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르륵! 차자자자자작! 카메라 셔터 음이 빗발쳤다. 나이스 샷! 갤러리 함성과 함께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한 선수에게 카메라 앵글이 집중됐다. 사진기자들은 티샷 후 티잉그라운드에서 내려오는 미우라 모모카(19ㆍ일본)의 다양한 표정을 잡기 위해 분주하게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황금세대(1998~1999년 사이 태어난 일본 여자 프로골프 유망주)라 불리는 미우라는 일본 사진기자 사이에서 인기 좋은 선수 중 한 명이다. 귀여운 외모에 날씬한 몸매를 지녔고, 성적에 상관없이 늘 웃는 얼굴로 플레이하기 때문이다. 티샷 후에는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짓거나 손을 흔드는 여유까지 보인다.

황금세대는 ‘아이칠드런’이라 불리기도 한다. 지난 2011년 일본인 첫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미야자토 아이(33ㆍ일본)를 보며 꿈을 키워온 선수들이다. 미우라를 비롯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성공시대를 연 하타오카 나사(19),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루키 가쓰 미나미, 아라카키 히나, 고이와이 사쿠라, 마쓰다 레이, 오사토 모모코(이상 20), 하라 에리카(19)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여자 프로골프 사상 이처럼 많은 유망주가 비슷한 시기 투어에 데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언론과 팬들의 관심이 이들에게 집중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올 시즌 성적도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아라카키와 오사토는 사이버 에이전트 레이디스와 캣 레이디스에서 각각 우승을 장식했고, 고이와이와 마쓰다는 하반기 들어 무서운 집중력을 이어가며 상금순위 각각 7위와 14위에 올라 있다.

눈에 띄는 외모와 엔터테이너 감각을 타고난 선수도 많다. 미우라와 하라, 마쓰다 등은 이미 두터운 팬덤을 구축하며 JLPGA 투어 최고 스타 대접을 받고 있다. 이들은 성적에 상관없이 매 대회 매 라운드 구름 갤러리를 대회장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카메라를 향해 취하는 다양한 포즈가 골프팬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실 2~3년 전만 해도 JLPGA 투어 선수들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거나 V자 포즈를 취하는 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올해 3월 열린 T포인트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에선 스즈키 아이(24), 사카이 미키(27ㆍ이상 일본)와 챔피언 조 플레이를 펼친 미우라가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1번홀 티샷 후 티잉그라운드를 내려오면서 방송 카메라를 향해 V자 포즈를 취하는 여유를 보인 것이 발단이 됐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선 흔한 장면이다. 카메라를 외면하고 경기에만 집중하는 선수가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선수들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은 ‘경기를 즐기고 있다’, ‘긴장하지 않는다’, ‘이만큼 여유가 있다’는 뜻으로 팬들에게 전달된다. 자신을 어필하는 데 있어 이보다 좋은 방법도 없을 듯하다.
그러나 일본에선 미우라의 자유분방한 포즈에 두 시선이 극명하게 교차한다. ‘신인답지 않게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프로암대회도 아니고 많은 상금이 걸린 토너먼트 대회에서 카메라를 신경 쓰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일본 여자골프의 레전드 미야자토와 요코미네 사쿠라(33), 현재 JLPGA 투어를 이끌고 있는 베테랑 우에다 모모코(32), 아리무라 지에(31) 등에겐 공통점이 있다. 부리부리한 눈과 진지한 표정이다. 마치 사무라이를 연상케 하는 매서운 눈빛은 동반 플레이어를 압도한다. 다수의 일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프로골퍼 모습은 이들에게 멈춰 있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젠 시대가 변했다. 유감스럽게도 경기 중 무표정한 선수는 일본 골프팬 사이에서도 인기가 없다. 이보미(노부타 그룹), 김하늘(이상 30ㆍ하이트진로) 등 성적과 인기라는 두 토끼를 거머쥔 한국선수들이 일본 골프팬들의 눈높이를 상당한 수준까지 높여놨다고도 볼 수 있다. 스타 부재 속 불안한 호황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한 JLPGA 투어의 이면이다.
![[오군의 재팬 골프 리뽀또] 황금세대 미우라 모모카 미소의 두 시선](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8/10/30/article_30155939617511.gif)
필자소개/ 오상민
골프·스포츠 칼럼니스트(ohsm31@yahoo.co.jp). 일본 데일리사 한국지사장 겸 일본 골프전문지 월간 ‘슈퍼골프’의 한국어판 발행인·편집장 출신이다. 주로 일본 현지 골프업계 및 대회장을 취재한다. 일본 가압골프추진기구에서 골프 전문 트레이너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