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라키소프 감독의 ‘슈퍼오리: 태양을 지켜라’(이하 ‘슈퍼오리’)는 날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오리에서 하루아침에 슈퍼오리가 된 롱웨이가 나쁜 악당 마녀에 맞서 태양을 지키는 애니메이션이다.
‘슈퍼오리’는 나도 모르는 잠재적 능력이 내게 있다면 어떨 것인지 상상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이다. 지금은 인정받고 있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의미 없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찾을 수 있다.

◇ 날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오리는 태양의 아들로 선택받은 비밀을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었다. 나도 롱웨이처럼 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불러일으킨 작품
‘슈퍼오리’는 오리들의 움직임 자체가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재미있는 영상을 편하게 즐기면서, 롱웨이처럼 나도 잠재적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 꿈과 희망을 차츰 갖게 만드는 영화이다.
‘슈퍼오리’에서는 오리들보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더욱 재미있게 보이기도 한다. 만약 사람들의 움직임을 일상적이고 오리들의 움직임만 재미있게 표현됐다면, 롱웨이의 성장과 발현은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오리인 제3자의 이야기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애니메이션에서의 교훈적인 내용은 가족단위의 관람과 흥행에도 도움을 주는데, ‘슈퍼오리’는 웃음과 교훈을 분리해 별도로 표현하지 않고 웃다 보면 교훈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 화려한 액션과 총천연색 색감이 아름다운 3D 애니메이션
‘슈퍼오리’를 보면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도 있고, 중국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도 있다. 화려한 액션의 디테일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을 연상하게 만들고, 장면 하나하나가 미술작품인 듯한 모습은 중국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만끽하게 만든다.

‘슈퍼오리’는 화려한 색감과 입체감이 잘 표현된 3D 애니메이션인데, 3D 안경을 쓰고 관람하지 않고 2D 상영관에서 관람하더라도 애니적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작품이다.
러시아 연방, 미국, 중국, 스페인 등 여러 나라가 함께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조율이 잘 되지 않을 경우 어색한 조합일 수 있는데, 각국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런 글로벌 프로젝트에 우리나라 제작진들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 더빙으로 들으며 스토리텔링과 움직임에 집중할 수 있은 애니메이션
‘슈퍼오리’는 우리나라에서 한국어 더빙 버전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최근 애니메이션 관객은 어린 관객과 가족 단위의 관객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상당한 관객층을 유지하고 있는데, 어른들의 경우 원작의 감성을 그대로 느끼고 싶은 마음에 외국 애니메이션 관람시 더빙 버전보다는 자막 버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슈퍼오리’는 다국적 프로젝트로 어떤 언어로 들을 때 가장 효과적인지를 선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재미있는 움직임과 화려한 영상에 집중하기 위해서 한국어 더빙 버전으로 관람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슈퍼오리’에서 롱웨이의 여자친구 에리카와 악당 마녀 나우트의 등장이 완전히 다른 정서에서 관객들에게 다가오지 않고 이어지는 감정선상에서 전달되는데 한국어는 도움이 된다.
자막을 읽기 위해 시선을 옮길 경우 움직임과 표정의 디테일을 놓칠 수 있는데, ‘슈퍼오리’의 화려하고도 멋진 영상의 장면 하나하나는 놓치지 않고 관람할 수 있다. 오리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은 지속적으로 흥행하는 경향이 있는데, ‘슈퍼오리’에 대해 우리나라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