스트>에 대해 평했다. 한수에게 감정이입한 관객이 심리적인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마지막 흐름과 설정 또한 인상적인데, 정직하면서도 익숙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점도 <비스트>의 매력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