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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군의 재팬 골프 리뽀또] 리랭킹 44억원의 흥행이론

발행일 : 2018-06-25 15:39:58
[오군의 재팬 골프 리뽀또] 리랭킹 44억원의 흥행이론

희비가 엇갈렸다. 올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 처음 도입된 리랭킹은 예상보다 파급력이 컸다. 퀄리파잉 토너먼트(QT)를 상위로 통과하고도 하반기 출전권을 잃은 선수가 있는 반면 조건부 시드로 많은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1차 리랭킹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선수도 있다.

리랭킹은 지난 시즌 상금 시드 획득에 실패한 선수와 QT를 통해 시드를 얻은 선수들을 시즌 상금에 따라 일정기간 출전 우선순위를 정하는 제도로 연 2회 실시한다. 1차 리랭킹은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부터 6월 어스·몬다민컵(17개 대회)까지, 2차 리캥킹은 1차 리랭킹과 9월 미야기TV배 던롭 여자오픈까지 12개 대회 성적을 합산해 남은 대회 출전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하반기 12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1차 리랭킹 40위 이내에 진입해야 한다.

24일 끝난 어스·몬다민컵은 1차 리랭킹이 적용된 마지막 대회다. 총상금 1억8000만엔(약 18억원)으로 올 시즌 38개 대회 중 가장 많은 상금이 걸렸다. 우승상금은 3240만엔(약 3억3000만원), 단독 4위까지 1000만엔(약 1억원) 이상의 상금이 부여되는 만큼 단번에 리랭킹 상위권 부상도 가능했다.

△1차 리랭킹을 1위로 통과한 가쓰 미나미. (사진=오상민)
<△1차 리랭킹을 1위로 통과한 가쓰 미나미. (사진=오상민) >

기대했던 역전 드라마는 이시카와 아스카(21·일본)가 썼다. 이번 대회 전까지 리랭킹 59위에 머물러 하반기 출전이 불투명했던 이시카와는 이 대회 단독 4위를 차지하며 리랭킹 9위로 점프, 하반기 12개 대회 출전권을 거짓말처럼 거머쥐었다.

1차 리랭킹 1위는 일본의 황금세대 기수 가쓰 미나미(20)다. 우승은 없었지만 리조트트러스트 레이디스와 요넥스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에서 연속 준우승했고, 악사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에서는 공동 3위를 차지하는 등 톱10에 6차례 이름을 올리며 상금순위 9위(3202만7200엔)에 자리했다.

리랭킹으로 좌절감을 맛본 선수도 있다. QT를 1위로 통과한 다카하시 메구미(22·일본)는 17개 대회에 전부 출전했지만 단 한 차례도 톱10에 들지 못하고 12차례나 컷 탈락했다. 결국 1차 리랭킹 56위로 하반기 대회 출전 전망이 어두워졌다. 리랭킹이 도입되지 않은 지난 시즌이었다면 올해 말까지 모든 대회 출전이 보장됐을 그였기에 아쉬움은 더한다.

△지난해 QT 60위로 조건부 시드를 얻은 모로미자토 시노부. 1차 리랭킹 29위에 올라 하반기 12개 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사진=오상민)
<△지난해 QT 60위로 조건부 시드를 얻은 모로미자토 시노부. 1차 리랭킹 29위에 올라 하반기 12개 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사진=오상민) >

반면 모로미자토 시노부(32), 아리무라 지에(31), 하라 에리카(19·이상 일본) 등은 리랭킹 제도가 낳은 수혜자다. QT 60위로 조건부 시드를 얻은 모로미자토는 11개 대회 출전에 그쳤지만 1차 리랭킹 29위에 오르며 하반기 12개 대회 시드를 확보했다. QT 58위 아리무라는 리랭킹 4위에 올랐고, QT 117위 하라는 리랭킹 28위로 하반기 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2년 연속 QT를 경험한 정재은(29)은 리랭킹 6위(상금순위 26위)에 올라 내년 시즌 상금 시드 전망을 밝게 했다. 황아름(31)과 김해림(29·삼천리)도 각각 리랭킹 16위와 21위를 차지하며 나란히 하반기 시드를 확보했다.

리랭킹 해당 선수들이 17개 대회에서 획득한 상금 총액은 4억3962만6423엔(약 44억원)이다. 상반기 17개 대회 총상금 15억9000만엔(약 160억원)의 1/4이 넘는다. 사실상 패자부활전을 통해 투어에 합류한 선수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많은 금액이 리랭킹 선수들에게 지급됐다.

△QT 58위였던 아리무라 지에. 리랭킹 4위로 하반기 투어 시드를 확보했다. (사진=오상민) 
<△QT 58위였던 아리무라 지에. 리랭킹 4위로 하반기 투어 시드를 확보했다. (사진=오상민) >

가쓰를 비롯해 아라카키 히나(2위), 고이와이 사쿠라(7위), 마쓰다 레이(이상 20·8위), 미우라 모모카(19·20위) 등 황금세대의 투어 합류와 지난해 시드를 잃었던 하라 에리나(31·13위), 가네다 구미코(29·15위), 사이키 미키(34·17위), 마쓰모리 아야카(23·30위), 이지마 아카네(35ㆍ32위)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투혼을 발휘하며 하반기 출전권을 따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바야시 히로미(55) JLPGA 회장은 2011년 취임 이후 투어의 질적 향상을 위해 투어 제도 개편에 앞장섰다. 4라운드 대회를 늘려 세계화 추세에 발을 맞췄고, 올해는 리랭킹 제도로 무한경쟁시대를 열었다. 연중 38개 대회에 총상금 37억2500만엔(약 372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 기록을 다시 쓴 JLPGA 투어다. 스타 부재와 자국 선수 부진 속에서도 꿋꿋이 흥행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밑거름이다.

필자소개 / 오상민

골프·스포츠 칼럼니스트(ohsm31@yahoo.co.jp). 일본 데일리사 한국지사장 겸 일본 골프전문지 월간 ‘슈퍼골프’의 한국어판 발행인·편집장 출신이다. 주로 일본 현지 골프업계 및 대회장을 취재한다. 일본 가압골프추진기구에서 골프 전문 트레이너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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