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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 독립영화 같은 정서와 감성을 공유한다

발행일 : 2017-07-06 13:03:03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중년 감독 신지(이타오 이츠지 분)와 그의 슬픔을 위로하는 여섯 여인들의 관능적인 일주일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신지는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지만, 현재는 B급 성인영화감독으로 전락해 더 이상 작품을 지속하기도 어렵다. 한때는 잘 나갔지만 현재는 무기력한 중년 남성의 우울한 정서는 고독한 매력으로 주변을 자극하는데, 영화 속에서 관능적인 면을 제외하면 중년의 우울함과 판타지를 더욱 발견할 수 있다.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 스틸사진. 사진=홀리가든 제공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 스틸사진. 사진=홀리가든 제공>

◇ 영화의 분위기는 서정적인가, 선정적인가? ‘짐노페디’가 영향을 미친 정서는?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는 피아노 연주로 서정적으로 시작한다. 영화 초반 영상과 음악이 주는 한 편의 시 같은 아름다움에 빠질 것 같은 시간에, 고정되지 않은 카메라는 잠에서 막 깬 신지를 바라보고, 피아노 소리는 환청 또는 꿈이었다는 것을 피아노 위에 쌓인 먼지가 알려 준다

유리창밖에 가슴을 드러낸 옆집 여인의 모습은 실제 상황인지 환상인지 궁금하게 만드는데, 영화가 만들어지는데 모티브를 준 음악과 그 음악에 영감을 준 시로부터의 감성이 전달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 스틸사진. 사진=홀리가든 제공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 스틸사진. 사진=홀리가든 제공>

‘짐노페디’는 라투르의 시 ‘오래된 것들’의 몇 줄에 영감을 얻어 에릭 사티가 작곡한 곡이다. 시에서 음악으로 다시 영화로 정서가 연결되는 것이다. 영화의 제목만으로 상상할 때 시적이며 음악적인 감성이 예상할 수도 있는데,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가 기이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고려하면 영화의 분위기와도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짐노페디’는 기존의 피아노곡 작곡법을 완전히 무시한 채 만든 음악으로,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는 로망포르노리부트 프로젝트의 약자인 로포리 프로젝트다운 작품이다.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 스틸사진. 사진=홀리가든 제공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 스틸사진. 사진=홀리가든 제공>

◇ 난해하거나 상징적일 것 같지만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영화, 마치 독립영화를 보는 듯한 단선화된 감성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는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만 떠올리면 난해하거나 무척 상징적일 것 같이 생각되지만,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영화이다. 야하고 파격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잔잔한 정서 또한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독립영화 같은 감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나누는 일반적인 기준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 여부이다. 그런데, 시나리오라는 측면에서 보면 독립영화의 경우 작가와 감독이 별개일 수 있지만 감독이 직접 쓴 시나리오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 감독 개인의 정서와 감성이 오롯이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 스틸사진. 사진=홀리가든 제공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 스틸사진. 사진=홀리가든 제공>

상업영화의 경우 작가뿐만 아니라 프로듀서(PD)가 시나리오 개발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고, 투자배급사의 시나리오 검토팀에 의해 설정과 내용 등에 수정이 가해지고, 영화화가 결정된 후 감독의 의견에 따라 또 수정되며, 콘티가 나오고 완성된 시나리오가 나온 후에도 현장에서의 의견에 따라 또 변화하기도 한다.

따라서, 상업영화는 한 장면에서도 여러 사람의 의견이 종합적으로 들어간 경우가 많고, 관객들은 성향에 따라서 다른 측면을 보고 다른 느낌을 갖는다. 반면에, 독립영화의 경우 하나의 결을 끝까지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관객들이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 스틸사진. 사진=홀리가든 제공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 스틸사진. 사진=홀리가든 제공>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는 무척 복잡한 영화 같지만, 실제 관람하면 독립영화처럼 하나의 맥락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영화 속에서 신지는 무척 난해한 관계를 행할 것 같게 예상할 수도 있지만, 키스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준비의 시간을 통해 교감과 정서를 공유하며, 흥분의 상태에서 물불을 가리지 않을 것 같지만 감정을 상하게 만드는 상대의 말에 몸과 마음을 닫는다.

야하고 관능적인 장면도 많이 나오는 이 작품을 예술적으로 볼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전체적인 정서를 하나로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제목이 ‘사랑의 짐노페디’나 ‘욕망의 짐노페디’가 아닌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이지만, ‘사랑’과 ‘욕망’을 분리하지 않기에 일단 몰입하면 관객은 영화 끝까지 같은 감정선을 유지할 수 있다.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 스틸사진. 사진=홀리가든 제공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 스틸사진. 사진=홀리가든 제공>

◇ 유리창을 통해 보이고, 거울을 통해 반영된다, 피아노에 반사되는 얼굴도 주목된다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는 신지가 만나는 사람이 바뀌면서 에피소드가 변화된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있지만 옴니버스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유리창을 통해 상대방을 보고,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보여주는 설정을 반복하면서, 등장인물이 변경됐을 때 생길 수도 있는 관객들의 감정의 점핑을 줄이고 있다.

공연장에서 피아노 공연을 관람할 때 관객은 피아노를 치는 전체적인 뒷모습을 보고 싶어 하기도 하고, 표정을 보고 싶어 하기도 하고, 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음악을 즐기고 싶어 하기도 한다.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 스틸사진. 사진=홀리가든 제공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 스틸사진. 사진=홀리가든 제공>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에서 피아노 치는 장면에서는 카메라의 각도에 따라 뒷모습과 손가락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피아노 본체에 반사된 연주자의 얼굴을 같이 보여준다. 이런 장면은 영화가 직접적이며 직선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내면이 간접적으로 반영된 이야기를 펼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는 로포리 프로젝트답게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작품이다. 신지가 남자 감독이 아니라 여자 감독이고, 그녀의 슬픔을 위로하는 여섯 남자와의 일주일을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면 영화의 정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리나라 배우들이 등장했다면 어떻게 달리 보였을까? 로포리 프로젝트는 영화 설정 자체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가지게 만든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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