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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무용] 국립무용단 명절기획시리즈 ‘설·바람’ 단원들이 안무가로 참여해 살아있는 감성을 전달하다

발행일 : 2019-02-08 00:54:59

국립무용단 명절기획시리즈 <설·바람>이 2월 5일부터 6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렸다. ‘신일(愼日)’(안무 장현수), ‘미인도’(안무 윤성철), ‘한량무’(안무 황용천), ‘평채소고춤’(안무 정관영), ‘당당(噹噹)’(안무 송지영), ‘북의 시나위’(안무 김상덕) 등 6개의 작품이 공연됐으며, 정종임이 연출을, 국악인 민은경이 사회를 맡았다.
 
이번 공연은 국립무용단 단원들이 직접 안무가로 작업했다는 점이 주목되는데, 국립무용단 김상덕 예술감독의 ‘북의 시나위’로 장식한 화려한 대미는 더욱 인상적이었다. <설·바람>은 이해하기 쉬운 춤, 소리가 있는 춤, 타악 리듬으로 신명 나는 춤을 선사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는데, 이틀 동안 열린 오후 3시 공연 외에, 추가로 6시 공연이 펼쳐졌으면 3시 공연 매진으로 관람하지 못한 관객들에게도 큰 선물이 됐을 것이다.

국립무용단 ‘설·바람’ 중 ‘북의 시나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무용단 ‘설·바람’ 중 ‘북의 시나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절제된 의식에서 신명 나는 춤판으로 이어진 ‘신일’
 
<설·바람>이 공연된 국립극장 하늘극장은 연극, 뮤지컬, 혹은 소극장 오페라 무대처럼 꾸며졌다. 첫 작품인 ‘신일’은 자연 속에서 신과 인간이 함께 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고유의 풍속을 한국무용으로 표현했다.
 
1층 무대와 2층 무대에서 안무가 동시에 시작됐는데, 음악 없이 시작했던 안무는 라이브 연주와 함께 하면서 점차 역동감을 높였다. 빠른 타악 리듬에 맞춰 부드러우면서도 절도 있는 동작을 펼쳐 관객들의 큰 환호를 받았는데, 이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산뜻한 동작은 라틴 댄스로 표현해도 어울릴 것 같이 느껴졌다.

국립무용단 ‘설·바람’ 중 ‘신일’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무용단 ‘설·바람’ 중 ‘신일’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부채를 든 여자 무용수 ‘미인도’, 부채를 든 남자 무용수 ‘한량무’
 
‘미인도’는 여자 무용수들의 우아한 춤사위를 보여주고, ‘한량무’는 한국무용의 대표적인 남성춤으로 선비의 의연한 기품과 내적 자유로움을 나타내는 절제된 춤사위를 보여준다. 서로 다른 춤은 차이를 만들기도 하지만, 부채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을 통해 서로의 정서를 연결한다.
 
부채는 판소리에서도 소리꾼의 내면과 행동을 표현하면서 분위기를 환기하고 강조하는 역할을 하는데, ‘미인도’와 ‘한량무’에서의 부채는 움직임과 리듬에 포인트를 주고 무용수들의 흐름과 정서를 관객들이 따라가게 만드는 신호등과 같은 역할을 했다.

국립무용단 ‘설·바람’ 중 ‘미인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무용단 ‘설·바람’ 중 ‘미인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미인도’는 가야금 산조 독주에 맞춰 펼쳐졌는데, 다섯 명의 무용수는 금색의 저고리를 공통적으로 입고 있지만 각기 다른 색의 치마를 통해 개별적이고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통일된 안무에 옷 색깔도 모두 같았으면 개성이 묻힐 수도 있었는데, 시각적인 다양화를 준 것은 ‘미인도’에 어울리는 똑똑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한량무’를 추는 여섯 명의 무용수는 위치와 구도의 균형미를 보여주는데, 한량의 이미지를 품격 있고 균형 잡힌 고고한 자유로움으로 표현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초록색 의상은 자연의 색을 떠올리게 만드는데, 자연에 가까운 삶을 사는 모습을 시각적 이미지와 부합한 것으로 보인다.

국립무용단 ‘설·바람’ 중 ‘한량무’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무용단 ‘설·바람’ 중 ‘한량무’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소고패와 사물놀이패의 컬래버레이션 느낌의 ‘평채소고춤’, 여성적이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당당’
 
‘평채소고춤’에서 ‘평채(平踩)’는 안무가가 자문자답을 통해 얻어진 호흡법으로 한국무용에 있어 발디딤, 발돋움이 아닌 평면으로 떨어지는 호흡을 뜻한다고 한다. 안무와 음악의 시너지는 소고패와 사물놀이패의 컬래버레이션 느낌을 준다.
 
산뜻한 리듬과 움직임이 인상적인데, 끝난 것 같으면서 다시 시작하는 안무는 마치 앙코르 안무를 원래의 안무 내에 편성한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공연 후반부에 관객들은 같이 손뼉 치며 좋아했는데, 안무의 에너지와 관객들의 에너지도 시너지를 이루며 컬래버레이션 하는 것 같았다.

국립무용단 ‘설·바람’ 중 ‘평채소고춤’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무용단 ‘설·바람’ 중 ‘평채소고춤’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당당’은 손끝에서 울리는 방울소리에 섬세한 우아함이 짙게 묻어나는 새로운 형식의 민속춤으로 알려져 있다. 8명의 여자 무용수는 신나는 음악에 맞춰 안무를 소화하는데, 파란색 상의가 깔끔한 무대와 잘 어울렸다.
 
양금과 가야금 가락이 어우러져 펼쳐지는데, 영롱한 방울 소리는 가야금의 잔잔함과 양금의 명료함을 오가는 것처럼 들렸다, ‘당당’ 또한 공연이 끝난 것처럼 박수를 받은 뒤 다시 시작해 인상적인 마무리를 했는데, 이런 연출은 색다른 해학처럼 느껴졌다.

국립무용단 ‘설·바람’ 중 ‘당당’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무용단 ‘설·바람’ 중 ‘당당’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한 ‘북의 시나위’
 
‘북의 시나위’는 무대 2층에서 북의 연주로 강렬하게 시작했다. 6명의 여자 무용수는 위협적이지는 않은 붉은색 옷을 입고 장구춤을 췄고, 진도북을 연주하는 4명의 남자 무용수와 시너지를 만들었다.

국립무용단 ‘설·바람’ 중 ‘북의 시나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무용단 ‘설·바람’ 중 ‘북의 시나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6명의 여자 무용수가 소고를 들고 나와 안무를 펼친 후, 열두발 상모로 이어지며 순차적인 안무를 선보이다가 승전고로 대미를 장식했다. 대형을 이뤄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면서 타악 리듬에 맞춰 여러 북춤들을 연결했는데, 감정을 점점 쌓아가며 절정으로 치닫는 감흥에 관객들은 강한 환호와 추임새를 보냈다.
 
<설·바람>은 여섯 종류의 안무가 이어졌는데, 난해하지 않아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타악 리듬에 맞춰 신명 나게 펼쳐져 지루할 틈 없이 언제 시간이 갔는지 모를 정도로 진행됐다. 우리 전통춤이 쉽고 재미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만든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재공연이 기대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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