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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이블데드’ 맑은 목소리 정가희! 폭발적인 가창력과 커튼콜까지 이어지는 표정 연기

발행일 : 2017-06-28 11:49:06

2017 뮤지컬 ‘이블데드(EVIL DEAD THE MUSICAL)’가 6월 24일부터 9월 17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 중이다. 주최 ㈜쇼보트, 제작 대행 ㈜이승진프로덕션, 연출 임철영, 음악감독 이준이 함께 만든 이번 공연을 통해, 2008년 초연 당시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킨 코믹 호러 뮤지컬이 9년 만에 다시 우리나라 관객들을 찾았다.

‘이블데드’는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특징과 연극적 재미를 잘 살리고 있는 작품으로, 대학로 핫스타들도 실력파 스태프들이 만드는 B급 정서가 무척 재미있고 인상적이다. 작품을 관람하기 전에는 웃어야 할지, 무서워해야 할지, 그냥 즐기면 될지 궁금할 수도 있지만, 실제 관람하면 정말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블데드’ 정가희(린다 역). 사진=㈜쇼보트 제공 <‘이블데드’ 정가희(린다 역). 사진=㈜쇼보트 제공>

‘이블데드’는 2003년 토론토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뉴욕 오프브로드웨이를 비롯해 우리나라, 도쿄, 마드리드 증 전 세계 200여 프로덕션에서 제작, 공연되고 있다. 서구식 유머와 공감 정서에 B급 코드까지 겹쳐져 우리나라 관객의 감성과는 다르게 진행되지 않을까 우려될 수도 있지만, 실제 관람하면 그 접점을 묘하게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 진지하게 시작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B급 코드, 관객의 성향에 따라 초반에 다소 불편할 수도 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몰입하게 만드는 이야기

‘이블데드’는 악마의 세상으로 향하는 통로로 사용된 ‘죽음의 책’에 대한 내레이션으로 진지하게 시작한다. 엄청 무서운 이야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채 정리되기 전에, 관객석 양쪽 옆에 설치된 흔들다리 중 오른쪽 벽면의 흔들다리를 통해 모형 자동차가 이동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하게 만든다.

‘이블데드’ 강동호(애쉬 역). 사진=㈜쇼보트 제공 <‘이블데드’ 강동호(애쉬 역). 사진=㈜쇼보트 제공>

음악에 맞춰 움직이던 자동차는 잠시 정차한 상태로 춤을 추듯 바퀴를 좌우로 돌렸는데, 마치 바퀴를 통해 스텝을 밟는 듯한 재미를 선사했다. 분위기를 형성하고 뉘앙스를 전달하는 시간에 이런 디테일을 표현한 것도 놀랍지만, 관객들이 이런 디테일에 민감하게 몰입돼 반응한다는 것은 더욱 흥미롭다.

‘이블데드’ 공연 초반에는 특정 관객들만 자지러지게 웃으면서 마니아적 B급 정서를 추구했다면, 인터미션 후 제2부에서는 보편적 B급 정서를 통해 많은 관객들이 즐기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 어색했지만 점차 익숙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군무 등을 통해 일반적인 정서와 B급 정서를 혼용한 무대가 펼쳐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블데드’ 박강현(애쉬 역). 사진=㈜쇼보트 제공 <‘이블데드’ 박강현(애쉬 역). 사진=㈜쇼보트 제공>

◇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특징을 잘 살린 공연, 연극적 재미를 충분히 녹여낸 공연

‘이블데드’가 만약 노래가 없이 진행된 연극이었다면 지금처럼 재미와 몰입감을 주기는 어려웠을 수도 있다. 관객들이 황당하게 여기는 순간에 펼쳐지는 뜬금없는 뮤지컬 넘버는 오히려 더 큰 재미를 줘 호응이 높았다.

필자가 관람한 6월 27일 공연은 애쉬(김대현, 강동호, 박강현 분) 역 김대현 배우의 첫공이었는데, 김대현은 ‘김대현’이라는 이름값을 느낄 수 있게 멋진 연기를 보여줬다. 애쉬는 공연 시간 대부분 쉬는 시간 거의 없이 무대 위에 오르기 때문에, 애쉬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날 공연이 정해진다고 볼 수도 있다.

‘이블데드’ 김대현(애쉬 역). 사진=㈜쇼보트 제공 <‘이블데드’ 김대현(애쉬 역). 사진=㈜쇼보트 제공>

애쉬의 여자친구 린다(정가의, 서예림 분), 애쉬의 가장 친한 친구 스캇(조권, 우찬 분), 야망 있는 고고학자 애니 겸 스캇이 3일 전에 바에서 꼬신 여자 셀리(신의정, 김려원 분), 애쉬의 괴자 여동생 셰럴(허순미, 송나영 분)은 모두 애쉬와 연결돼 스토리텔링을 이어간다.

허풍 센 다혈질의 현지인 제이크(이훈진, 전재현 분), 소심남 에드(안영수, 류경환 분), 루돌프와 멀티(김은총, 권혁선 분), 스윙(이종찬, 정예주 분) 또한 없어서는 안될 배역인데, 권혁선은 커튼콜에서 카리스마 있는 랩과 귀여운 노래를 연이어 불러 관객석을 초토화시켰다.

‘이블데드’ 조권(스캇 역). 사진=㈜쇼보트 제공 <‘이블데드’ 조권(스캇 역). 사진=㈜쇼보트 제공>

원작에서부터 시작했겠지만 서병구 안무감독의 익살이 표현된 안무는 인상적이었는데, 후반부 좀비 군무는 B급 안무가 아닌 좀비 콘셉트를 제대로 살리고 있는 춤으로 관객들에게 큰 환호를 받았다.

영화였으면 죽으면 끝이지만, 뮤지컬 ‘이블데드’에서는 극 중 죽은 등장인물들도 뮤지컬신을 위해 되살아나며, 슬랩스틱 코미디가 펼쳐지기에 개인기가 작용할 수 있다. 음향 세팅 잘 된 공연장에서 드럼, 베이스, 기타, 건반의 라이브 연주는 컬트적 움직임도 예술적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이블데드’ 우찬(스캇 역). 사진=㈜쇼보트 제공 <‘이블데드’ 우찬(스캇 역). 사진=㈜쇼보트 제공>

◇ 배우들이 직접 제시한 ‘이블데드’ 1위 공약

티켓 오픈 시 예매 순위 1위의 쾌거를 거둔 ‘이블데드’의 배우들은 커튼콜뿐만 아니라 직접 제시한 공약을 통해 관객들에게 다가간다는 점도 돋보인다. ‘관객 1명을 추첨하여 집까지 에스코트’(강동호), ‘인터미션과 공연 종료 후 로비에서 아무 말 대잔치’(김대현), ‘프리허그’(박강현), ‘조권이 쏜다!’(조권), ‘좀비 분장하고 다른 공연장 로비에서 자원봉사’(우찬)의 공약은 관객들을 본공연 못지않게 설레게 한다.

신의정, 김려원, 정가희 등 여배우들의 ‘하우스 안내’와, 이훈진, 전재현의 ‘살아있는 포토존’, 임철형 연출과 배우들의 ‘헌혈하고 인증샷’, 김은총, 권혁선의 ‘공연 전 로비청소’까지 배우마다 각각의 이색 공약을 제시했는데, 팬들과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블데드’ 신의정(애니, 셀리 역). 사진=㈜쇼보트 제공 <‘이블데드’ 신의정(애니, 셀리 역). 사진=㈜쇼보트 제공>

무대 1층 6열까지의 관객들은 ‘이블데드’ 제2부 시간에는 우비를 입고 관객석에서 극 중 이벤트를 기다리는데, 어쩌면 무대 위에 오르는 배우들 이상으로 떨리는 마음으로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도 많을 것이다.

◇ 맑은 목소리의 정가희! 폭발적인 가창력과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표정과 몸짓 연기

맑은 목소리의 정가희는 ‘이블데드’에서 가창력뿐만 아니라 관절 꺾기 등 좀비 연기로도 두각을 나타냈다. 지적인 면과 섹시한 면을 오가며 린다 캐릭터를 표현했는데, 정가희의 연기적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블데드’ 정가희(린다 역). 사진=㈜쇼보트 제공 <‘이블데드’ 정가희(린다 역). 사진=㈜쇼보트 제공>

정가희는 군무를 출 때 과하지 않은 웨이브를 동반함으로써 좀비적 움직임이 딱딱하거나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했는데, 의도하고 표현한 것인지 감각적으로 표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무대에서 무척 중요한 포인트를 잘 소화하고 있는 것이었다.

정가희는 시원시원한 가창력, 한 번에 뻗어 올라가는 고음이 주는 상쾌함으로 호평받는 배우인데, 가창력 좋은 배우가 연기에 무척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은 무척 긍정적으로 생각된다. 뛰어난 가창력에 연기적 열정과 노력이 더해진 시간과 경험이 축적된다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배우로 성장할지 기대가 되는 아티스트이다.

‘이블데드’ 서예림(린다 역). 사진=㈜쇼보트 제공 <‘이블데드’ 서예림(린다 역). 사진=㈜쇼보트 제공>

정가희는 커튼콜에서 단체로 노래 부를 때도 끝까지 표정 연기를 놓지 않았다. 커튼콜에서 맨 앞줄이 아닌 두 번째 줄이나 세 번째 줄에 있을 때도 노래는 물론 표정과 움직임에 최선을 다했다. 관객들이 맨 앞에 있는 남자배우에게 환호할 때도 뒷줄에서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모습을 보여줬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이블데드’의 린다에서 빠져나오지 않은 것인데, 매 공연 저렇게 감정선을 끝까지 유지하는 경험을 축적한다면 내공이 얼마나 깊어질까 기대가 된다. 노래 부르지 않는 정가희, 연극 무대에서 연기로만 승부하는 정가희의 모습도 무척 궁금해진다. 정가희의 연기에 대한 열정적 자세는 결국 뮤지컬을 더 잘 할 수 있게 만드는 근본 원동력이 될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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