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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무용] ‘비상(飛上)’(1) ‘WAY’(김환희 안무) 공간에 대한 정서를 만들고 시작하다

발행일 : 2018-02-10 19:12:46

춤벗의 ‘비상(飛上)’이 2월 9일부터 10일까지 CJ AZIT(아지트)에서 공연 중이다. ‘비상’이라는 큰 타이틀을 두고 김환희 안무의 ‘WAY’와 김환희 안무, 안수영 연출의 ‘MONSTER’가 공연된다.

춤벗은 “장르의 구분 없이 춤을 좋아하고 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춤벗’이라는 단체 하에 만나 서로의 움직임을 공유 및 발전시키며 함께 작업하여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공연을 만들고 관객들에게 즐거운 에너지를 전달한다.”라는 취지로 김환희, 신원민, 최지훈, 김희정, 네 명이 만든 단체로 알려져 있다.

‘WAY’는 불안감을 자아내는 반복되는 리듬의 음악과 음향, 행위예술적인 움직임, 동적 정서와 정적 정서의 교차를 통해, 길을 잃고 헤매다 한줄기 빛을 찾고 다시 길을 잃고 헤매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신원민, 최지훈, 김희정, 심재호가 출연한다.

‘비상(飛上)’ 중 ‘WAY’ 연습사진. 사진=춤벗 제공 <‘비상(飛上)’ 중 ‘WAY’ 연습사진. 사진=춤벗 제공>

◇ 넓은 공간이 아닌 사각의 제한된 공간, 길의 정서에 대한 제약조건을 표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연극도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무용은 안무 동작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관람하는 것이 몰입하기에 훨씬 유리한데, ‘비상’이 공연된 CJ AZIT(아지트)는 그런 측면에서 생생하게 무용 공연을 관람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WAY’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을 받은 무용수의 정적인 움직임으로 시작하는데, 다른 무용수가 의자를 옮기는 행위도 안무로 활용되는데, 의자가 놓인 길로만 갈 수 있다는 제약조건이 만드는 정서의 제한을 공연 초반부터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한다.

‘비상(飛上)’ 중 ‘WAY’ 연습사진. 사진=춤벗 제공 <‘비상(飛上)’ 중 ‘WAY’ 연습사진. 사진=춤벗 제공>

공연 초반 행위예술적인 움직임은 이 작품이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보이는데, 공간 표현의 변화와 함께 안무의 형태도 바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대 바닥에 있는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며 옮기면서 옷이 펼쳐져 있던 공간과 아무것도 없는 공간으로 공간의 변형이 이뤄지는데, 바닥의 옷의 유무에 따라 공간의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비상(飛上)’ 중 ‘WAY’ 연습사진. 사진=춤벗 제공 <‘비상(飛上)’ 중 ‘WAY’ 연습사진. 사진=춤벗 제공>

◇ 불안감을 자아내는 음악과 함께 펼쳐진 추상적인 움직임, 빛이 보이면 서정적인 음악으로 변화하는데 오히려 더 헝클어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WAY’는 불안감을 자아내는 음악과 함께 추상적인 움직임이 펼쳐지다가, 3명의 정적인 움직임과 1명의 동적인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무대를 반복해서 빠른 속도로 달리던 무용수가 돌다가 쓰러질 때도 그냥 지쳐서 쓰러지는 게 아니라 무언가에 부딪힌 후 튕겨 나오면서 쓰러지는 것을 표현한 디테일은 인상적이다.

반복되는 동작, 행동의 반복은 불안감, 초조함을 자아내는 음악이 같은 리듬을 반복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마치 공장에서 커다란 대형 후드가 계속 돌아가고 있을 때 내는 소음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반복되는 리듬은 타악적으로 들리기도 하고, 마치 심장 박동과 공명을 이루는 것 같기도 하다.

‘비상(飛上)’ 중 ‘WAY’ 연습사진. 사진=춤벗 제공 <‘비상(飛上)’ 중 ‘WAY’ 연습사진. 사진=춤벗 제공>

빛이 보이면 갑자기 서정적 음악으로 변화되는데, 아름답게 표현될 것 같지만 서정적 음악 속 세상이 오히려 더 헝클어진 느낌을 준다는 점이 흥미롭다. 안무가는 지속적인 사이클의 되풀이를 위해 한 쪽 정서를 고착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명의 남자 무용수는 하나의 의자에 집착하고, 남자 무용수는 여자 무용수와 싸우는 것 같기도 하고 집착하는 것 같기도 하다. 숨이 턱 끝에 차니 티끌만 한 한줄기의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집착은 집착 자체가 아니라 절박함의 표출이라고 볼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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