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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 “그는 우리의 변호인이었지만, 우리는 그에게 가혹한 판사였다”

발행일 : 2019-04-04 15:29:53

김재희 감독의 <노무현과 바보들>은 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사건이나 외부 사람들보다는 ‘노무현’이라는 인물 자체에 집중한 작품으로, “그는 우리의 변호인이었지만, 우리는 그에게 가혹한 판사였다”라는 영화 속 자막은 긴 여운을 남긴다.

‘노무현과 바보들’ 스틸사진. 사진=바보들 제공 <‘노무현과 바보들’ 스틸사진. 사진=바보들 제공>

◇ ‘노무현’에 집중한 다큐멘터리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자는 그 역사를 다시 살아갈 수밖에 없다.’라는 영화 초반의 자막은 역사적 사건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 같이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영화를 직접 보면, 사건이나 다른 사람들이 아닌 ‘노무현’에 집중한 다큐멘터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사람, 다른 이야기로 정서를 희석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육성에 담긴 메시지, 내용도 중요하지만, 말속에 있는 열정, 정의, 진정성을 오롯이 느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노무현과 바보들’ 스틸사진. 사진=바보들 제공 <‘노무현과 바보들’ 스틸사진. 사진=바보들 제공>

◇ 성공만 다루지 않았다, 실패에도 초점을 맞추고 실패할 수 있는 용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노무현과 바보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공만 다루지 않고, 인간 노무현의 실패에도 초점을 맞추고 실패할 수 있는 용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실패가 두려운 시대, 실패할 용기를 가지기 힘든 시대에 살면서 인간 노무현이 실패를 피하지 않았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되새길 수 있다. 잊고 있었던 가치에 대해 다시 눈을 뜨게 만드는 시간이다.
 
나는 실패할 용기가 있는가? 국가와 대의명분까지 가지 않더라도 나의 미래에 대해 실패할 용기가 있는가? 실패가 두려워도 한 번 제대로 도전할 의지가 있는가 영화는 되뇌게 한다.

‘노무현과 바보들’ 스틸사진. 사진=바보들 제공 <‘노무현과 바보들’ 스틸사진. 사진=바보들 제공>

◇ ‘노사모’가 기억하는, ‘노사모’의 눈으로 바라본 ‘노무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정치 전문가 집단도 아니고, 엘리트 집단도 아니었다는 점을 영화는 알려준다. 사건보다는 정서적인 측면이 많이 반영된 영화로,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 노사모의 눈에 비친 노무현, 노사모가 기억하는 노무현은 정치인보다는 친한 연예인 같다는 느낌이 든다. <노무현과 바보들>을 통해 노사모의 성격과 초창기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있는데, 순수하게 노무현이 좋아서 시작한 사람들이 노무현의 열정에 자발적으로 함께하게 됐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노무현과 바보들’ 스틸사진. 사진=바보들 제공 <‘노무현과 바보들’ 스틸사진. 사진=바보들 제공>

◇ “그는 우리의 변호인이었지만, 우리는 그에게 가혹한 판사였다”
 
<노무현과 바보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돈이 사람을 모으고, 학벌이 기회를 독점하고, 지역감정이 표를 모으는 시대’라는 사실에 사람들이 직면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가진 게 없는 자에게, 타협하지 않는 자에게, 꿈은 사치였다’라는 자막은 현실을 더욱 객관적으로 직면하게 하고 있다.
 
“그는 우리의 변호인이었지만, 우리는 그에게 가혹한 판사였다”라는 영화 속 고백은 <노무현과 바보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던 다른 영화들과는 다른 시선의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노무현과 바보들’ 스틸사진. 사진=바보들 제공 <‘노무현과 바보들’ 스틸사진. 사진=바보들 제공>

많은 사람들의 변호인이 돼 그들의 삶을 대변했지만, 정작 본인이 가혹한 대접을 받을 때는 제대로 보호받지도 지지받지도 못했던 한 사람의 아픔을 한 문장으로 함축해 전달한 것이다.
 
<노무현과 바보들>은 관객의 성향과 마음에 따라 과도하게 미화해서 볼 수도 있고, 반대로 강한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는 영화이다. 이념과 정치적 성향에서 잠시 벗어나, 아픈 시대를 함께 살았던 한 사람의 마음을 차분히 공유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과 바보들’ 스틸사진. 사진=바보들 제공 <‘노무현과 바보들’ 스틸사진. 사진=바보들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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